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KBS TV본부의 주요 간부가 길환영(60) 사장이 프로그램 제작 등에 지속해서 개입해왔다고 새롭게 주장하고 나섰다.

'추적60분'의 책임 프로듀서로 최근 보직 사퇴한 장영주 CP는 3일 밤 사내게시판에 "보도에서만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제작부문에서도 그런 사례가 늘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 글을 쓴다"며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장 CP는 "심야 토론의 책임프로듀서로 오고 난 후 놀랐다. 아이템이고 출연자고 프로듀서가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고 일일이 보고하고 기다렸다가 정하더라"며 "그 개입의 결과로 미묘한 이익을 얻는 곳이 야당이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적었다.

"그 지시가 내려왔던 그곳이 어딘지 단적으로 말하겠다. 바로 본관 6층이었다. 사장이었다. 심야 토론의 책임프로듀서를 맡고 있던 작년 초 석 달 동안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던 것 같다"고 알렸다.

장 CP는 제작진의 반발을 샀던 'TV쇼 진품명품' MC 교체과정,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행정소송 무산 건에도 길 사장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영방송의 최고 수장이 공영방송 전체를 특정 세력에 헌납하려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에 따르면,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됐다.

같은 날 '청와대의 KBS 뉴스 및 인사 개입 의혹'을 폭로한 뒤 침묵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KBS 기자협회 진상조사단과 만나 "보도 지시한 적 없다"는 길 사장의 해명을 반박했다.

KBS 기자협회에 따르면, 김 전 보도국장은 이 자리에서 "길 사장이 보도 개입 사실을 부인할 수 없을 만한 여러 물증을 확보해 놓은 상태"라며 "KBS 이사회뿐만 아니라 길 사장과 함께 '세월호 국정 조사'에 증인으로 나가 보도 개입 의혹 등에 대한 대질 심문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과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등 3명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KBS 노동조합은 국민감사청구를 신청, 감사원의 KBS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새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의 KBS에 대한 보도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성의 있는 답변을 해라"고 외쳤다.

KBS 양대 노조와 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전날 보직 사퇴한 일부 간부들을 지역총국 평기자 등으로 기습 발령낸 것을 '부당 인사'로 규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길 사장은 그동안 기자회견과 사내조회 등을 통해 청와대의 지침이나 정치권의 압력을 받아 보도에 개입하고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며 "특히 어제 특별조회에서 강조한 것처럼 청와대와 정치권의 압력 주장은 소설에 불과하며 풀리지 않는 의혹이 있다면 국회에서 합의한 세월호 관련 국정조사를 통해 명확히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번 사태를 촉발한 전 보도국장의 왜곡된 주장에 대한 진위도 반드시 규명할 것"이라며 "전 보도국장의 발언과 폭로에 대한 진상조사의 형식과 절차를 기자협회와 노동조합이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으며 보도와 인사 외압 논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사장이 참여하는 특별공정방송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보직 사퇴 부장들의 인사 발령에 대해서는 "이번 인사는 부장직을 사퇴한 후 업무에 복귀하지 않고 직무를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BS 기자협회는 성명을 통해 6일째 공동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KBS 양대 노조를 지지하고 5일로 예정된 길 사장에 대한 KBS 이사회의 해임제청안 가결을 촉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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