2010 지방선거에서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에 출마하고자 도민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내일, 2월 2일 민주당의 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하려고 합니다.

등록에 앞서 먼저 도민 여러분께 제 의사를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라 여겨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제가 그동안 4.3을 비롯한 제주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그리고 제주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느낀 것은 분노였습니다.

꿈에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고향 제주가 무참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면서 밀려오는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는 러시아 시인 네크라소프의 싯귀가 떠올랐습니다.

저의 슬픔과 분노가 고향 제주도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임을 확인했습니다.  이것이 저를 여기에 서게 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라는 지위는 도민들께서 찬반양론 끝에 주민투표로 어렵게 결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특별자치도에서 주민의 의사가 무시되는 독선적 행태로 제주사회가 갈가리 찢겨 나갔습니다.  전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나 부끄러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입니다. 민주주의 실현에 가장 기본이라는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사자는 시치미를 떼도 도민들은 다 아는 줄 세우기, 심지어는 재난기금까지 손을 대는 부패, 이런 저런 연고로 엮어서 정책의 성과물 나누어 먹기. 이런 풍토에서 어떻게 인재가 자랄 수 있을 것이며, 어떻게 제대로 된 일자리가 생길 수 있겠습니까.

제주도정을 이끌어가는 데 철학과 비전은 없을지라도 최소한 일관성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되었다고 자랑하면서 주민들의 피맺힌 항변이나 행정적 절차, 타당한 보상 요구도 무시한 채 해군기지를 앞장서 유치하려 합니다.

세계자연보전총회 유치하고 세계환경수도가 되겠다고 하면서 케이블카 설치로 논란을 일으키고, 초고층 빌딩 허가합니다.

이제까지 제주를 먹여 살려온 것은 제주다운 것들이었습니다. 제주의 자연이, 제주가 한국 제일의 관광지가 되도록 했고 ‘동북아의 보석’이라는 칭호를 안겨줬습니다.

감귤이 제주사람들의 생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제주의 기후 때문이었습니다.

제주 삼다수나 돼지고기가 전국적인 유명 상품이 된 것은 제주의 토양과 풍토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제주의 장점은 무시되었습니다.   외자유치로 대규모 단지를 개발하는 방식만이 최선인 것처럼 여겼습니다.  심지어 어느 도시에나 있는 고층빌딩을 짓는 것이 제주의 랜드마크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한라산만한 랜드마크가 세계 어디에 또 있습니까?

관광객 몇 백만 시대를 자랑하지만 그 성과를 피부로 느끼는 도민은 얼마나 됩니까? 

도민들이 그 기쁨을 함께 누리지 못하는 것은 그게 그들만의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제주올레가 성공하자 그 성과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은 올레가 지나가는 마을의 주민이었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국수 장사하는 제 후배 역시 올레 덕을 단단히 보았습니다.

올레꾼들이 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각 코스로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제주다움을 잃어버린 개발성과는 제주의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제주재정이 나아졌습니까? 제주의 재정자립도는 해마다 떨어지고 있습니다.
2005년에 39.3%였던 것이 2009년에는 24.9%로 떨어졌습니다.
또 지방채는 얼마나 들었습니까? 재정이 빈약하니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중앙정부에서 받아오지 못하면 이야기합니다.


“1퍼센트의 벽이다.” 왜 제주도민을 삼류국민으로 만듭니까?  미래에 대한 예측과 상상력 없이 정책을 만든 것은 제주 도정이지 도민들이 아닙니다.

제가 한국에너지재단에 있을 때입니다. 매 3년마다 열리는 민간부문 최대의 에너지관련 국제회의인 ‘2013년 세계에너지총회’ 유치에 나섰습니다.  에너지 분야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이 회의에는 100여개 나라에서 에너지 관련 글로벌 기업 CEO, 각국의 에너지 관련부처 장관 등 정부인사, 학계, NGO, 세계에너지협의회 각국 위원회 대표 등 5천여 명이 참가합니다.

1년여 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고 정말 힘든 과정을 거친 끝에 경쟁국인 덴마크와 남아공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한국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서울, 대구, 부산에서 개최를 희망했는데, 대구가 선정되었습니다.
대구는 컨벤션 시설, 프레젠테이션 능력, 그리고 대구시의 적극적인 지원, 3위 일체였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속은 정말 쓰렸습니다.

제주는 우선 시설이 크게 모자랐습니다. 회의산업을 한다고 컨벤션센터는 지었는데, 규모가 이도 저도 아닙니다. 또 앵커호텔도 없습니다. 애초의 계획은 그게 아니었지 않습니까?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그냥 정부에서 툭 던져주는 것 외에 “따올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ICC는 도 민주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하는 도중에 사업계획도 투자유치도 찌그러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제가 가슴 아픈 것은 그 이후에 도민들의 자본으로 도민들에게 이익이 직접 배당되는 자금을 만드는 것에 대해 모두 두려워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제까지 제주도정은 농약 치고 화학비료 주어 농사짓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농약치고 화학비료 준 농산물, 보기에 그럴듯합니다. 잘 자라고 깨끗합니다.  마치 제주도 여기저기에 뚫어 놓은 4차선 도로나 호화로운 호텔, 골프장 같습니다. 번듯합니다.

당장 눈앞의 개발 성과, 임기동안의 치적으로는 아주 그럴 듯합니다. 이제는 그런 시대가 끝났습니다.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 소출을 올리는데 급급해, 농약도 화학비료도 썼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유기농 퇴비주고, 친적을 이용해 해충을 잡아야 땅에 힘이 생기고, 그래야 몸에 이로운 작물이 자라서, 더 비싼 값에 팔립니다.

지금 제주는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외자유치라는 성장촉진제 맞고, 호텔과 골프장이 있는 대규모 개발이라는 화학비료도 듬뿍 받는 동안, 도민의 목소리는 농약으로 죽었습니다. 제주의 정치, 경제, 사회, 생태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제는 변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주가 살 수 있습니다.
그래야 제주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저의 꿈은 제주도민들이 제주도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그리고 신나게 사는 제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저의 구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친환경 청정산업으로 제주 경제를 살리겠습니다. 제주를 문화적 창의 산업의 본보기로 만들겠습니다.

제주도민이 건강하고 안전하며, 사회적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인재가 자랄 수 있는 제주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세계 평화의 섬의 의미를 살려내고, 진정한 특별자치도를 실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제주도민 여러분!

관광객이 몇 백만이 들어와도 도민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 지금의 제주경제. 도민의 뜻과 상관없이 흘러가는 지금의 제주도정.
그냥 견디고 계실 것입니까? 그냥 흘러가게 두실 것입니까?
제주도, 변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주가 살고, 여러분이 살고, 여러분의 아이들이 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여러분이 제주의 주인입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변화의 시대를 여는 주인공이 되셔야 합니다.
제가 그 길을 여는 길라잡이가 되겠습니다.
저와 함께 가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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