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고성, 인신공격 난무했던 제2공항 설명회

찬성 측 주민들, 반대 측 주민 발언 때마다 인신공격성 발언 이어가
행사 주최인 제주도정 관계자 만류에도 계속돼 결국 '충돌'

▲ 사진 왼쪽부터 이번 제2공항 기본계획안 용역을 맡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관계자와 박찬식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 추진위원장, 강원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 ©Newsjeju
▲ 사진 왼쪽부터 이번 제2공항 기본계획안 용역을 맡은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의 관계자와 박찬식 제2공항 강행 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 오병관 제2공항 성산읍 추진위원장, 강원보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집행위원장. ©Newsjeju

당초 우려와 달리 29일 개최된 제주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는 큰 충돌 없이 무사히 진행되는 듯 했다.

실제 이날 오후 3시부터 성산국민체육센터에서 진행된 도민경청회에선 그동안 흔히 봐 왔던 피켓이나 현수막 등이 등장하지 않았으며, 국토부 관계자들의 출입을 방해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단상을 점거하지도 않았다.

제2공항 기본계획안 용역을 맡은 포스코 건설 관계자로부터 설명이 있고 난 뒤부터가 문제였다. 이날 행사 주최 측인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찬성과 반대 측 주민대표에게 각 16분씩의 의견 게진 시간을 줬고, 그 후 플로어에 있던 주민들에게 각 3분 씩의 발언기회를 부여했다.

허나 반대 측 인사들이 발언권을 얻어 주장을 펼칠 때마다 찬성 측 주민들이 야유와 고성을 일삼으며 연신 발언을 방해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정 관계자는 반대 측의 발언이 찬성 측의 시비로 중단될 때마다 "이 자리는 양 측 모두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듣는 자리이기 때문에 우선 얘기를 다 듣고 난 후에 발언해달라"면서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그럼에도 찬성 측 주민들의 발언 방해 행위는 멈추질 않았다. 급기야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찬성 측 주민 한 명이 이날 반대 측 대표자로 발언에 나섰던 박찬식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정책위원에게 "지방선거 때 4%도 안 되는 지지율로 도지사 후보로 나왔던 사람"이라며 "저런 정치인들이 선동을 참 잘한다"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퍼붓기도 했다.

사회자가 재차 인신공격성 발언을 자제해달라고도 요청했지만 먹혀들지 않았다. 결국 플로어에 있던 찬성과 반대 측 주민들이 한데 몰려들어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됐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뜯어말려 다행히 물리적 충돌 상황까지 번지진 않았다.

▲ 물리적 충돌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달았던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 ©Newsjeju
▲ 물리적 충돌의 일촉즉발 상황까지 치달았던 제2공항 1차 도민경청회.

# 주민투표 대상은 이해당사자, 그 범위는?

플로어에 있던 찬반 측 주민들의 발언들 중 가장 쟁점이 됐던 부분 중 하나는 주민투표 이해당사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해야 하느냐였다.

제2공항 찬성 측 주민은 주민투표엔 이해당사자들만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 동부 지역주민들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으로, 제주 서부 지역주민들은 제2공항이 아닌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하게 될 것이기에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논리다.

이에 대해 반대 측이 맹렬히 비판했다. 반대 측 주민은 이행당사자가 왜 성산읍 지역만 해당돼야 하느냐며 제주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이기에 제주도민 전체가 이해당사자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 주민은 "온갖 개발로 제주의 자연이 망가져 가고 있는데, 이 자연은 그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다시 찬성 측 주민이 나서 주민투표를 한다면 제주도민 70만 명 모두 100%가 찬성이든 반대든 한 쪽으로 일방적으로 투표된 결과만을 인정해야 한다는 다소 억지스런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 조류 문제 제기에 대해선...

이 외 반대 측에서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성을 제기하는 발언이 이어질 때마다 찬성 측에선 야유와 고성을 질러대며 발언을 방해하기 일쑤였다.

제2공항 예정지 부근 마을에서 철새들을 관측하고 사진을 찍었다는 반대 측 주민 한 분은 왜가리나 까마귀, 큰오리 등이 수십에서 수백마리로 떼지어 날아다니는 모습도 목격했다며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내보였다. 또 다른 반대 측 주민도 "철새들이 눈에 뻔히 다 보이는데 국토부가 하도 거짓말을 해서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찬성 측 주민은 무작정 조류 충돌과 제2공항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찬성 측 주민은 인천국제공항의 예를 들면서 "인천공항도 철새도래지라고 반대했지만 국제적 공항이 되고 있다"고만 반박하는데 그쳤다.

# 제2공항은 군사공항? 정말 민간공항?

이와 함께 제2공항이 군사공항이 될 것이라는 반대 측의 주장과 어차피 전시 시엔 군사공항으로 이용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찬성 측의 주장이 맞부딪혔다.

반대 측 주민 한 명은 "정말 순수 민간공항이 맞나. 제주도지사도 군사공항이 될 거라면 반대하겠다고 분명히 했다"며 "그런데 국토부에서 군사공항이 아니라고 하면 그게 되나. 국방부가 공군기지가 제주에 필요하다며 제2공항을 지목하지 않았나. 제2공항이 군사공항이 아니라면 국방부 관계자를 데리고 와서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게 해야 한다. 제2공항은 부로부터 확실히 없다고 확언받은 뒤에야 논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찬성 측 주민 한 명은 "당장 제주공항 가보라. 다리 아파 죽겠는데 앉아서 쉴 공간도 없다. 군사공항이라고 하는데 어느 공항도 전시엔 군사공항으로 쓸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안 하고 나라를 어떻게 지키겠느냐"며 "민간공항으로 지을거고, 비상 시엔 군사공항으로 안 쓸 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 제2공항 찬성과 반대 측의 팽팽한 의견을 게진했던 주민들. ©Newsjeju
▲ 제2공항 찬성과 반대 측의 팽팽한 의견을 게진했던 주민들. ©Newsjeju

# 그 외 제기된 찬반 양측의 팽팽한 의견들...

반대 주민... 관광객 늘어난다고 해서 우리가 무슨 혜택을 보고 있나. 늘어만 가는 교통사고와 하수, 쓰레기가 넘쳐나는데 문제 해결은 우리 몫이다. 당장 땅값이 오르니까, 내 아들이 취업할 수 있으니까 추진하자는데 그것만으로 제주가 발전할 수 있나. 제주는 제주다워야 한다.

찬성 주민... 제주발전의 백년대계 위해선 빨리 완성해서 도민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반대가 능사는 아니다. 제주경제 어렵다. 농가부채 심각하다. 이런 상황인데 환경을 운운하면서 반대하는 것보단 하루 빨리 심사숙고해서 제2공항에 협조해달라.

반대 주민... 국토부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도민들이 정확히 판단할텐데 그게 안 되고 있다. 제주가 여전히 늘어나는 하수와 쓰레기를 감당할 환경수용력이 부족하다. 지금보다 관광객이 더 오면 유지가 되겠나. 오더라도 인프라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제주시로 몰릴거다. 결국 이용률이 적어져 적자 투성인 타 공항을 봐라. 주변에 대도시가 있다는 청주공항 주변 땅값도 높지 않다. 만일 성산이 이렇게 되면 어찌하겠나.

찬성 주민... 지금도 제주국제공항엔 착륙할 활주로가 부족하다. 오늘도 11시 40분에 도착해야 할 비행기가 오후 1시 40분에야 도착했다. 인도네시아와 직항 만들려고 해도 안 되는 곳이 제주다. 제주가 한국의 관문이 돼야 하는데, 환경이나 교통 문제 때문에 오지 말라는 건, 식당 문 열고 오지말라는 얘기 아니냐. 현재도 환경수용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이 추진되고 있지 않나.

반대 주민... 숨골 얘기를 해야겠다. 국토부는 처음에 사업대상지에 8개가 있다고 했다. 허나 실제 환경조사에선 135곳이 발견됐고, 국토부가 이를 다시 정정해 135곳이 맞다고 발표했다. 숨골의 정의를 묻자 송아지가 빠질 만큼의 크기라고 답했다. 성산 주민 분들은 숨골을 다 알지 않나. 지하수를 함양하고 홍수를 방지한다. 이게 없으면 농사를 못 짓고 물난리 겪는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를 다 메우고 인공숨골을 조성하겠다고 한다. 보전가치가 충분한 숨골을 환경부는 무시하고 통과시켜버렸다. 국토부는 숨골을 막으면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를 보고해야 하는데, 그게 없는데도 통과시킨 게 환경부다.

▲ 주민들의 발언 내내 욕설과 고성, 인신공격이 난무했던 제2공항 도민경청회.
▲ 주민들의 발언 내내 욕설과 고성, 인신공격이 난무했던 제2공항 도민경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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