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피해자 증언 ‘번역본’ 출판 추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경험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이들의 증언을 영어로 옮긴 기록물이 나온다.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영문 번역본을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다.

한국내 전문번역가와 원어민 에디터 등 시민활동가 4명으로 이뤄진 ‘번역활동가 모임’(이하 모임)은 지난해 12월부터 위안부 피해자 증언 영문번역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오른쪽), 김복동 할머니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 107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를 마친 뒤 돌아가고 있다. © 뉴욕일보
수요시위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관련 자원활동을 하면서 만난 이들은 전쟁범죄인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쟁점화하려면 피해자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영문 기록물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결과물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대학 연구센터 등 필요한 기관과 공유해 웹사이트에 올리기로 했다. 책으로도 정식 출간하기로 하고 현재 영미권 출판사와 협의 중이다.

번역활동가 모임은 이 작업과 관련, 지난 3월 한국인권재단의 ‘인권홀씨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1차 목표는 위안부 피해자 10명의 증언 전문을 영어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들은 피해자 등록을 시작한 1991년 이후 녹취·수집된 234명의 증언 가운데 지금까지 6명의 증언 전문을 번역했고 30명의 생애와 경험을 요약 정리했다. 당시 참전 군인들의 수기, 현장에서 쓰였던 용어 등에 대해서도 작업 중이다.

모임은 14살 때 일본인의 협박으로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전쟁터로 보내졌던 김복동(86) 할머니 등 피해자의 경험담을 전할 때는 적확한 용어 선택뿐 아니라 화자의 어조, 뉘앙스를 그대로 살리려고 특히 신경을 쓴다고 한다.

정대협 등 시민사회에 따르면 피해자 증언이 체계적으로 정리된 번역물은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구기관의 논문이나 유엔 보고서, 시민단체 자료집 등을 제작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 번역이 이뤄졌다.

각 문건의 제작 목적이 달랐기 때문에 번역물의 형태도 달랐고, 기록 보관을 목적으로 작업이 이뤄진 적은 없었다고 한다.

특히 작업은 대부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정부는 장기적인 접근 없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일본 우익세력과 정치권의 ‘망언’이 계속되는 현실 속에서 법적·학술적·정치적으로 진실에 접근하려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기록 연구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대협 관계자는 “일본어 자료는 비교적 많이 축적됐지만 영문 자료는 그 필요성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관련 시민단체의 하나로서 사정상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임은 나아가 국제기구와 연대해 다른 나라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도 자료로 정리할 계획이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번역가 박혜란씨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성폭력을 다시 드러내고 조명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며 “뜻을 같이하는 분이 있다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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