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예결위, 정회한 뒤 속개했다가 그대로 심사 산회 선언
김태석 의원 "응급 민생예산? 야비한 꼼수" vs 김용구 실장 "그 말 취소해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회가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증액'없는 예산을 논의키로 하면서 화해무드로 가는 듯 했으나 이내 곧 불협화음이 다시 일었다.

논란의 촉발은 '응급 민생예산'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좌남수)는 10일 1차 추경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김용구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을 비롯한 도정 공무원들과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뉴스제주

김태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집행부를 상대로 "제대로 된 실태조사보고서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재의요구를 한 것도 모자라 정부로부터 사업 중단하라는 조치나 받으면서 대체 뭐가 응급 민생예산이라고 이렇게 예산을 계상한 것이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응급 민생예산이라는 용어 자체가 도민들과 의회 사이를 갈라 놓으려는 야비한 꼼수가 아니고 무어냐. 도정이 도민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김용구 실장은 발끈했다. 김 실장은 "그런 발언은 수용하기 어렵다. 정정해 줄 것을 요청한다"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자 김 의원은 "그렇다면 의회에서 응급 민생예산이라는 말을 받아들이라는 말이냐"고 되받아쳤다.

이어 김 실장이 "뭐가 야비하다는 것이냐. 반말하지 마라"고 다시 맞섰고, 김 의원은 "그 꼼수가 야비하다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과 김 실장 간 고성이 오가며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좌남수 위원장은 긴급 정회를 선포했다.

예결위는 정회 선포 뒤 20분 후 오후 3시 30분에 재개됐지만, 좌 위원장은 더 이상 심사를 진행하지 않고 산회시켜 버렸다.

▲ 권영수 제주도 행정부지사와 김용구 기획조정실장. ⓒ뉴스제주

추경안 예결위 심사는 12일까지 일정이 남아 있어 이날 산회되더라도 계수조정은 11일부터 진행된다.

도의회 의원들은 이번 추경안 심사를 두고 "증액 없는 예산안 심사는 처음"이라거나 "도정에 굴복하고 말았다"는 자조섞인 발언을 내던졌다. 이러한 마당에 빚어진 이날 도-의회 간 갈등 재점화는 또 다시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면서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추경안 심사에서 예결위 소속 의원들은 원희룡 지사를 '독선적 제왕'이라고 힐난했다. 증액은 커녕 삭감시킨 것에도 재의를 요구하는 도정을 두고 "제황적 도지사를 누가 견제하란 말이냐"면서 비난을 퍼부었다.

또한 예결위 정회 소동을 빚은 '응급 민생예산' 용어를 두고서도 도와 의회 간 입장차가 여전해 갈등의 골은 쉽사리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는 응급 민생예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삭감된 예산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했고 삭감된 대부분의 예산을 그대로 1차 추경안에 반영하면서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의원들은 도정에서 응급 예산이라며 계상한 사업들이 정부로부터 사업 취소 되거나 논의 거부되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일괄 삭감시켜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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