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이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다. 진정으로 반성하고 재건축 수준의 변화를 꾀한다던 민주당이 중심을 잡지 못한채 내·외부의 강풍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질수 없는 선거(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이다. 박근혜 새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제1야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변화와 혁신, 개혁이 절실했다. 이를 위해 문희상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출범시켰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는 신통치 않아 보인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의 4·24 재보궐선거 출마 선언, 당내 계파정치의 득세, 표류중인 정부조직법 협상 등의 3색 바람의 습격(?)까지 몰아쳐 민주당은 현재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3색 바람을 뚫고 나갈 복안조차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소용돌이 속으로…

안 전 후보가 지난 11일 4월 재보선 서울 노원병에 출사표를 던지며 귀국, 정치행보를 본격화하면서 민주당은 그가 야기할 충격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뚜렷한 당의 혁신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안 전 후보의 지지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그의 '새정치'가 바람몰이를 할 경우 민주당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안 전 후보가 원내에 입성해 정치적인 세력을 확장한 뒤 신당 창당이라는 시나리오가 물 흐르듯 흘려갈 경우 당내 분열은 물론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많다.

또 '전대룰'을 둘러싼 계파간 집안싸움으로 여론의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향후 국민의 관심이 안 전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민주당 5·4 전당대회 자체가 '마이너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번 전대 결과에 따라 자칫 상당수 인사들의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당내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귀국에 맞춰 각종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안 전 후보와 새정치 경쟁에 들어갔지만 그의 정계복귀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여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안풍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당의 쇄신과 혁신이 절대적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민주당의 올바른 혁신과 쇄신은 어렵다는 분석만 많아지고 있다.

안철수 대선캠프 정치혁신포럼 소속이었던 전남대학교 조정관 교수는 "혁신 민주당이 됐을 경우 안 전 후보의 입당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면서도 "지난 13년간 민주당 세력을 관찰해 봤고 계속해서 정치혁신,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수없이 참여를 해왔지만 그 사람들 말로만 그렇지 제대로 할 사람들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계파바람'에도 휘청휘청

당내에서 부는 바람도 민주당을 힘들게 하고 있다. 청산하고 싶어도 쉽게 청산되지 않는 계파갈등 바람이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박기춘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한결같이 계파정치 청산을 목놓아 부르짖고 있지만 오히려 계파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지난 2월초 충남 보령에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은 뿌리 깊은 계파의식을 없애기 위한 시도였다. 하지만 전대 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류와 비주류간 첨예한 이해관계가 또다시 드러나며 계파갈등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모바일투표 존폐 여부를 놓고 주류·비주류간 논란이 재현됐고 전당대회에 참여할 국민참여선거인단 규모를 둘러싸고 계파갈등의 여진은 계속됐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와 정치혁신위원회의 갈등을 통해서도 당권과 기득권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의 대결 구도가 얼마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지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또 안 전 후보의 노원병 출마는 물론 그와의 관계설정을 놓고도 갑론을박하며 계파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친노 주류측은 대선패배의 공동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견제론을 펼치고 있으며 비주류측은 적대시하는 것은 정치도의적이나 국민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며 맞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상호불신으로 점철돼 있는 계파갈등으로 인해 혁신과 개혁은 묘연하고 당의 발전과 역동성은 가로막혀 버렸다는 푸념들이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기를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하지만 아쉽게도 민주당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계파갈등으로 인해 혁신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당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여야 할 것 없이 정당에 일정한 계파가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계파에 너무 얽매여서는 안된다"며 "계파 활동이 당을 초월해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의원은 "당원을 당의 주인자리에서 밀어내고 그 자리를 계파패권주의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도 "유력인사를 구심으로 하는 계파간의 소모적인 갈등과 담합구조가 민주당의 역동성을 가로막아 왔다"며 "배타적인 의사결정, 왜곡된 여론형성, 불공정한 나눠먹기식 인사 등의 폐해를 낳는 당내 계파정치는 청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조직법 강풍에 훨훨

여야간 풀리지 않는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도 민주당을 힘들게 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 표류 바람은 새정부의 원만한 출범을 가로막는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불러오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된지 40일 이상 넘었지만 정부조직 개편 협상의 쟁점인 방송업무 이관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난항을 이어가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막판 쟁점은 두 갈래로 좁혀졌다. 종합유선방송(SO) 업무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어느 곳에 둘 지, 방송기능의 미래부 이관에 따른 방송 공정성·중립성 침해 우려를 어떤 식으로 불식시킬지 등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시간은 우리 편이고 여야 협상으로 끝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지만 협상이 늦어질수록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과 발목잡기 역풍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이쯤되니 당내에서도 불안감은 커지고 조속하고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눈치다. 일부에서는 통큰 양보를 통해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 짖는게 당을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고통스럽지만 지는 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정부를 출범시켜야 된다"며 "여야 정치인들이 격투기를 해서 상대방을 쓰러트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협상 타결이 지지부진 하자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낸 문 비대위원장의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문 비대위원장이 확실한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한채 비방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이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자리까지 걸겠다고 하는 문 비대위원장도 별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전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의 비상상황 속에 중책을 맡은 사람이 문 비대위원장이다. 큰 줄기를 정해서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다"면서 "비대위가 전권을 가지고 결정을 해야 하지만 자신은 전권이 없다며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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