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범.

잘 지내고 있는감? 음.. 지금쯤 하기 싫은 공부를 싸매고 인생 계획을 세우고 있을 네가 눈에 선하구나. 후훗.. 현우얘기라고 우기지 마라. 내 생각엔 우리 셋다 만만치 않은 대학생활을 보내는 놈들이다. 난 지금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에서 마지막 저녁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연히 만날 이스라엘 사람들이 같은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길래 호텔식당에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지. 공항까지 승용차를 얻어타기로 했거든..

8일간 머물렀던 르완다.. 하지만 지금 르완다를 떠나는 심정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다. 뭔가 아쉽고 많은 것이 남아있는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인지 딱히 표현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여기서 무엇을 얻어가는지는 한국에 돌아가서 두고두고 생각하게 되겠지.



르완다에 온 첫날에는 르완다가 참 무섭고 두려웠었다. 거리에는 전쟁 피해자들 많이 보이고 자꾸만 이유없이 나를 따라오는 사람들.. 살인적인 물가, 호텔비와 식비들..

론리 가이드북에 나온 호텔들은 모두 없어졌거나 가격이 거짓말이였어. 대학생 배낭 여행자의 입장에서 물가는 정말 살인적이더군. 배낭족들의 말대로 아프리카 여행을 하는것보다는 유럽 배낭여행이 싸게 먹힐것이라는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 어쨌든.. 르완다에 온 둘째날 조금이라도 더 싼 호텔을 찾아 돌아다녔었는데 또 누군가가 계속 따라오고있다는 생각이 들더군.

이번엔 도망치지 않고 역으로 그에게 먼저 말을 붙였다가 운 좋게 동네 교회를 소개받을 수가 있었다. 이 아저씨.. 동네 버스 운전기사인데 외국인이라 친하고 싶어서 계속 따라왔었던 것 같애. 내가 경찰에 신고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따라온건지.. 하하.. 순진한건지 멍청한건지..

교회에서 현지인들의 숙박료는 개인방 1500CF(3000원). 씻을곳은 없지만 그래도 운이 좋았다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수녀님들도 내게 바가지를 씌우셨더군. 원래 가격은 1000CF, 게다가 500CF짜리 기숙사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안하셨더군. 흥.

배낭 여행자가 여행을 하면서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은 아마도 배낭의 무게가 아닐까 가끔 생각해본다. 인도에서는 배낭의 무게가 전생의 무게라는 농담도 있었었는데.. 일단 배낭이 무거우면 어디에 가든지 우선적으로 배낭부터 내려놓아야 하니까 계획 없이는 쉽게 머무를수도 떠날수도 없게 되거든. 그런데 르완다 키갈리에 와서 배낭무게도 아닌 호텔 값이 무서워 쉽게 떠나지를 못했었으니..

교회 수녀님은 7시가 통금시간이라고 선포해버리셨고 그래서 다른 도시로 구경갔다가 급히 키갈리로 돌아오는 바보 짓을 날마다 반복해야만 했지. 지금 생각하면 호텔비가 무섭다고 교회에서 머물것이 아니라 그냥 다른 도시로 떠나면 되는것이였는데... 설사 더 비싼 호텔비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지. 떠나기 전에는 모르는 거잖아? 캬캬.. 인생을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바보짓들을 나는 아프리


르완다의 거리는 참 깨끗한 편이다. 그리고 여느나라와 달리 개나 고양이, 원숭이가 없다. 어젯밤 이스라엘 할아버지한테 들었던 얘기인데 12년전 제노사이드(인종말살전쟁)이 일어났을때 거리에 널부러진 사람 시체들을 짐승들이 먹었고, 그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화가나서 몽땅 죽여버렸대.
6백만 인구중에 백만명 이상 죽었다니 많이도 죽은거지. 거의 몰살당하다시피한 마을만도 수천개라니..생각해보니 르완다에 있었던 지난 8일... 나도 개나 고양이, 원숭이를 본적이 없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어차피 아프리카 다른지역에서도 개나 고양이는 그리 많지 않아. 보통은 집에서도 저 멀리 코끼리나 기린이 보이지~ ㅋㅋㅋ

그러고보니 생각난다. 잠비아에서 말이지.. 빅토리아폭포를 구경하다가 별3개짜리 호텔이 있길래 슬쩍 들어갔었거든. 호텔 마당에 인간이 사육에 실패했다는 전설의 야생동물 얼룩말(?)과 산양(?)이 놀고 있고 호텔 마당안의 연못에는 ‘악어주의’라는 표지판이 있더라구. 바로 그앞에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백인 꼬맹이들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데 말이야. 게다가 곳곳에 "야생동물주의"나 "먹이를 들

며칠전에는 기콩고로에 있는 전쟁 박물관에 가보았다. 수십개의 커다란 창고가 있었는데 수백구의 시체들을 늘어놓고 기부금을 받더군. 높은 언덕위라 바람이 심하게 불고 있었는데도 시체 냄새에 몇 번이나 토할 뻔했다. 팁을 바라는 박물관 가이드는 시체를 만져보라는둥 시체앞에서 포즈를 취하라는둥 말이 많았었지만 사람의 시체를 이런식으로 접한다는 것은... 인도의 갠지스강에서처럼 종교적인느낌이나 삶의 철학조차 볼 수 없었던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전쟁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이었지. 전쟁박물관을 나와 그렇게 죽어버린 사람들의 존재가 슬프게 느껴지면서도 언젠가는 내 육체도 저런 모습으로 변할것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졌었다. 사실 이제까지는 죽음을 그리 무서워해본적이 없었는데.. 언젠가는 나도 저런 모습으로 변할것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졌었다. ...갑자기 기



이렇게 느긋하게 친구들을 기다리며 편지를 쓰고 있으니까 정말 나라는 사람의 마음은 참 단순하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키갈리의 첫날은 르완다가 무섭게만 느껴졌었었는데.. 지금은 르완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고 있는중이다. 사람이란 이런 존재일까..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도 행복해 하는 사람들.. 오늘은 굶고 있지만 앞으로 르완다는 발전할것이라는 기대만으로도 이들은 서

아프리카에 와서 또 배운 것이 있다면 바다보다 호수가 더 좋다는 것. 바다는 소금물이니까 수영하고 나면 또 씻어야 하잖아. 호수에서는 말이지.. 젖어도 되는 간편한 옷을 입고 기분좋게 수영하고 나서 커피 한잔을 시켜마시고, 기분좋은 바람을 느끼다가 언제든지 옷을 덧입으면 그만이라는 것. 빅토리아 호수도 좋았었지만 르완다의 호수가 최고인 듯 하다. 르완다는 사람들이 너무 착해서 말이지~ 하하.

지금 네게 쓰고 있는 이 볼펜의 가격은 우리돈 1600원을 줬다. 그런데 잉크만 봐도 너무 꼬진게 느껴지지 않냐? 모나미 볼펜보다 조금 양호한 수준이라 할수 있건만.. 바가지 쓴게 아니라 정말로 100% 수입산이라서 그렇다고 한다. 폐품들을 들여오니까 물건 가격은 없는데.. 운송비만으로도 이들에겐 살인적인 가격인것 같다. 호텔비는 안믿지만 (아마도 아프리카 대륙인과 타대륙인의 가격이 다르겠지. 우리나라

밤은 깊어가는데 이스라엘 친구들이 늦는구만. 여행을 다니면서 가끔 생각하는 건데 회사출장을 왔다는 직장인들을 보면 상당히 멋있어 보인다. 얘들은 관광을 못하니 그냥 놀러온 내가 부럽다는데 내 눈에는 어쨌든 회사지원으로 외국 나와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 폼나 보인다는 말이쥐~ 한국에서 나 외국에 보내주겠다는 회사가 있다면 평생 충성할텐데 말이야. 하하.. 슬슬 떠날때가 되어가는군. 이만 정리하고 일어나야겠다. 호텔에서 만나기로 이스라엘 사람들과 약속하긴 했지만 약속을 믿지않는 것이 여행자들의 습성.. 그래도 좀 이상하군. 여행자가 아니라 유학생들이나 사업자들은 약속을 잘 지키는데. 좀 정리하고 있으면 나타나려나? 편지는 이만 쓴다. 르완다에서 편지를 썼지만 에티오피아나 토고에서 부치게 되겠구나.

참 한가지 부탁. 내 이 메일로 들어가서 스팸메일 관리 좀 부탁한다. 얼마 전 호텔에서 간만에 이메일 확인 좀 하려했더니 스펨 메일이 너무 많아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인터넷은 엄청 느린데다가 화면은 왜자꾸 정지하는 것인지.. 시간당 가격은 한국의 두배인데도 말이지. 하하.. 다시 생각하면 여행을 왔으니 이런일이 당연한 것인데도 이럴때 화가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아프리카에서 사귄 친구들 편지가 스팸 처리될 것도 걱정되고.. 에휴.. 아뒤와 비번은........이다.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고 한국에 돌아가는 날까지 건강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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