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엄창섭교수의 교육칼럼]

▲ 엄창섭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교수
지난해 2월 6일 프레스센터 20층의 국제회의장에서 ‘글로벌 미래 메가트렌드 컨퍼런스’가 열렸다. ‘미래가 보인다, 글러벌 2030’이라는 책의 출간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제미래학회와 한국장학재단에서 공동 주최한 학술행사로 정치, 과학기술, 기후에너지, 교육, 디자인, 미이어, 스마트산업, 미래 첨단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에 대하여 발표를 하였다. 나는 ‘인간 몸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미래 사회에서 우리 몸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마지막에 마련된 질의 시간에 청중들의 질문은 일자리창출과 교육에 관한 것으로 집중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는 미래학의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동안 국제미래학회 회원으로 다양한 분야의 변화를 나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서의 발표를 들으면서 다양한 분야가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서로 이어져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모든 분야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사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발표 중 교육학을 전공으로 하시는 분이 보는 미래교육에 대하여도 호기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들었다.

현재의 ‘지식기반사회’는 조만간 ‘의식기술사회’로 변화하게 된다. ‘의식기술’이란 간단히 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실제 환경에서와 같이 느낄 수 있도록 컴퓨터를 이용하여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해 주는 기술을 말한다. ‘의식기술사회’는 의식과 기계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밀접해져 인간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컴퓨터나 기계를 사용하여 구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쉬운 예를 들면 생각만으로 커튼을 열고, 티비를 틀고,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회이다. 이러한 기술의 중심에는 컴퓨터와 이를 이어주는 무선인터넷이 존재한다. 무엇이든지 인터넷으로 연결만 시킬 수 있으면 내 생각대로 조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분명히 지금과는 달라야 할 것 같다. ‘의식기술 시대의 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경인대학교 류청산 교수에 따르면 “과거나 현재와 같은 기능과 지식 위주의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기억 지향적인 스칼라형 교육’에서 스칼라형 교육에 비전과 철학이 가미된 새로운 ‘통섭 지향의 벡터형 교육’으로 변할 것”이라 한다. 말이 어려운데 간단히 말하자면 컴퓨터를 통해 자료를 찾아서 혼자 공부할 수 있는 언어, 수학, 과학 등 교과목보다는 체육, 음악, 미술, 실과, 도덕 등과 같이 체험, 경험, 실습을 필요로 하고 실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을 주로 학습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습에 대한 평가도 현재와 같이 순서를 매기는 방식이 아닌 개개인의 발달 정도를 평가하는 것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 한다.

2011년 6월 29일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와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통령에세 보고한 ‘인재대국으로 가는 길,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보면 우리나라도 ‘스마트교육을 통한 교실혁명’이라는 비전을 내세우고 미래형 교육으로의 전환을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디지털교과서를 개발 보급하고, 온라인 수업과 평가 체계를 활성화하며, 교육콘텐츠 자유이용을 위한 저작권 관련법의 정비, 정보통신윤리교육의 강화, 교원의 스마트교육 역량 강화, 그리고 클라우드 교육 서비스 기반 조성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계획에 따라 2012년 3월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미래형 학교인 참샘초등학교가 문을 열어 스마트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로봇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치고, 수업 중 SNS를 활용하여 질문과 대답을 하고, 스마트센서를 이용한 놀이마당과 QR코드를 사용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필자도 기회가 되면 견학을 해보고 싶다.

대학의 경우는 더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류청산 교수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5~10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대학들이 사이버대학으로 전환하게 되고, 교과서 없이 컴퓨터를 활용하는 교육프로그램이 도입될 것이며, 2020년 초반에는 학생들이 자기주도적인 시간계획과 자신의 바이오리듬에 맞는 학습계획을 수립하고 공부하는 학사 일정이 없는 대학교로 변화될 것”이라 한다. “대학의 최종 형태는 지리적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지 수강할 수 있는 개방대학의 형태로 변화될 것이고 이에 적응하지 않는 대학은 거의 도태될 것”이라 한다. 필자의 경우도 페이스북의 그룹과 페이지, 포드케스트 등을 일부 수업에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활용도를 높여가려고 나름 고민하고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는 검토해야 할 것이 많다. 이번 미래형 학교나 스마트 교육의 추진과정에서도 학교 현장의 의견 수렴과정이 부족했고, 교육계가 아닌 정부와 기업주도로 시도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사회 모든 분야가 스마트화되는 상황에서 교육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선택과 학습의 자유를 줄 수 있다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는 ‘교육’이란 무엇인가와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 대하여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공교육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사회인의 양성이라는 교육의 본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많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여기서 다시 문제점을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 학교라는 특정 구획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사교육, 봉사활동, 과외활동 등 학교 이외의 다른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교육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지식이나 정보는 얼마나 될까? 매순간 늘어나는 모든 정보를 모두 머릿속에 넣어둘 수는 없다. 더욱이 필요로 하는 모든 지식과 정보를 컴퓨터를 통해 쉽게 획득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들 정보를 외우고 기억할 필요도 없다. 미래의 교육은 한 번 익혀 두면 평생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되어야 한다. 지식 획득보다는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선생님은 특정 지식을 가르치는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필요한 정보를 얻고, 얻은 정보에서 신뢰할 수 있는 것을 골라내고, 그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체득된 능력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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