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현재 청사 이전 불가를 결정한 가운데 한국은행제주본부가 최근 제주시에 공문을 보내 ‘한국은행제주본부의 구 청사 부지 매입 여부'를 질의, 사실상 매입을 촉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국은행제주본부는 최근 제주시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한은제주본부의 구 청사 매입 의사와 매입 시기, 매입 진행상황을 알려 줄 것을 요구했다.

한은제주는 제주시가 매입할 여건이 불확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쟁입찰 등 다른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한은제주의 이 같은 매입 촉구 강경 입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예산도 없다. 내년 예산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매입 의사는 있지만 시기와 진행상황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청사 매입 진행상황 = 시는 지난해 5월11일 김병립 전 시장이 한국금융학회 심포지엄 참석차 제주를 방문한 김중수 한국은행장과의 면담을 통해 얻은 청사 매입에 따른 긍정적 대화를 바탕으로 적극 나선 바 있다.

시는 한은제주본부 청사 부지와 건물 매입 계획을 수립,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이보다 앞서 시는 같은 해 2월 한은제주 실무 책임자와 청사 부지와 건물 매입에 따른 협의를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한은제주는 1971년 시청 정문 앞 이도2동 1176-54번지 3763㎡(약 1140평) 부지에 지상 4층 연면적 3514㎡ 규모로 준공됐다.

한은제주는 청사가 지어진 지 40년이 됨에 따라 건물 노후화가 진행되고 업무 공간이 협소해 신축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09년 12월 시민복지타운(도남동 669-1번지)에 청사 신축 공사를 착수해 지난 5월 준공, 신행사로 이전한 상태다.

이 상항에서 한은제주가 제주시에 청사 매입여부를 물어온 것이다.

만일 한은제주가 구 청사 부지를 경쟁입찰로 돌릴 경우 도심지에 있는 입지 특성상 타시도 재력가나 대기업에서 응찰할 가능성이 높다. 제주시로서는 당장 내년 예산확보가 가장 큰 관건이다.

◇제주시 입장 =시는 올해 2회 추경에 30억원을 편성, 제주도에 이를 수용해 줄 것을 요구했다.

또 내년 제주도 본예산에 한은제주본부 청사 부지 매입에 따른 33억원도 포함 시켜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한은제주본부 청사 부지 매입예산이 157억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5년 분할 상환 조건으로 내년 본 예산 33억원을 우선 확보해 매입 계약을 체결한 후 한은제주본부 청사와 현재 C등급 판정을 받은 제주시 청사 활용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주시 청사 본관 건물은 2010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보강, 보수 공사가 필요한 C등급으로 판정, 이듬해인 2011년 본관 내부 벽체 균열을 보수하는 등 청사 곳곳에 보강공사한 상태다.

제주시 청사 본관은 1952년 11월 준공된 건물로 2005년 근대문화유산 제155호로 지정됐으나 건립후 60년이 경과되면서 철근이 부식화되고 건물 하중 부담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재 청사 건물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매각도 되지 않는데다 한은제주본부 구 청사 부지 매입에 따른 예산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재 부식이 진행되고 있는 종합민원실과 비좁은 타 부서와 청사 주차장을 감안한다면 2차 추경과 내년 본 예산 확보는 필수”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예산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현 시청사 이전 불가에 따른 비좁은 청사를 대체할 한은제주본부 구 청사 부지 매입은 물 건너갈 수도 있다"며 "예산 편성권을 가진 제주도가 이를 감안해 적극 수용해 줄 것"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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