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탑아래 초집 싯던 디는


메와젼 높은 방파제가 되어부렀져


수몰지구 사롬덜이 냇창 소곱에 들어간 혼모실을 야개기 늘리우멍 보래어보듯


난 방파제 우이 사둠서 초집을 생각허네


 


저실이 짚어지민 탑아래는 바당고웃이라


큰큰헌 절이 지붕 웃터래 자락 지치는디


어욱보단 얄른 새로 꼬운 지붕 소곱은


촘생이, 굼벵이, 주냉이가 살곡


울담 고망으론


중이영 고냉이영 게염지도 댕기곡


바당물 번번헌 마당엔


골개비도 살곡


밤부리도 놀아왕 꼴랭지 동그곡


발 터럭 북삭헌 촘깅이도 살곡 지냉이도 살곡...


무사 산디사 눈이 비작비작허여점싱게


 


정지 요핀 물허벅


정지 문 뒤인 물항


살레 소곱엔 촘지름 좋아허는 공증이


볼그릉헌 지름버랭이, 성가신 포리덜


정지 천장 요핀 돍새기 나는 둥지영


몰린 복쟁이영 옥돔이영 담배풀섶도 싯곡


목커리 어염 몰막엔 조랑몰


통시엔 똥먹는 검은 도새기


뒤팬 우잣엔 분꽃, 땅꽃, 수선화, 살살이꽃


토끼장엔 토끼, 개집인 강생이...


허첨, 주책어신 눈물이 질질 나왐쪄


 


밥 때마다 식솔덜은 숟가락 전쟁을 했주


하르방, 아방은 또로 상 촐련 드리곡


할마니, 어머니, 고모는 밥 호꼼 먹당 말곡


나, 동싱, 큰누이, 셋누이, 말젯누이, 족은 누이


다섯개의 숟가락이 보리밥 좁썰밥 감저 논 밥을


지만 하영 먹젠 양푼이에서 투왁투왁 도투다가


쥐어박고, 좁아톨리곡, 곡지곡, 물어 튿다가


누웡둥글멍 들럭퀴당 회초리 맞아사 끝났주게


나신디 낚시 묶으는 법과 집줄 놓는 법이영


하간 영 맹그는 법도 가르쳐주신 하르바님도


가지 맙센 허여도 갈 더레 가 부난 생각남쪄


동문시장 괴기포는 디서 괴기 풀당


교복입은 내가 오민 솔째기 돈 주던 할머니도


가민 안되는디 갈 더레 가 부난 너미 석석허다


물질도 못허고, 밭 일도 못허연


시어멍신디 구박만 받단 일본으로 밀항허연


돈 벌레 갔단 서방신디 버림받고 자식신디 미움 받아도


새끼덜 생각으로 하간 미안헌 생각으로


빙이 들어지난 오꼿 갈 띠 가븐 어머니...


엉엉, 이 작산 아덜아 웨울르멍 울어지네


고향 바당 앞이서 발버덩 아자둠서 실피 우네


울멍 시르멍 중중허당 소리 어시 웃엄싱게


두루에 되젠 햄신디사 빙세기 웃으멍 울엄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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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구정헌 탑아래 초집


-그리운 탑하동 초가집


 


내 고향 탑하동 초가집 있던 자리는


매립되어 층 높은 방파제가 되었네


수몰지구 사람들이 강물 속에 잠긴


동구 밖을 고개 늘어뜨리고 바라보듯


나는 방파제에 서서 초가집을 그리네


 


겨울이 심해지면 탑하동은 해일로 넘쳐


집채만한 파도가 지붕을 넘나드는데


태풍이 불어도 파도가 지붕을 덮치는데


억새보다 부드러운 새로 엮은 지붕엔


참새가 살고, 굼벵이가 살고, 지네가 살고,


집 돌담 구멍으로


쥐가 다니고, 고양이가 다니고, 개미가 다니고


잔물 훙건한 마당에는 지렁이도 살고,


맹꽁이도 살고,


잠자리도 날아와서 꽁지를 담그고


큰엄지붉은털게도 살고, 지렁이도 살고....


웬일인지 주책없이 눈물이 다 나네


 


부엌 옆엔 물허벅


부엌 문 뒤엔 물항


살레 속엔 참기름을 좋아하는


귀뚜라미, 바퀴벌레, 파리 떼


부엌 청장엔


닭 둥지, 말린 복어 옥돔, 마른 담배


대문 마구간엔 조랑말


뒷간엔 똥 먹는 검은 도새기


뒤뜰엔 분꽃, 채송화, 수선화, 코스모스


토끼장엔 토끼, 개집엔 강아지....


생각할수록 눈물이 더 많이 나네


 


끼니 떼마다 식구들은 숟가락 전쟁을 했었지


할아버지와 아버지만 따로 상 차려 드시고


할머니, 어머니, 고모는 밥 드시다가 수저 놓으시고,


나,남동생,큰누이,셋누이,말젯누이,족은누이


다섯개의 숟가락이 보리밥,조밥,감저 썰어 놓은 밥을


많이 먹겠다고 숟가락 싸움하다가


쥐어박고 꼬집고 할퀴고 물어뜯고는


대성통곡하며 회초리 맞아야만 전쟁이 끝났지


나에게 낚시 묶는 법을 가르쳐 주셨던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동문시장 어물전에서 생선 파시다가


교복입은 내가 오면 몰래 용돈 주시던 할머니


돌아가시고,


물질도 못하고 밭일도 서툴러서


시어머니에게 구박만 받다가 일본 밀항으로


돈벌러 가서 남편에게 버림받고 자식 그리다가


병들어 돌아가신 어머니...


엉엉, 늙은 이 아들이 소리내어 우네


고향 바닷가에 털석 주저않고 실컷우네


울다가 흐느끼다가 중엉거리다가 소리없이 웃네


정신병자 되려는지 실없이 웃으며 울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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