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미투선언 "왜 가해남성에겐 묻지 않는가"
제주지역 미투선언 "왜 가해남성에겐 묻지 않는가"
  • 김명현 기자
  • 승인 2018.03.1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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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추행으로 퇴사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 "더는 피해가 없어야 한다"
송영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가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지역 #미투선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송영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가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제주지역 #미투선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지역에서 입사 3개월차인 신입 여직원이 회사 내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회사를 그만둬야 했던 피해를 호소하면서 19일 '#미투선언'을 했다.

신분 노출을 우려해 직접 피해자가 나서진 않았다. 대신 제주여성인권연대와 제주여성인권상담소 및 시설협의회, 제주여민회가 나서 이날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미투선언' 지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미투선언으로 그간 오랜 기간 침묵해왔던 사실들에 대해 피해자들이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며 "허나 제주지역에선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특수성으로 침묵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은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경험을 적은 글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기에 가능했다"며 "오늘의 말하기가 제주사회에서 침묵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그녀가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여성상담소의 성지은 상담원이 피해자가 직접 보내 온 글을 낭독했다.

피해자가 작성한 글에 따르면, 피해여성은 올해 초 도내 모 회사에 입사한 20대 신입 여성 직원이다. 올해 2월 23일에 회사 회식이 진행됐고, 2차 회식 장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A씨는 차 뒷자리에서 가해 남성 포함 직장 동료 3명과 함께 앉아 밀착된 상태였으며, 가해 남성이 자신의 목을 끌어당겨 키스를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2차 장소까지 이러한 행위가 2차례 반복됐다.

2차 장소에 도착한 A씨는 타 직원들이 남성 임원들과 1대 1로 춤을 추는 광경에 해당 피해사실을 현장에서 알리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회사에서 가해 남성과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했고, 숨고 피했다. 우울증이 깊어지자 올해 3월 5일, 회사에 성추행 피해사실을 알렸다.

허나 회사 내 직장 간부들은 "언론에 알리지 마라. 고소를 진행하면 퇴사해야 할 것"이라며 압박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개인면담이라는 이유로 만난 남성 간부들이 이구동성으로 '왜 저항하지 않았나'라거나 '왜 소리치지 않았느냐'고 질문했다"며 이에 대해 "왜 가해남성에겐 '왜 그랬느냐'고 묻지 않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A씨는 "계속 듣다보니 깨달았다. 회사를 계속 다니려면 트라우마로 남을 이 일을 덮어두고 조용히 있어야 하고, 억울함을 해결하려면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 및 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는 성추행 피해자들과 함께 하고자 19일부터 온라인 접수창구를 개설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 및 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는 성추행 피해자들과 함께 하고자 19일부터 온라인 접수창구를 개설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에 결국 A씨는 지난 3월 8일 퇴사를 결심하고, 제주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제가 미투를 선언한 이유는 제 뒤에 들어올 누군가는 더 이상 피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좁은 제주에서 숨죽이고 있어야 하는 이름 모를 여성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와 관련 제주여성인권연대는 이날부터 또다른 성폭력 피해 사례를 접수받기 위해 '온라인 접수창구(jejussh@hanmail.net)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적 지원만이 아니라 법적 대응을 요구하는 사례에도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제주여성인권상담소에선 이 건 외에 2건의 상담이 예정돼 있으며, 이 두 건 모두 직장 내 성추행(또는 성폭력)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해자는 현재 직장을 다니고 있으며, 회사 내에서의 별도 조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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