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악산 사유지 매입비↔읍면동 예산 두고 줄다리기 계속
추경안 의결 다룰 임시회 본회의 개의시간 계속 연장, 오후 2시→4시→6시→10시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을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간 막판 줄다리기가 계속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당초 일정대로라면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양경호)는 19일 오후 2시에 개회되는 제416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앞서 계수조정을 마쳤어야 했지만 오후 5시가 넘어서는 현재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예결위에서 계수조정이 안 되고 있음에 따라 자연스레 본회의 개의 시간이 오후 2시에서 4시로, 다시 6시로 세 차례나 연기됐다. 오후 5시께 예결위가 다시 회의를 열어 계수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마저도 변경돼 본회의 개의 시간이 오후 10시로 또 연기됐다.

다음 년도 본 예산 의결을 앞두고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경우는 과거 세 차례 정도 있었지만, 추경안을 두고 이렇게까지 부딪히는 건 처음이다.

문제의 발단은 제주도정이 이번 추경안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올해 본 예산에 반영됐던 지방보조금 사업들의 예산을 죄다 삭감시키고 다시 편성하면서 불거졌다. 삭감된 사업들은 대부분 의원사업비(재량사업비)들이어서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에 의회에선 송악산 내 사유지 매입을 위해 제주도정이 의회에 제출했던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을 심사보류 시켜버렸고, 161억 원의 예산이 자동 삭감됐다. 오영훈 지사는 노골적으로 이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고, 이 예산을 살리지 않을 시 '부동의'를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추경안 계수조정에 진통을 겪게 되자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이 19일 오후 5시 30분에 전체 의원회의를 소집했다. ©Newsjeju
▲ 추경안 계수조정에 진통을 겪게 되자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장이 19일 오후 5시 30분에 전체 의원회의를 소집했다. ©Newsjeju

이 때문에 의회에선 도지사에게 '동의' 여부를 물을 수 없도록 증액을 '0원'으로 처리하고 삭감한 예산을 전부 내부 유보금으로 돌리겠다고 담합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한 4곳의 상임위는 이 작전에 잘 따랐으나, 국민의힘이 맡고 있는 농수위는 7억 원가량을 증액시켜 버렸다.

증액 0원이 담합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게 되자, 예결위는 이 농수위의 증액분 7억 원도 감액해 순수 증액 '0원'으로 처리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는 걸 기본 대안으로 삼았다. 단 1원이라도 증액이 있을 경우엔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나, 증액이 0원이게 되면 이를 물어볼 필요가 없어서다.

허나 이렇게 간다면 약 400여 억 원에 이르는 예산이 '민생경제' 활력에 쓰여지지 못하고 묻히게 된다. 집행부나 의회 역시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결과다. 두 기관의 치킨싸움에 도민들의 등만 터지는 격이어서다.

때문에 일부 의원들은 송악산 예산을 살려주는 대신 의원사업비(재량사업비)에 증액하는 것으로 집행부와 '딜'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렇게 될 경우, 각 소관 상임위에서 바라는 증액 사업들이 생기기 때문에 어떤 사업들을 반영할지를 결정해야 해서 예결위 계수조정이 늦춰지고 있는 이유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가칭)서귀포시 종합사회복지관 운영 경비와 아동건강체험 활동비를 살려달라고 집행부에서 강하게 요청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도 다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복지위에선 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또한 환경도시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된 제주대 버스 회차지 토지 조성 매입비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주도의회는 이날 오후 5시 30분에 전체 의원간담회를 열고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다.

현재 단계에선 각 상임위에서 다시 조정될 예산을 예결위에서 일부 살려내고, 의원사업비로 읍면동 사업들에 일부 증액시키는 안으로 타결할 전망이나,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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