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질문시간 허비, 대놓고 호의, 맹공 퍼부운 도의원 등 다양

지난 3월 31일에 개최됐던 백경훈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파행됐다가 5일 재개됐다.

인사청문이 파행됐던 사유가 예정자의 재산 신고사항 자료 누락이었기 때문에 이날 재개된 인사청문에선 이 사안에 대한 의혹이 집중 제기될 것 같았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건질 게 없는 '맹탕'이었다.

시작은 나름 선방했다. 김기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이도2동 갑)이 파행 사태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예정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의 병역회피 의혹 등을 연거푸 제기했다.

허나 이후 강경문 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은 제대로 된 질문조차 못해보고 시간을 허비했고, 강봉직 의원(더불어민주당, 애월읍 을)은 예정자의 재산 신고 자료에 되려 엉뚱한 질문을 던져 주변을 당혹케 했다. 

그런가하면 송영훈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원읍)은 대놓고 예정자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 줄 수 있게 배려 차원의 질문들만 던졌다. 임정은 의원(더불어민주당, 대천·중문·예래동)은 앞선 의원들의 질문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현기종 의원(국민의힘, 성산읍)만이 직전 파행에 따른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 김기환, 현기종 의원. ©Newsjeju
▲ 김기환, 현기종 의원. ©Newsjeju

# 냉탕

김기환 의원은 먼저 직전 인사청문회 파행에 대한 자료 제출이 부실했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부터 시작했다. 백경훈 예정자가 "지적에 공감한다"고 하자, 김 의원은 "추가 자료를 보면 일부러 누락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 예정자는 "자료를 뽑아 놓긴 했는데 자녀에 대한 자료가 늦게 취합됐고, 자료 제출기한이 지나버려 그렇게 됐던 것"이라며 "사실은 딸의 소득이 적어 소득증명을 떼려니 딸에게 미안해서 제 때 자료를 취합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론 제 불찰이라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백 예정자의 부동산 소유 이력을 훑었다. 질의응답에 따르면, 백 예정자는 지난 2014년에 화성시에서 2억 3000만 원 짜리의 아파트를 분양받고 2015년에 입주했어야 하나, 3년 뒤인 2017년에 5억 2000만 원에 팔아 약 3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 또한 2015년에 진주시의 LH아파트를 특별분양받고 잠깐 혼자 거주했다. 백 예정자의 본적은 수원시다. 화성시와 진주시 아파트 두 채 모두 전입 신고(주소 이전)를 한 적이 없어 '부동산 투기'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백 예정자는 "수원시 임대주택에 살고 있었다"며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을 갖기 위해 화성 동탄지구의 아파트를 분양받고 이사가려 했으나 LH가 2015년 5월에 진주시로 이전해버려 거주하지 못했다고 소명했다. 또한 정부가 2015년 7월에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특별공급으로 진주시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허나 진주로 내려간 후 2017년에 다시 서울로 발령나면서 진주시의 아파트도 임대를 내주다가 2020년에 매도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긴 했으나 백 예정자의 소명으로 '투기' 의혹이 옅여지자, 의원들은 더 자세히 파고들지 못했다.

이어 김기환 의원은 백 예정자의 아들이 2021년에 외국국적을 취득하면서 병역을 회피한 정황을 따져 물었다. 백 예정자는 "아들이 94년생인데 2006년부터 오스트리아로 넘어가 혼자 살았다"며 "그러다보니 한국에 오면 적응을 잘 못했고, 해외서 워낙 오래 살다보니 본인 의지로 국적을 바꾸겠다 해서 그 결정을 존중해주고자 그렇게 된 것일 뿐, 병역면제를 위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백 예정자의 아들이 최근 취업한 회사가 '페어퍼 컴퍼니' 같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국 분이 차린 회사 같던데 어떤 회사인지 알 수가 없다"며 "통상적으로 국외 실적이 없는 회사들을 보면 보통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역외탈세를 의심받는데 이 회사가 딱 그런 형태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이에 백 예정자는 "올해 2월에 거기로 옮겼던데 저도 잘 모른다. 아시아 기업들이 유럽에 진출할 때 투자자문을 해주는 회사인 정도인 걸로만 안다"고만 소명했다.

현기종 의원은 직전 인사청문 파행 문제를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특히 현 의원은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다"며 파행 사태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한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발언에 반박하기도 했다. 당시 오영훈 지사는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청문이 연기되려면 명확한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구체적인 근거가 있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현 의원은 "오늘 추가 제출된 자료를 보면 청문을 연기할 이유가 차고 넘친다"며 "그렇지 않으면 집행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임명하는데 의회가 거수기 역할을 해달라는 것이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현 의원은 "도정과 소통만 되면 의회를 무시하고 도민을 기만해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제주도정과 예정자에게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파행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고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백 예정자는 거듭 본인에게 있다면서 재차 사과했다. 

▲ 송영훈, 임정은 의원. ©Newsjeju
▲ 송영훈, 임정은 의원. ©Newsjeju

# 온탕

송영훈 의원은 질문 시작부터 지난 2017년에 대통령 표창을 받은 공적을 언급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백 예정자가 공적을 설명하자, 송 의원은 "그런 경험들로 만약 (사장에)임명된다면 도민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많이 고민해달라"고 주문하면서 도개발공사의 재정관리 계획을 물었다.

백 예정자는 "아직은 부채 규모가 크게 변동이 없으나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초기에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건 뻔하다"며 "LH 시절 추진했던 여러 사업들을 통해 공사의 자금분담을 완화시켜 재무악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거대 공룡 부채기업이었던 LH를 많이 개선시킨 경험을 살려 좋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예정자는 "물론 LH에서 땅투기 사건으로 경영평가 등급이 최하위를 받은 적 있으나 아무리 조직이 열심히 해도 어떤 부패나 사고 등으로 신뢰를 잃으면 회복하기가 매우 어렵기에 개발공사에 오면 신뢰를 잃지 않도록 부패와 안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임정은 의원은 앞서 김기환 의원이 질의했던 내용을 반복했다. 재산신고 누락과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 외 별다른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 강경문, 강봉직 의원과 송창권 위원장. ©Newsjeju
▲ 강경문, 강봉직 의원과 송창권 위원장. ©Newsjeju

# 맹탕

강경문 의원은 질의 시간(15분)의 대부분을 엉뚱하게도 자신을 변호하는데 할애했다. 지난달 31일 인사청문회 파행 단추를 자신이 눌렀다고 인식해서인지, 질문시간 내내 왜 파행을 하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강 의원은 자녀의 해외여행 이력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는 듯 싶더니 질문 방향을 잡지 못한 듯, 해외 출입기록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달라는 것으로 대신했다. 때문에 백경훈 예정자는 제대로 답변할 게 없었다.

강봉직 의원은 더는 따져 물을 게 없는 백경훈 예정자의 재산신고 목록 때문인지 논리가 맞지 않는 질문을 던져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강봉직 의원은 "정말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나 싶다. 아니면 재산을 숨겼거나..."라며 "재산을 이렇게 관리했다면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으로서 어떻게 경영을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백경훈 예정자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게 없는 보통의 직장인이 대개 이렇게 지내 온 게 정상적인 게 아니냐"고 항변하면서 "이걸 대체 왜 회사 경영과 결부지어 보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반문했다.

그러자 강 의원은 자신의 질문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했는지 "보통 고위직에 있는 분들이 재산을 늘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런 의문이 들었던 것"이라며 무마하려 했다.

송창권 위원장은 예정자가 기고나 칼럼을 쓴 게 전혀 없고, 적십자 회비 납부 실적 전무 등 봉사나 어떤 대외적인 활동도 없는 점을 지적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어 송 위원장은 백 예정자가 LH에서 30년 이상을 근무했다곤 하지만 하나의 부서에서 3년 이상을 지낸 적이 없어 부서 이동을 너무 자주 한 탓에 전문성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허나 백 예정자가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걸 보고 바로 "전문가인 것 같다"고 말바꿔 평가하기도 했다. 자신이 이와 관련한 조례를 발의한 탓이다. 그러면서 송 위원장은 "만일 제주도정이 도개발공사에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 위탁을 주면 잘 수행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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