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중앙병원 조대경 심장혈관센터장
혈압의 기준, 고혈압 치료의 목표는?

개인의원에서 두 종류의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85세 할머니가 있다. 이 할머니는 최근 혈압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병원을 찾았다. 혈압측정결과 136/85mmHg.

할머니께 "혈압이 얼마가 되면 좋겠어요?"라고 물었더니 대답은 이렇다. "120/80mmHg은 되어야 되는 거 아니라?"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으면서도 조절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혈압을 얼마까지 낮추면 좋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고혈압은 왜 치료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연구를 통해 수축기 혈압 20mmHg, 이완기 혈압 10mmHg 오를 때마다 심혈관계 사망률이 두 배씩 증가한다고 말한다.

반면 혈압을 2mmHg 낮춘다면 허혈성 심장질환 사망률 7%, 뇌졸중 사망률 10%를 감소시킬 수 있다.하지만 혈압 수치 자체를 낮추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다.

혈압을 낮춤으로써 장기적으로 협심증 및 심근경색증 같은 관상동맥 심장질환, 뇌경색, 뇌출혈과 같은 뇌혈관질환, 대동맥류 및 대동맥박리증 같은 대동맥질환, 콩팥기능 상실로 투석(피를 걸러내는)을 해야 하는 만성 콩팥병 등의 발병을 줄이고, 이들 질환에 따른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것이 고혈압 치료의 궁극적 목표이다.

‘120/80mmHg’, 정상 or 최적…혈압은 얼마까지 낮추는 것이 좋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120/80mmHg을 '정상'혈압으로 알고 있지만 그 보다는 '최적'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최적'일까? 심장혈관 질환의 발병위험이 가장 낮다는 측면에서다.

이때 '모든 사람들에게 일률적으로 최적의 혈압을 적용해야 하는가?, 과연 얼마나 혈압을 낮추는 게 좋은 것인가?'라는 문제점에 직면한다.

그간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20mmHg까지 강하게 혈압 조절을 한 경우와 140mmHg 이하로혈압을 유지한 결과는 ‘별 차이가 없다‘라는 것이다. 또한 노인 고혈압 치료에 있어 수축기 혈압을 140mmHg 이하로 낮추었을 때 심장질환이 추가로 예방된다는 증거도 없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2년 사이에 미국, 유럽, 영국, 캐나다 등 전 세계적으로 고혈압치료와 관련된 새로운 진료지침들이 여럿 발표됐다.

이들의 일관된 흐름은 목표혈압을 수축기 혈압 140mmHg미만으로 일반화 했다는 점과 고령 환자들의 경우 목표혈압을 150/90mmHg 미만으로 완화시켰다는 점이다.

이를 반영하여 대한 고혈압학회에서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고혈압 진료지침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지침에 따르면 혈압조절의 목표치를 80세 이상의 고령자는 150/90mmHg 미만, 80세 미만의 성인은 140/90mmHg 미만, 당뇨병이 동반된 고혈압 환자는 140/85mmHg미만, 단백뇨를 동반한 만성 신장질환자의 경우는 130/80mmHg미만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상태에 따라 혈압조절 목표치를 세우고 이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건강관리라고 하겠다.

‘백의(白衣)효과’…가정혈압 적극 권장

병원에 가면 긴장이 되고 혈압을 측정하려면 더욱 긴장해서 얼굴도 후끈 달아오르고, 마음도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라면 실제 자신의 혈압보다 높게 측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을 '백의(白衣)효과'라고 하는데 의사가 입고 있는 흰 가운 앞에 앉으면 심리적으로 긴장되면서 혈압이 일시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고혈압을 진단할 때는 육체적・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의 혈압을 기준으로 한다. 평소에는 고혈압이 아닌데 병원에 오면 혈압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를 '백의 고혈압' 또는 혈압약 복용이 필요하지 않은 '가짜 고혈압'이라고 한다.

또한 실제 고혈압이 있는 환자의 경우에도 '백의 효과'가 더해지면 자신의 안정 시 혈압보다 더 높게 측정되는데 이런 경우, 가정에서 측정하는 ‘가정혈압’이 도움이 된다.

자동혈압계는 믿기 어렵고, 병원에서 압력을 손으로 올리는 '수은주 혈압계'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래에 시중에서 발매되는 자동혈압계 들은 비교적 정확도가 높고 믿을만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

가정에서 측정하는 '가정혈압'은 진료실 혈압보다 5mmHg 낮은 135/85mmHg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즉, 가정혈압이 135/85mmHg를 넘으면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고혈압 약제를 복용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치료목표치(135/85mmHg) 보다 낮게 유지하면 된다.

다만, 시계처럼 손목에 감는 자동혈압계는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윗 팔에 감는 전자혈압계를 추천한다.

혈압관리의 중요성…그렇다면 가정혈압은 어떻게 측정할까?

측정시간은 아침 기상 후와 잠자리에 들기 전이 가장 좋다. 아침 기상 후 1시간 이내, 소변을 보고난 후, 아침 식사 및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전에 측정하는 것이 좋다. 식탁이나 책상 등 입식 의자에 앉아 팔을 탁자에 올려 혈압계를 감은 뒤 최소 1~2분간 안정을 취한 뒤에 2회 정도 반복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모든 육체적 활동을 마친 후, 앞서 말한 방법과 동일하게 측정하면 된다.

처음 고혈압이 진단되어 고혈압약 복용을 시작한 경우에는 적어도 1주일간 측정 해보고, 병원을 방문하기 전 5~7일 간의 측정 내용을 메모한다면 혈압 추이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

단, 혈압에 관심을 갖고 관리한다는 생각으로 측정하는 것은 좋지만, 혈압은 심리적, 육체적으로 긴장 정도에 따라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다소 높게 측정되었다 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조급한 마음에 너무 자주 측정 하는 것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관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고혈압 예방을 위한 7가지 생활수칙

고혈압 관리는 혈압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혈압은 체중과 큰 관련이 있다. 보통 체중이 증가하면 혈압도 따라 오르기 쉽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혈압관리에 도움이 된다. 체중이 나간다고 무조건 고혈압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체중 이상의 사람들은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또한 음식을 짜게 먹는 습관에서 벗어나 소금 사용량을 줄이고 섬유질이 많은 야채를 먹는다면 체중관리에 도움이 된다. 체중 관리를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데 과도한 운동 보다는 매일 30분 이상의 규칙적인 운동과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스트레스를 푸는 일도 중요하겠다.

대한고혈압 학회에서 제시하는 ‘고혈압을 예방하며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7가지 생활수칙‘을 실천해 보자.

▲ <사진출처:대한고혈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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