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방법원, 오영훈 '공직선거법' 여섯 번째 재판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캠프 관여 여부 쟁점
피고인 신분이자 증인 나선 컨설팅 대표 A씨
"불법 선거운동 이용 당한 것 같아"
"후보의 뜻이라 생각하면 돼"라고 들었다 증언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여섯 번째 1심 재판에 참석했다. 올해 1월18일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첫 번째 재판(3월22일)이 시작된 뒤 3개월이 흘렀다. 마라톤 재판의 연속이다.

재판은 피고인 신분인 컨설팅대표 A씨가 증인으로 나섰다. A씨는 1차 공판준비기일부터 혐의를 인정한 인물이다. 공판 쟁점은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이 사전에 기획됐는지 혹은 캠프에서 관여한 사안인지 여부였다. 

A씨는 "내가 하는 말은 후보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돼"라고 사단법인 대표 B씨이자 캠프에 몸담았던 인물의 답변을 상기했다. 

14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도지사, 정원태 서울본부장, 김태형 대외협력특보, 사단법인 대표 B씨, 컨설팅대표 A씨 재판을 진행했다.

증인석에 자리한 컨설팅대표 A씨는 2022년 5월16일 오영훈 당시 도지사 후보자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에 관여됐다. A씨는 도외 지역 4개 기업을 모집했고, B씨는 도내 7개 상장기업을 모집했다. 

검찰은 도내 사단법인 대표로 있는 B씨가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관여,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행사에 업체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판단한다. 

업체 대부분도 상장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공약이 성공될 것처럼 포장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또 A씨는 같은 해 6월 B씨의 사단법인 자금으로 550만원을 컨설팅 명목으로 전달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 해외에서 컨설팅대표 일을 맡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2021년 제주도내 대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다가 B씨를 처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도지사 선거가 열린 해인 2022년, 처음 B씨와 연락은 대부분 개인 사업을 위한 구상이 밑바탕이었다. 같은 해 3월29일 B씨를 통해 A씨는 오영훈 후보자 신분과 처음 대면했다. 당시 오 후보자는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오영훈 후보자가 자리를 뜨자 함께 동석했던 캠프 관계자는 도지사 1호 공약이 '상장 공약'이라고 귀띔했다. 

2022년 4월13일, B씨는 A씨에게 '공약과 관련된 구체적인 묘안을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관련된 문자와 피드백은 계속됐다. 공직선거법 혐의가 된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 구상은 이 시점부터 조금씩 윤곽이 생겼고, 5월 구체화됐다. 

검찰은 선거캠프에 속한 B씨가 협약식과 관련된 문건을 캠프와 공유하고, 함께 구상한 것이냐고 물었다. A씨는 "직접 확인은 못 했지만, B씨의 대화를 통해 공유됐다고 짐작했다"고 답했다. 

'상장기업 20개 만들기'와 관련된 내용과 일정 조율과 도외 업체 섭외 등 B씨의 부탁이 많아지자, A씨는 의심도 했다고 말했다. 선거캠프에 속한 B씨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숙제를 떠미는 것인지, 혹은 오영훈 후보자의 필요에 의한 쓰임인지 여부다.

의문을 던진 질문에 B씨는 "참 의심이 많네. 믿어야 해. 내가 하는 말은 후보의 뜻이라고 생각하면 돼"라는 답변을 했다고 A씨는 진술했다.

5월16일 열린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서 서명란도 A씨가 작성했다고 했다. 초안은 오영훈 후보자 서명란도 있었으나 최종본은 빠진 이유를 검찰은 물었다. A씨는 "B씨가 말하길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 있어서 뺐다'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혐의를 인정한 A씨가 지난해 검찰 조사 도중 '탄원서'를 쓴 사안도 언급했다. 탄원서는 '불법 선거운동에 이용당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는 "그때 당시는 아쉽고 억울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변호사를 통해 공직선거법이 규정하는 범죄의 이해도 가 있다"면서 "자백하는 것이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오영훈 변호인은 반대 신문을 통해 협약식 도움이 선거캠프에서 공식적으로 요청한 사안인지 추궁했다. A씨는 "B씨를 통했고, 직접적으로 캠프 측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B씨가 '캠프를 위해서 도와달라'라는 표현을 했느냐"고 거듭 물었고, "만일 캠프에서 취지가 아니라면 방향성이 다르다고 말했을 것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오 변호인은 "그것은 추측으로, 캠프가 주도한 발언이 있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A씨는 "제가 캠프의 조직도를 정확히 본 것은 아니지만, B씨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봤다"고 했다. 

혐의를 자백한 이유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질문을 던졌다. 행여나 한국과 외국을 오가면서 사업을 하는데 (장기간 진행되는 재판 소요 시간이) 방해가 될까 봐 '자백'을 했느냐는 것이다. 

A씨는 "그런 이유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고, 변호인의 상의를 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16일 오영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열렸던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도 실체 없이 허술하게 진행된 단발성 협약이라는 진술도 나왔다. 

A씨는 "도지사 후보 상대 정당에 있는 대표의 제주방문으로 이슈를 가져갈 수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들었다"며 "협약식도 구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고, 서울과 향토 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 구성이 아니라 실망했다.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본다"고 회상했다. 

법원은 다음 재판에 피고인 B씨를 증인석에 불러 속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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