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제주지부, ‘국제학교 과실송금 허용’과 ‘외국대학 영리법인 허용’ 규탄 성명서

지난 2월 11일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 개선 사업을 확정하고 발표했다. 주요 개선 과제로 ‘외국대학 설립 영리법인 허용과 국제학교 잉여금 전출 허용’이 제시되었다. 우리는 이를 ‘돈벌이를 위한 교육(학교)의 시장화’라는 막장이라고 간주한다.

전 세계적으로 돈벌이를 위해 학교를 운영하는 곳이 있는지 제주도 관계자나 교육개방론자들에게 되묻고 싶다. 교육(학교)은 근대 사회 이후 사회 공공재로서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악용된 적은 없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사립대학이나 제주시내 일반계고 등 사립학교 비율이 중·고등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아직까지도 돈벌이를 목적으로 학교를 운영하진 않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요구해본 적도 없다.

제주영어교육도시 설립 목적은 조기 유학이나 어학연수에 따른 교육 무역 수지 적자를 완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국제학교 역시 그 범위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2009년부터 제도개선을 한다면서 ‘투자자금 회수 및 수익창출’을 보장해주기 위해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특별법 제정 당시에 영리법인의 돈벌이를 위해 국제학교를 운영하겠다는 말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교육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한다는 것은 우리 국민 정서 상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도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면 학교가 아닌 학원을 운영하면 될 것 아닌가!

특별법 제정 당시 국제학교 설립에 대해 우리는 귀족학교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었다. 그러나 그 당시 교육개방론자들은 국내외 서비스 공급자간의 경쟁체계는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양이 된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지금껏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나서 도내 공립학교들이 경쟁체계를 통해 업그레이드 되었는지 여부와 제주도교육청은 무엇을 했는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 단지 고비용의 국제학교가 운영되고 있고 제주도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매우 커졌다는 것이 우리의 진단이다.

국제학교 비용 관련 언론 보도 내용을 보자.
“NLCS제주의 기숙사비를 포함한 1년 학비는 4000만원이 훌쩍 넘는다. 고교생은 4700만원에 달한다. KIS제주의 6~9학년의 경우 연평균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통틀어 3400만원이나 된다. BHA의 7~10학년 학비는 530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대학등록금의 4~5배에 달한다.”
“정부가 국제학교 운영적자를 보전해 주기로 하면서 반발도 일고 있다. 특히 지난해 NLCS제주가 20여 년 동안 영국 본교에 로열티 등 612억원을 주기로 계약하고 다른 국제학교 사정도 비슷하다”

위에서 확인했듯이 연간 4~5천만 원이나 되는 학비를 누가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미 국제학교는 귀족학교라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이런 현실도 성에 차지 않아서 학교운영 수익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은 지금보다도 더 많은 교육비를 부담시키게 될 수밖에 없다. 국제학교 영리법인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학생 수가 줄게 되어서 학비를 올리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엊그제 자녀입학비리로 검찰에 소환되는 노현정씨나 박상아씨의 경우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자기 자식만을 생각하는 비뚤어진 교육관, 분리된 그들만의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천박함이 우리 사회의 한 단편이다.

JDC에서는 아직까지도 NLCS나 BHA와 체결한 계약서를 공개한 적이 없다. 국제학교와 관련되어 계약서가 공개된 것은 제주도교육청과 YBM시사가 체결한 것 뿐이다. 도교육청은 위탁운영협약서를 체결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하겠다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우리는 JDC에서 계약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이런 내용과 그보다 더 우려스러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제도개선 움직임은 더욱 우려스럽다.

우리나라 사립학교법도 교육은 공공성에 바탕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교회계의 다른 회계로의 전용은 허용되지 않으며 이를 전용할 경우 횡령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따라서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것은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자 위헌 소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09년 3단계 제도개선 과정에서 민주당에서도 당론으로 ‘영리학교 과실송금’을 반대했던 것이다. 그리고 2012년 12월 31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국제학교에 과실송금을 허용하는 문제는 교육기관의 본질적 목적과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허용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정리하고 있다.

막장은 드라마에서 보는 것조차 편하지 않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막장이 현실화 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 운영을 허용한 것도 모자라 과실송금까지 인정한다면 모든 인프라를 정부와 제주도가 갖춰놓고 그 이익은 모두 영리법인에게 거져 줘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교육의 시장화라는 막장이 더 두렵다.

‘국제학교 과실송금’과 ‘외국대학 영리법인’ 허용을 위한 법개정은 당장 중단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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