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공항에 테러 글 게시 혐의
"경찰이 나 찾을 수 있나?"···IP 해외 서버 우회 및 노트북 초기화까지
제주경찰 "너 꼭 잡는다"···발빠른 추격과 수사 '구속'

▲ 제주국제공항에 배치된 장갑차와 무장 경찰 / 사진제공 -제주경찰청 ©Newsjeju
▲ 제주국제공항에 배치된 장갑차와 무장 경찰 / 사진제공 -제주경찰청 ©Newsjeju

"경찰이 잡을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며 테러 예고 글을 올린 작성자의 말로는 구속이었다. 추격을 따돌리려고 IP를 해외로 우회하고 범행에 쓰인 노트북을 초기화했지만, 제주경찰 사이버수사대의 집요함은 피하지 못했다. 

피의자는 30대로 지난달 제주국제공항에 폭발물 설치와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다. 이 남성은 제주공항뿐만 아니라 김해, 대구, 인천, 김포공항에도 유사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제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제주 등 국내 주요 공항 '테러' 예고 글 작성자 검거>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이버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구속된 A씨(30대. 남. 서울)는 '협박',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도 추가 검토 중이다. 

A씨는 올해 8월6일 밤 9시7분쯤 국내 모 커뮤니티에 강력 범죄를 예고하는 글을 올렸다. 

내용은 8월7일 오후 2시 제주공항에서 폭탄 테러를 하겠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이미 제주공항에 폭탄을 설치했고, 사람들을 흉기로 찔러 죽이겠다고 명시했다. 

이 사안으로 제주경찰청은 IP 추적과 동시에 제주국제공항에 특공대를 투입해 폭탄 여부를 정밀 수색했다. 또 살인을 예고한 당일, 경력을 제주공항에 배치해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유관기관을 제외한 낭비된 경력만 300명이 넘었다. 

A씨는 6일 밤 제주국제공항을 시작으로 김해공항(9시19분), 대구공항(11시16분), 김해공항(8월7일 0시18분), 인천공항(8월7일 0시26분), 김포공항(8월7일 0시42분)에 순차적으로 '테러 예고' 글을 게시했다. 

각 경찰청은 테러 예고 작성자를 찾기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IP는 여러 나라 해외로 돼 있어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발물 테러'와 '살인 예고' 글 / 해당 사이트 갈무리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폭발물 테러'와 '살인 예고' 글 / 해당 사이트 갈무리
▲ 국내 주요 공항 대상 테레예고 글 게시 현황 / 제공 - 제주경찰청 ©Newsjeju
▲ 국내 주요 공항 대상 테레예고 글 게시 현황 / 제공 - 제주경찰청 ©Newsjeju

제주경찰청은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해외 서버 IP는 가짜로, 국내에서 글을 올린 뒤 우회한 사안을 파악했다. 또 실제로 글을 게시한 지역이 서울이라는 것과 피의자를 지난달 말 특정했다. 

사이버수사대는 8월 말 서울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이달 초 진술조사에 나섰다. A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포렌식 결과 등 경찰이 제시한 증거를 보여주자 결국 시인했다. 

컴퓨터 관련을 전공한 A씨는 "경찰이 잡을 수 있을지 시험하고 싶었고, 찾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성훈 제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익명으로 IP를 변경하고, 컴퓨터와 휴대폰을 초기화해 추적을 피했지만, 경찰의 전문역량으로 검거했다"며 "무분별한 흉악범죄 예고 글은 반드시 잡힌다"고 경각심을 강조했다. 

한편 법무부와 경찰청 등은 A씨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도 손해배상청구 소송도 나설 방침이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달 24일 '살인 예고' 게시자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해배상청구로 형사처벌과 함께 장난으로 올린 글로 현장 출동 등 공권력(혈세)이 낭비되는 현실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A씨가 작성한 글로 제주공항에 투입된 경력만 300명이 넘고, 여러 낭비된 사안이 있는 만큼 소송 청구 액수 책정도 관심 대상이다. A씨 경우는 제주공항을 포함해 전국 5개 공항에 '테러' 글을 올려 억대 손해배상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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