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15일 기자회견 열어 11곳 업체명 공개
제주도정이 비공개 고집하던 에너지 다소비 건물, 11개 건물이 제주 전체 16.5% 에너지 잠식

"관광시설·호텔 6곳이 서귀포 전체 소비량의 35% 사용, 비현실적이고 불공평한 에너지 소비 구조"

▲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측이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 업체명 11곳을 공개했다. ©Newsjeju
▲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측이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 업체명 11곳을 공개했다.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가 몇 차례의 정보공개 요청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비공개로 고집해오던 제주 지역 내 에너지 다소비 건물 업체명이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측에 의해 15일 공개됐다.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11곳의 업체명을 공개하고 제주도정 측에 이들 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감독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도정이 비공개를 고수한 이유가 있었다. 제주 전체 13만 758개의 건축물 중 단 11곳에서 제주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6.5%를 사용하고 있어서였다. 에너지 소비도 부익부 빈익빈이다.

11곳의 업체는 에너지 소비 순서대로 ▲제주신화역사공원(람정) 1만 1665toe ▲제주대학교병원 5279toe▲제주국제공항 5265toe ▲제주대학교 4671toe ▲중문관광단지 내 롯데호텔제주 4150toe ▲중문관광단지 내 호텔신라 3856toe ▲해비치호텔·리조트 3290toe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2975toe ▲섭지코지(휘닉스 중앙제주) 2504toe ▲한화아쿠아플라넷 제주 2339toe ▲메종글래드제주 2153toe 순이다.

공개된 업체들을 보면 11곳 중 단 3곳만이 공공시설(공항, 제주대병원, 제주대학교)이며, 나머지 8곳이 모두 관광·숙박시설이다.

시민사회 및 언론에서 정보공개 요청이 있었지만 제주자치도는 사기업의 영업 침해가 우려돼 영업 비밀에 해당된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반면, 서울시는 업체명을 홈페이지에 전면 공개하고 있었고, 다른 지역 역시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통해 대부분 공개했으나 유독 제주만 이를 거부했다.

이에 재차 정보공개 청구 요청이 제기됐고, 제주도정은 11곳 중 4곳만 공개했다. 당시 공개된 곳은 3곳의 공공시설과 한화아쿠아플라넷 뿐이었다. 한화아쿠아플라넷의 경우는 관광시설임에도 해양생물들의 보호, 관리의 공공적 측면도 있었기에 공개됐었다. 이 외 사기업은 여전히 공개하지 않아왔다.

제주신화역사공원(제주신화월드) 내 신화테마파크.
▲ 제주신화역사공원(제주신화월드) 내 신화테마파크.

이날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측이 공개하면서, 제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곳은 제주신화역사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한 해에 1만 1665toe(석유환산톤)의 에너지를 소비했다. 석유환산톤(toe)은 석유 1미터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량을 나타낸 단위다.

제주신화역사공원의 1만 1665toe은 제주대학교병원과 제주공항이 사용한 에너지 총량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곳에서 내뿜어진 온실가스는 2만 4538t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으로, 병원과 공항이 배출한 양을 넘어섰다. 이러다보니 신화역사공원 한 곳에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서귀포시 전체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14.7%를 잠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곳 중 6곳이 서귀포시에 몰려있는 관광시설인데, 이 6곳이 서귀포시 전체 건물의 35%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확인된 지난 2020년 서귀포시의 총 건물 수는 4만 5202곳이며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7만 9290toe이었다. 

건축물 한 곳당 평균 한 해 1.75toe을 소비하는 것이나, 제주신화역사공원 단 한 곳에서만 6665개의 건물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나머지 5곳의 관광시설이 사용하는 양을 합하면 서귀포시 전체의 35%를 소비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곳은 제주신화역사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한 곳에서 발생하는 석유환산톤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주국제공항과 제주대병원을 합한 것보다 높았다.
▲ 제주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곳은 제주신화역사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한 곳에서 발생하는 석유환산톤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주국제공항과 제주대병원을 합한 것보다 높았다.

이를 두고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 측은 "서귀포시 건물 에너지 총 소비량의 1/3을 넘어는 양을 고작 6곳에서 소비하고 있다. 대놓고 에너지 불평등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공익도 아니고 사기업의 매출이익을 보장해주고자 에너지를 과소비해 제주를 기후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제주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이들 11곳의 건물이 사용하는 총 에너지 소비량이 제주 전체의 16.5%에 달한다"며 "이렇게 비현실적이고 불공평한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제주에서 탄소중립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적시했다.

이에 이들은 제주특별자치도에 이들 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직시하고 스스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자발적 감축 계획을 마련하고 시행토록 제주도정이 감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도시계획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심의 등에 탄소중립 영향평가 항목을 신설하고 개발사업 진행 시 절전설비와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자원순환을 위한 일회용품 사용제한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덧붙여 요구했다.

이와 함께 최근 대선 후보 토론을 통해 주목된 'RE100'을 건물 분야에 적용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선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도 촉구했다.

허나 업체명도 공개를 거부하는 제주도정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탈핵·기후위기 제주행동은 곶자왈사람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 제주환경운동연합 등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정의당, 진보당, 제주녹색당 등 13개 단체 및 정당들로 구성된 시민사회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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