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장정 선거운동 마무리 회견
"3위지만 그 의미 잘 안다. 우린 1위다" 4년 뒤 또 다른 '고은영' 나올 것 자신

녹색당 고은영 후보가 14일 6.13 지방선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왼쪽은 비례대표 오수경, 오른쪽은 김기홍 후보.
녹색당 고은영 후보가 14일 6.13 지방선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왼쪽은 비례대표 오수경, 오른쪽은 김기홍 후보.

제주 정가 역사상 최초의 여성이자 최연소 제주도지사 후보로 등록했던 녹색당 고은영 후보의 파란만장한 선거가 지난 13일 마무리됐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에선 역대 가장 많았던 5명의 후보가 난립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양강 구도 속에 묻혀 다른 3명의 후보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 3명의 후보들 중에서뿐만 아니라 전체 5명 후보들 중에서도 고은영 후보는 유독 눈에 띄었다.

선거 초반 가장 먼저 제주도지사 후보에 등록하고 선거운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그녀를, 녹색당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허나 선거과정에서 고은영 후보는 똑 부러진 발언과 논리정연한 정책들로 '녹색바람'을 일으키며 녹색당의 존재를 제주 전역에 각인시켰다.

최초 여론조사에서 1%도 안 되는 지지율로 시작해 선거일 막판 3위까지 치고 올라와 거대 정당 2곳을 무너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선거 당선권에 비하면 '3.53%'는 낮은 득표율이지만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제치고 당당히 3위를 기록했다. 

소수정당의 이러한 약진은 그간 제주도지사 선거 유례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과다. 어쨌든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지난 2월 10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일 때의 고은영 후보. 이 때만 해도 제주정가에선 그녀가 도지사 선거를 끝까지 완주하기는커녕 3위라는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지난 2월 10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등록일 때의 고은영 후보. 시민 1명 당 1만 원으로 1000만 원의 기탁금을 모아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 때만 해도 제주정가에선 그녀가 도지사 선거를 끝까지 완주하기는커녕 3위라는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다.

이에 고은영 후보는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던 오수경, 김기홍 후보와 함께 14일 오전 11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간의 소회를 전했다.

고 후보는 "다양한 단체들과 도민 여러분들이 토론회 참여를 가능하게 했다. 녹색당은 좌우도 아니고 위가 아닌 아래에 있는 정당"이라며 "이 계속된 싸움을 얻어나갈 동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얻었다"고 술회했다.

또한 고 후보는 "표가 되는 곳보단 아픈 곳을 먼저 찾아 함께 했다. 선거과정 곁엔 늘 성소수자와 여성, 장애인, 강정 및 예래동, 성산 주민들 등 아픈 이들과 함께 했다"고 밝혔다.

고 후보는 "도민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도민의 의지가 있었기에 이번 선거가 가능했고, 그래서 도민의 눈높이에 맞게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유세용 작은 소품 하나까지 당원들이 힘 모아 제작해줬고, 선거 과정에서 그 많은 품을 함께 하나 하나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 후보는 "3.5%의 지지를 얻어 3위를 했다. 선거에서 3위는 의미가 없다지만 도민 여러분이 보여준 그 3위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청정 제주 길목에서 저는 압도적인 1위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뒤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그간 선거 과정을 지켜온 감회를 전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일 듯 울먹거리기도 했다.
녹색당 고은영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뒤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그간 선거 과정을 지켜온 감회를 전하는 과정에서 눈물을 보일 듯 울먹거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고 후보는 "이제 느리더라도 도민들과 손잡고 함께 가겠다. 고은영과 녹색당은 이미지 정치가 아니라 정책 정치가 무엇인지를 선거기간 보여줬다"고 말하면서 목이 메인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간의 선거과정에 주마등처럼 흘러간 기억들이 소용돌이 친 듯 눈물을 흘릴 것 같던 그녀는 이내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이었다

고 후보는 "이제 선거의 긴 과정이 끝났고, 선거를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이전과 같이 제주에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선거기간 보여준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고 후보는 "이번 선거로, 처음으로 녹색당이 검증의 시간을 갖게 됐다. 도민 여러분 덕분"이라며 "저는 수많은 공동위원장 중 한 명이었고, 성별 나이에 관계 없이 누구나 출마할 수 있는 녹색당 시스템의 검증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고 후보는 "4년 뒤, 또 다른 '고은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언젠가는 오고야 말 녹색반전의 시간을 도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고은영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녹색당)
고은영 제주도지사 후보가 지난 5월 11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아래는 기자회견 후 가진 질의응답.

Q. 3위. 어떤 이유라 생각하나.
A. 가능성의 씨앗을 여러분이 보고 있는 거다. 언젠간 오고야 말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이 판문점에서 대화하리라고 누가 과연 1∼2년 전에 상상이나 했을까. 현실적인 어려움을 얘기하지만, 변화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녹색당은 충분히 그러한 가능성 보여줬다. 선거제도가 지금과 달랐다면, 청소년들에게도 참정권이 있었다면 1위가 가능했을지 모른다. 선거제도와 싸웠고, 여성이 청년이, 어린 사람이 선거에 나서는 편견과 싸웠다. 녹색바람의 시작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제주에서 시작한 작은 바람이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꿀 것이다.

Q. 비례대표 역시 도의회 입성에 근접(4.8%)했는데
A. 이번 TV토론회에서 많은 도민들이 응답해 준 건 흑색선전이 난무한 상황에서 녹색당의 정책 선거 방법들을 보고 응원해 준 것이라 생각한다. 녹색당이 3위가 된 것은 저희가 잘 나가서가 아니라 새로운 정치, 뻔한 정치, 흑색선전, 토건세력을 대변하는 정치가 아니라 진짜 아래에서부터의 정치를 원하는 이들이 원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녹색바람이 시작됐다. 선거 운동 내내 시민정치의 장을 열 수 있게 된 것이 영광이다.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 사람들이 모인 선본이었다. 전국에서 뛰었던 수많은 녹색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게 상식이었다. 그걸 말하고자 했다.

Q. 성산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보였고, 4개 진보정당의 지지율을 합치면 20%가 넘는다.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양강구도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A. 지역별로 보면, 성산유세에 집중했는데, 성산지역 득표율이 가장 높았다. 제2공항 백지화를 위한 동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충분히 얻었다. 거기에 응답해 준 분들이 많았다. 하루를 빼서 마을 유세에 나섰지만 많이 나와주시진 않으셨다. 그래도 다 듣고 계셨을거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후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녹색당의 생각이다. 표가 되는 곳보다 아픈 곳을 찾아갔다. 단순히 아파서가 아니라 국책사업에 피해받는 주민들, 그 사업 자체가 정당한가를 꾸준히 질문을 던지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그래서 너무 기뻤다. 정의당에서 도의원을 배출했다. 너무 축하한다. 마지막 기자회견 할 때에도 다른 진보정당들에게라도 표를 달라고 했다. 그래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헌법소원 제기한 것도 불합리한 선거제도와 싸우려는 거다. 녹색당 혼자 도의회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소수정당과 손잡고 도의회, 국회로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Q. 아무도 예상 못하는 결과를 냈다. 녹색당을 알리는 선거 기회였을텐데, 앞으로의 행보는?
A. 이번 선거에서 저희는 모든 선거운동원들이 각자의 싸움을 했다. 각자의 선거운동을 진행해 온 유일한 정당이라 생각한다.
아직 합의된 내용은 아니지만 선거내용 다큐로 남기고 있다. 내년 정도 때 개봉할 예정인데, 그때쯤 되면 결심이 서지 않을까 한다.
저는 오수경과 함께 제비뽑기로 공동위원장이 된 후보다. 시민경선을 통해 시민후보가 됐다. 저희가 갖고 있는 청년 정치인이 정말 많다. 당당히 얘기할 수 있는 2년, 4년 뒤 어떤 '고은영'이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게 녹색당의 시스템이다. 그래서 다큐가 개봉할 때 쯤이 되면 말할 수 있을 거 같다. 청소년들에게도 투표권이 있다면, 그들이 4년 뒤에 선거권을 갖게 된다. 그들이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피선거권을 낮추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가겠다.
이제 저와 오수경 후보는 제주녹색당 공동위원장으로 복귀한다. 곧 있을 세월호 촛불집회에 다시 참여하면서 활동가로 이어갈 것이다.

지난 5월 11일 고은영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현장. 지금의 두 비례대표 후보와 같이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했었다.
지난 5월 11일 고은영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현장. 지금의 두 비례대표 후보와 같이 손을 맞잡고 지지를 호소했었다. 고 후보는 선거가 끝난 뒤인 14일 "결국 언젠가는 오고야 말 것"이라며 자신이 아니더라도 '제2 고은영의 재도전'이 예고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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