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지상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 중에 갈등이라는 단어가 있다. 지면을 잠시 들여다보면 ‘해군기지건설에 따른 사회적 갈등’, ‘지방선거 이후 지역간 갈등’, ‘여당과 야당의원 간의 정치적 갈등’, ‘교육청과 전교조 갈등’, ‘제주의료원과 노사 갈등’, ‘아파트 위 아래층과의 이웃갈등’ 등 거의 매일같이 신문에 한 쪽을 채우고 있다.

칡넝쿨의 갈(葛)과 등나무의 등(藤)이 합해 이루어진 갈등(葛藤)은 칡넝쿨과 등나무가 서로 뒤엉킨 모습을 이르는 것으로 일이 까다롭게 뒤얽히어 해결하기 어려운 형편을 일컫는다. 즉, 칡넝쿨은 시계가 돌아가는 반대방향으로 감싸며 올라가는 반면 등나무는 시계방향으로 감싸며 올라가기 때문에 두 식물은 아무리 길게 뻗어가도 만날 수가 없다. 갈등이란 어원이 이 두 나무의 줄기 모습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식물을 바라보는 관찰력과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갈등의 유형을 살펴보면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두개 이상의 욕구에 직면할 때 생기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 사회 내 각 이해집단과 이해당사자들 간의 대립과 충돌인 정책갈등․공공갈등인 사회적 갈등, 노동자와 사용자 간의 이해상충과 대립으로 생기는 노사갈등, 국가 간의 대립과 마찰로 생기는 국가갈등이 있다. 이외에도 이념적 차이에서 오는 노선상의 갈등과 교단의 갈등 그리고 부부간․고부간의 갈등에 이르기까지 해결해야할 갈등이 수없이 산재해 있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 구성과 1995년 지방 동시선거 이후 본격적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되면서 중앙정부의 각종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되고 자치단체 간의 경쟁심화, 시민단체의 활발한 정책참여 등으로 정책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내 집 앞에는 절대로 혐오시설을 허용할 수 없다는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현상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이기주의로서 이 현상이 나타난 건 민주주의 성장과 함께 자기 권리를 찾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결과로 볼 수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갈등의 빈도나 강도가 심화되어 가는 상황에서, 많은 국책사업들이 정책갈등으로 인하여 국가나 지역사회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불신과 비능률을 없애고 사회분위기를 역동적으로 생동감이 넘치게 할 수 있는 합리적 정책갈등관리가 매우 필요한 시기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2011년 해외 트랜드 키워드로 ‘갈등과 조정’을 제시하였다. 올해는 각국 정부의 자국이익 우선정책으로 국제공조가 약화되고 국가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고 하였다. 무역불균형과 환율갈등에 지역안보 문제까지 겹치며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갈등은 어느 사회에서나 있기 마련이고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시민의식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갈등을 보는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며 갈등이란 조직의 장애요소로서 생산성을 저해시키고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과 분쟁을 일으켜 불필요한 비용을 유발하는 존재로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다루어져왔다.

하지만 사회갈등은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바람직한 방향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데 궁극적인 역할을 해오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갈등은 피할 수 없으므로 갈등이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고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악순환(惡循環)을 선순환(善循環)으로 변화시켜 윈윈(Win-Win)전략으로 추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정책갈등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힘으로 문제를 풀기보다는 대화와 협력을 통하여 서로 상생하는 노력이 품격 있는 사회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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