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농협대리 시절이다.

친구집에 놀러 가 있는데 길가에서 아우성 소리가 들려왔다. 창문으로 소란스러운 곳을 내다보니 앞집 목욕탕에서 여자들이 수건으로 아래만 가린 채 나체로 달려 나와 옆집 미장원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웬일인가 해서 나가 보았더니 목욕탕에 불이 났다는 소동으로 튀어 나온 여자들이었다.

목욕탕에 불이 났으면 남자들도 뛰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고 소방차도 오지 않았다. 내막을 알고 보니 다음과 같았다.

그 당시 목욕탕은 천장쪽으로 남녀탕이 트여 있어 서로 말소리가 들리게 되어 있는 구조였다. 남탕에 있는 사람들이 뜨거운 물을 공급해 달라고 주문했는데도 늦어진 모양이다.

화가 난 젊은이가 “물이요! 물!” 하고 큰 소리를 쳤는데 수증기가 자욱한 여탕에서는 『불이야! 불!』로 잘못 들어 너도 나도 뛰어나온 것이란다. 『불』이라는 소리에 옷을 입을 여유없이 수건으로 밑에만 가리고 미장원으로 달려간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급해도 옷을 입고 나오던지 나체로 뛸 생각이면 얼굴을 가리고 뛸것이지, 제주시내에서 내노라 폼잡는 처녀와 아주머니들이 얼굴을 드러내 놓고 나체로 길거리를 뛰었으니 본인들의 체면이 어찌 되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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