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강병삼 부적격 후보자 제주시장 임명 결정
어떤 비판 받아도 달게 받아야... 후폭풍은 다 자기 몫

▲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Newsjeju
▲ 오영훈 제주도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Newsjeju

민선 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출범한 지 이제 딱 두 달이 됐다. 허니문 기간이 살짝 겹쳐있을 법한 이 시기에 오영훈 지사는 시작부터 향후 민심을 좌우할 중대 위기를 맞이했다.

오영훈 지사는 지난 22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시장 인사청문특별위원회로부터 건네받은 부적격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받고서도 23일 이를 무시하고 강병삼 후보자를 제주시장에 임명을 강행했다.

이제 오 지사는 모든 비판을 달게 받아야 하며, 후폭퐁은 죄다 자신 몫이다.

과거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판단을 무시하고 제주도지사가 임명을 강행한 사례는 매우 많다. 매우 많다고 해서 오영훈 지사도 그렇게 해도 된다는 게 아닐터다. 그 매우 많은 경우가 모두 100%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결정에 의해 나온 사례여서다.

원희룡 전 지사는 민선 6기와 7기 도정에서 수차례 부적격 청문보고서에 아랑곳하지 않고 임명을 강행해왔다. 

상위법에 근거한 인사청문 외에 행정시장이나 출자·출연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청문은 지난 2014년 10월께부터 이뤄졌다. 당시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후보자가 인사청문 결과 '부적격'이 명확히 명시됐다. 집행부와 의회가 서로 동의하에 처음 실시한 인사청문이었으나, 원희룡 지사는 의회의 판단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해 인사청문 첫 도입 시행 때부터 큰 갈등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이후에도 원희룡 전 지사는 인사청문 결과에서 '부적격' 혹은 사실상 '부적격'에 이르는 판단을 내린 후보자에 대해서도 모두 임명을 강행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후보자부터 정무부지사, 제주시장, 서귀포시장, 제주연구원장 등 자기멋대로 인사전횡을 행사했다.

물론 법적 구속력이 없던 보고서라 도지사가 반드시 보고서의 결과대로 인사권을 행사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보고서는 도민들의 의견을 대표한 결과다. 이를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했으니 인사권 존중과는 별개로 비판받아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때문에 이번에 오영훈 지사가 강병삼 후보자를 제주시장에 임명한 건, 원희룡 전 지사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건 필연적이다

게다가 이미 오영훈 지사는 경제통상진흥원장 등 출자·출연기관장에 이미 선거공신 인물들을 앉혀놔 보은인사를 단행하고 있다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두 행정시장 후보마저 선거공신 인물들로 내세우고, 부적합 판단까지 받았는데도 임명을 강행해 더욱 더 '원희룡 전 지사'처럼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을 떠안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니 '오영훈 지사도 원희룡 전 지사와 다를 바 없다'라거나 '민선 8기 도정이라고 해서 뭐 다를 게 없네' 등의 혹평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영훈 지사다. 

도지사직에 취임할 때도 도의원과 국회의원 경험을 살려 스스로를 '의회주의자'라고 강조했었다. 그럼에도 의회의 판단을 무시하고 임명을 강행한 건, 누가봐도 '내 사람 챙기기'가 더 중요했다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질 않는다. 내 사람 챙기는 게 민선 8기 제주도정의 슬로건인 '다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로 가는 길이 된다는 말인가.

결국 오영훈 지사는 원희룡 전 지사와 다를 바 없게 됐다. 변화를 갈망해 온 제주도민의 기대를 완전히 꺾어놨다.

이제 민선 8기 시작이다. '다함께 미래로, 빛나는 제주'라는 멋드러진 슬로건을 내세우고 출범한 제주도정이다. '빛나는 제주'를 만드는데 오영훈 지사 자기만의 독단적 철학으로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자, 큰 오산이다. 

오영훈 지사는 민선 8기 제주도정을 출범시키면서 '도민'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그 더운 땡볕에 많은 도민을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모셔놓고 그렇게도 도민을 위하겠다고 했다. 아이러니한 건, 원희룡 전 지사 역시 늘 그랬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위기가 닥쳐 올 때마다 도민만 바라보겠다고 주구장창 감언이설로 속여왔던 그였다.

이러니 남은 민선 8기 4년, 출범 두 달째인 초기부터 제주의 변화가 기대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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