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인화를 대표하는 명작인 '완당세한도(阮堂歲寒圖.국보 제180호)' 속의 초라한 건물이 160여년 전 제주에서 귀양살이 하며 그 그림을 그렸던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86-1856) 의 유물전시관으로 웅장하게 부활한다.

'세한도'는 문인화의 정수로 꼽히는 걸작으로 추사가 유배시절 59세때인 1844년 그를 찾아온 제자인 이상적에게 그려준 종이 수묵화로 가로로 긴 지면에 가로 놓인 초가와 지조의 상징인 소나무와 잣나무를 매우 간략하게 그린 작품이다.

문화재청과 제주도는 지난해 지방기념물 제58호에서 국가지정 사적 제487호로 승격한 서귀포시 대정읍 안성리 '추사유배지(秋史流配地)'에 김정희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유물전시관을 새롭게 단장하기로 하고 30일 기공식을 열었다.

올해부터 2010년까지 3년간 75억원(국비 및 지방비 각 50%)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1천192㎡로 규모로 세워지는 추사유물전시관은 추사의 명작인 '세한도'속의 건물을 모티브로 하여 설계되어 5천245㎡의 부지에 들어선다.

전시관에는 추사연구의 권위자인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부국문화재단 남상규 이사장, 故 조재진 추사동호회 대표 및 회원 등이 지난 2006년 기증한 추사의 유물 103점을 포함해 제주도가 매입한 유물 227점 등 모두 330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지금에 추사기념관(188㎡)이 지난 84년에 지어져 낙후된다가 2층으로 지어져 추사가 유배생활을 했던 가옥을 재현한 초가들을 가로막고 있어 경관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날 오후 현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국가지정 보물 26점 등 다양한 추사관련 유물을 전시하게 될 이 곳이 국제적인 전시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을 갖겠다"고 감회를 밝혔다.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추사유배지는 폭넓은 학문세계와 차원 높은 예술세계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정희선생이 귀양살이 하면서 '추사체'를 완성해 낸 유서깊은 사적지"라며 "그의 위업을 영원히 기리는 데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추사는 1840년(헌종 6) 윤상도(尹尙度)의 옥사에 연루되어 나이 55세에 제주도로 유배되어 9년 동안 머물며 추사체를 완성하고 '세한도'라는 걸작을 남겼으며 제주의 유생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쳤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