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임종 칼럼]보고 듣고 느낀대로

 
내가 일본에 계신 이종 사촌형님이 보내 주신 진학잡지 『형설시대』와 부록, 그리고 전일본대학 입학시험문제집 등을 갖고 공부를 해도 수학만은 기초실력이 워낙 약하여 고생을 이만저만하지 않았다.

오현고등하교 수학선생님으로 계시던 고중석 선생님께서 새벽과 저녁 시간에 몇 명의 학생들에게 수학지도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나도 그 속에 끼어볼까 해서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돈을 주시며 “내가 너에게까지 차마 수강료를 받을 수 없으니, 이 돈을 수강생 대표에게 주어 그들과 함께 공부하러 오거라.” 하고 쾌히 승낙하셨다.

나만 수강료를 안 받고 가르치면 다른 수강생들이 불평할까 염려하시고 또한 나의 자존심도 배려해 주신 자상함이셨다.

어두컴컴한 새벽에 선생님 댁을 찾아가면 5,6명의 학생들이 밥상 둘레에 모여 앉아 선생님께서 설명하며풀어 나가는 수학문제를 귀를 쫑끗하고 들여다 본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나를 선생님의 왼쪽에 앉게끔 하셨는데, 그 이유는 오른손으로 수학문제를 풀어 나가기 때문에 왼쪽에 앉아야만 잘 드러다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게다가 가끔 내가 졸기라도 하면 왼손으로 내 머리에 알밤을 때리시기 편하가 때문이기도 했다.

요즘처럼 입시학원이 없던 그 시절에 고중석 선생님의 개별 지도는 나의 수학실력을 일취월장하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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