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기본계획안 도민설명회 29일 성산에서 진행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따른 기본계획안을 제주도민들에게 설명하는 첫 번째 자리가 29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됐다.

제주특별자치도와 국토교통부가 이날 오후 3시부터 '도민경청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가 기본계획안을 설명한 뒤, 찬성과 반대 측으로부터 각각 의견을 청취했다. 의견만 게진되고 이에 제주도정이나 국토부 관계자들이 답하진 않았다.

▲ 제2공항 1차 도민설명회 때 배포된 설명자료에서 언급된 가장 최근의 항공수요 예측 조사결과표. ©Newsjeju
▲ 제2공항 1차 도민설명회 때 배포된 설명자료에서 언급된 가장 최근의 항공수요 예측 조사결과표. ©Newsjeju

# 발표 때마다 바뀌는 수치들, 믿어도 되나

우선 국토부는 날로 혼잡해지고 있는 제주국제공항의 현 상황을 예로 들면서 이용객 편의와 안전 확보 측면에서 제2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가장 큰 증거로 항공수요 예측 자료를 들이밀었으나 발표 때마다 수치가 크게 변동돼 신뢰성에 의문을 던졌다.

과거 2015년 국토부는 사전 및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통해 2045년엔 각각 4557만 명, 4043만 명 등으로 예측했었으나 2019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3890만 명대로 줄어들었다. 이후 최신 자료를 반영해 2030년에 3441만 명, 2040년에 3689만 명, 2050년에 3840만 명으로 또 다시 감소했다. 

이를 두고 이번 제2공항 기본계획 용역을 맡았던 포스코 E&C 컨소시엄의 관계자는 "기존 수요 대비 약 2.6%가 감소했고, 다시 3.4%가 줄었으나 시설 계획을 변경해야 할 수준으로 변경된 건 아니"라면서 기본설계 및 실시설계 완료 시에 수요예측을 다시 시행할 예정이라며 "예측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면 기본계획 변경 검토가 가능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용역진은 이번 기본계획안은 제주도정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과의 협의 과정에서 일부 변경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제주 제2공항 총 사업비. 당초 4조 1000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6조 6742억 원으로 불어났다. 향후 늘어만 가는 토지가격과 건설 자재비를 고려하면 7조 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Newsjeju
▲ 제주 제2공항 총 사업비. 당초 4조 1000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6조 6742억 원으로 불어났다. 향후 늘어만 가는 토지가격과 건설 자재비를 고려하면 7조 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Newsjeju

# 공항 규모 줄었는데 사업비는 7조 원 가까이 불어나

예측 수요가 줄긴 했지만 공항의 비행장 크기는 2015년 사전타당성 조사 때와 같은 4-F로 규모로 건설된다. 4-F급 비행장은 B747-8이나 A380 등의 F급 항공기가 이·착륙 할 수 있는 크기다. 다만, 계류장은 E급 항공기(B777, A330 등) 기준을 적용했다.

이에 대해 용역진은 "항공수요 예측결과 F급 항공기의 정기적인 운항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장래 예측하지 못한 여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이를 고려했다"며 "현재 제주국제공항도 F급 항공기 교체 공항으로 지정해 운영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항공수요가 기존보다 감소한만큼 전체적인 사업부지나 유도로, 계류장 등의 규모가 모두 줄어들었다. 전체 부지는 760만㎡에서 토취장(80만㎡) 조성계획이 삭제되면서 550.6만㎡(공항부지)로 감소했다.

활주로의 길이는 3200m로 같으나 폭이 60m에서 45m로 줄었다. 평행유도로와 고속탈출유도로 역시 조금씩 짧아지고, 여객계류장은 당초 65개소에서 37개로소 크게 줄었다. 대신 제빙계류장 7개가 추가됐다.

여객 터미널은 항공수요 예측을 통해 국제선이 줄고 국내선에서 증가된 결과가 그대로 반영됐다. 국내선 터미널은 당초 계획보다 커졌고, 국제선이 작아졌다. 전체 터미널 면적도 기존보다 줄었다. 대신 공항진입로와 기존도로 이설, 공항외곽도로 규모들은 진입성은 높이기 위해 크게 늘렸다.

전체적인 시설규모는 줄었지만 반대로 사업비는 크게 늘었다. 맨 처음 2015년 11월 사전타당성 검토용역 때 4조 1000억 원으로 발표됐던 용역비에서 2조 5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2016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4조 8740억 원이었고, 2019년엔 5조 1200억으로, 다시 이번 기본계획안엔 6조 6674억 원으로 명시됐다. 허나 갈수록 늘어나는 인건비와 자재비, 토지보상비 등을 고려하면 최종 사업비는 7조 원대로 늘어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사업타당성을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용 투입 대비 경제성 효과분석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항공수요가 줄었지만 7조 원이나 투입해 지어놓고 군산이나 대구공항처럼 '빈 공항'으로 전락하게 될 경우가 문제라는 것이다.

▲ 제2공항 시설 규모 및 배치계획 중 장애물 검토. 항공기의 북측 이·착륙 방향에 하도리 철새도래지가 분명히 포함돼 있다. 용역진은 항공기 고도보다 장애물 제한표면이 낮아 조류 충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조류가 몇m의 고도까지 날아다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Newsjeju
▲ 제2공항 시설 규모 및 배치계획 중 장애물 검토. 항공기의 북측 이·착륙 방향에 하도리 철새도래지가 분명히 포함돼 있다. 용역진은 항공기 고도보다 장애물 제한표면이 낮아 조류 충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조류가 몇m의 고도까지 날아다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Newsjeju

# 문제의 가장 핵심, 조류 충돌성 언급은 아예 빠져

무엇보다 이번 제2공항 건설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건 조류 충돌 위험성이다. 허나 이날 배포된 설명자료엔 이 부분이 통째로 빠져 전혀 아무런 언급도 되지 않았다. 배포된 자료가 제2공항 건설 용역사인 포스코 E&C 컨소시엄에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반대 측 주민들은 자료의 형평성에 문제를 삼기도 했다. 

시설규모 및 배치계획을 보면 명백히 하도리 철새도래지가 항공기의 이·착륙 방향에 포함돼 있으며, 하도리 철새도래지 상공 242m가 장애물 제한표면으로 설정됐다. 항공기의 고도는 이 지점에서 약 497m이기 때문에 조류와의 충돌 가능성이 적다고 표시됐다.

철새들이 상공 몇m까지 날아다닌다는 명확한 데이터가 없으면 이 상태로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데도 용역진은 이 부분에 대해 제주도정과 협의를 거쳐 철새도래지의 존치 여부를 협의해야 한다고만 기술할 뿐이었다. 즉, 이 계획대로라면 하도리 철새도래지는 옮겨져야만 하는 상황이다. 허나, 이번 설명회에선 그에 대한 내용이 전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 제주 제2공항 제1차 도민경청회가 29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배포된 설명자료. 포스코 건설 E&C 컨소시엄이 작성한 것이어서 설계 방향 위주로 언급됐을 뿐, 민감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Newsjeju
▲ 제주 제2공항 제1차 도민경청회가 29일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개최됐다. 이날 배포된 설명자료. 포스코 건설 E&C 컨소시엄이 작성한 것이어서 설계 방향 위주로 언급됐을 뿐, 너무 요약돼 있어 충분한 정보 전달엔 한참 부족했다. ©Newsjeju

# 너무 요약된 설명자료... 정말 도민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전달될까

이와 함께 소음영향 분석에선 총 362가구가 제2공항에 의한 소음 피해를 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구좌읍 38가구와 성산읍 324가구다. 이 가운데 소음피해 인근지역에 205가구(구좌읍 38, 성산읍 167)가 있으며, 소음대책을 세워야 하는 지역의 가구가 157가구(수산리 46, 난산리 30, 온평리 10, 신산리 46)로 조사됐다.

공항부지에 편입되는 가구는 난산리 1가구, 온평리 48가구로 총 49가구다. 때문에 이 49가구에 대해선 이전비용이 지원돼야 하는 상황이며, 소음피해 지역엔 각종 인센티브 지원정책들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용역진은 이주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이주할 단지를 조성하는 걸 제시했고, 소음피해 지원사업으로 방음 및 냉방시설, 전기료 및 수신료 지원, 각종 보상 및 지원사업을 명시하긴 했으나 이날 설명자료는 너무나도 요약된 내용들 뿐이라 주민들에게 구체적인 정보가 전달되기엔 불충분했다.

이 때문에 용역진은 이주단지 등 세부계획에 대해선 제주도정과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을 적시했다. 허나 토지보상에 대해선 원칙적으로만 접근했다. 토지보상법에 근거한 토지 보상액을 산정해 토지를 수용토록 했기 때문에 현재 토지거래 제한으로 묶인 사업대상지들의 토지 산정가격이 토지주들을 만족할 수가 문제가 발생한다.

이 외에 공항 및 주변지역 개발이익 공유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하고 지역주민 주도의 지원사업 발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사업부지 내엔 기념물 제17호인 혼인지가 통째로 들어가 있으며, 동굴 하나(서궁굴)가 포함돼 있다. 공항이 들어서면 많은 지방도로가 끊길 예정이라 공항 외곽도로 신설이 필요하다.

용역진은 주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제기되는 이슈를 검토해 기본 및 실시계획에 반영하겠다곤 했지만, 이날 배포된 자료엔 공항 시설계획만 담겼다. 다만, 제기되는 이슈를 검토해 기본 및 실시계획에 반영하겠다면서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에 따라 조류나 맹꽁이 서식지 조성 등을 추진하는 것으로 퉁쳤다.

▲ 제2공항 소음영향 분석표. ©Newsjeju
▲ 제2공항 소음영향 분석표. ©Newsjeju
▲ 제2공항 시설규모 및 배치계획도. ©Newsjeju
▲ 제2공항 시설규모 및 배치계획도. ©Newsjeju

한편, 제2공항의 1단계 목표연도는 개항 후 10년으로 설정됐다. 

현재로선 아무리 빨리 준공한다해도 2030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로부터 10년 후인 2040년께에 연 10만 5000회의 운항횟수로 연 1690만 명의 여객을 수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국제공항과 비교하면 딱 절반 수준이다. 현재 제주국제공항은 연 3150만 명 정도가 드나들고 있다. 개항 후 30년 후엔 연 12.5만회에 연 1992만 명의 여객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용역진은 제2공항의 건설 및 운영 기본 방향에 제주도정이 적극 참여해야 하고, 공항 운영수익의 일부를 제주에 환원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특히 현 제주국제공항과의 역할 분담방안에 대해선 제주도의 의견을 수렴해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 결정하도록 했다.

또한 제2공항이 친환경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해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충당하는 제로에너지건축물 1등급으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진 6조 6743억 원으로 총 사업비가 추산됐지만 앞으로 더 불어날지 모르는 토지보상비와 건설자재 원가를 고려해 7조 원대가 될 수 있는 재원조달은 기획재정부 및 사업시행자 등과 추후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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