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님.

 

오랜만입니다. 결국 홍 지사님의 대권행보를 위해 경남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내리셨군요. 저는 오늘 공개서한을 통해 이 결정을 반박하려 합니다. 특히 제가 지난 수년간 무상급식의 원조로 경남을 치켜세운 것에 대한 업보가 있기에 홍 지사님의 어리석은 판단에 경종을 울리고자 합니다.

 

2009년 김상곤 후보에게 무상급식 공약을 준 경남

 

2009년 3월 중순으로 기억됩니다. 당시 창원에서 경남 교육감님과 저녁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권정호 교육감은 진주교대 총장 출신으로서 정치적으로 중도 성향의 인물이었습니다. 그 당시 무상급식은 무상의료와 함께 민노당이 주장하는 아젠다 중의 하나였고, 저는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정치적 주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경남 교육청이 이미 하고 있다는 교육감의 말씀에 제가“재원이 가능한가요?”여쭈니“불필요한 교육청 행사 줄이니 재원이 마련되었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이것이 제가 그날 이후 무상급식의 전도사를 자처하게 된 계기였고, 다음 달 치러진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김상곤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이유 중의 하나였습니다.

 

저는 창원에서 올라오자마자 경기도 교육감 보궐선거 후보였던 김상곤 후보를 급히 만났습니다. 당시 저는 국회 교육위원회 민주당 간사로서 김상곤 후보에게 정책적 조언을 드리곤 했습니다. 저는 김상곤 후보에게“경남에서 실시하는 무상급식은 경기도에서도 가능하니, 공약에 꼭 포함하세요.”라고 설득했고, 결국 김상곤 후보가 이를 수용하였습니다.

무상급식은 김상곤 후보자의 대표적인 공약이 되었고 무상급식 논란을 바탕으로 오리무중이었던 선거는 김상곤 후보를 당선으로 이끌어,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2009년 가을이후 보수 vs 진보 논쟁으로 비화된 무상급식

 

김상곤 교육감의 등장으로 진보교육 시대의 막이 올랐고,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핵심 이슈 중 하나가 무상급식 실시였고, 당시 보수정치진영에서는 무상급식을 좌파정책으로 몰고 가기로 작정하고 입만 열면 무상급식에 대한 공격에 열을 올렸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교육청의 무상급식안은 무조건 배급하자는 북한식 사회주의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군현 당시 교육위원회 위원은 국정감사에서“초·중·고 전교생에게 무료로 급식을 제공하는 것은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규정한다.”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보수진영이 무상급식을 이념논쟁으로 몰고 가지 않았더라면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일찍이 실시했던 좋은 복지정책 정도로 넘어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보수진영의 사활을 건 공격이 이어졌고 결국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은 야권승리를 가져다 준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을 거부하며 시장신임 투표까지 불사한 결과, 쓸쓸한 퇴장을 맞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퇴장을 끝으로 지난 수년간 무상급식은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보편적 복지정책이 되었는데, 최근 홍 지사님의 발언으로 무상급식 논란이 다시 지펴지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홍 지사의 오락가락 행보

 

정치인은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하고, 그것은 양심과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용인되지만 그 책임 또한 스스로가 져야 합니다. 문제는 일관성이 있어야 진정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데 홍 지사님의 무상급식에 관한 발언은 갈지자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0년 이후 최근까지 홍 지사님의 오락가락 발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기

발언

2010년,

한나라당

의원 시절

“무상급식은 얼치기 좌파들이 내세우는 국민현혹 공약”

2012년 12월,

도지사 보궐선거 합동 TV 토론회

“무상급식이 국민의 뜻이라면 그대로 실시하겠다”

2012년 12월 20일,

취임사

“무상급식과 노인틀니사업 같은 복지예산이 삭감되는 일이 없도록 재정건전화 특별대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

2015년 3월 13일,

경북도청 특강

“무상급식은 좌파들의 잘못된 논리에 국민이 놀아난 것”

 

참으로 놀랍지 않습니까? 2010년 홍준표 국회의원과 2015년 홍준표 재선 도지사 발언은 무상급식을 좌파정책으로 매도하고, 2012년 도지사 후보시절과 갓 취임한 홍준표 도지사는 무상급식을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셨습니다.

그야말로 두 얼굴의 사나이 홍준표입니다. 국민들에게 해명을 바랍니다. 당선을 위해 거짓 공약을 내걸고, 당선 이후엔 낡은 색깔론으로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마저 빼앗는 홍 지사님의 처세가 놀라울 따름입니다.

 

색깔론으로 대권행보 시동 거는 홍 지사님의 꼼수

 

홍 지사님이야 말로 틀에 박힌 색깔론을 이용하는 구시대적 포퓰리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홍 지사님은 최근 연일 거친 표현으로 무상급식을 비판하며 언론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홍 지사님이 말 바꾸기를 해가며 무상급식을 뒤흔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이념 논쟁으로 보수에게 잘 보여 대권에라도 도전하고 싶은 것입니까? 정치적 입지 좀 넓혀 보겠다고 아이들 밥상까지 볼모로 삼는 정치인이 국가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습니까? 오히려 고향인 경남 아이들의 돌팔매질로 피멍든 말로를 걷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무상급식 논란은 오세훈 전 시장의 퇴출로 이미 끝이 났습니다. 무상급식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들을 포퓰리즘에 놀아났다며 모독한 홍 지사는 지도자가 될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홍준표 도지사께서 큰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국민 모독 대신 청와대를 향해 쓴소리부터 할 줄 아는 정치인이 되시길 충고합니다. 특정 진영으로부터 박수 받을 기대를 접으시고,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도지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5년 3월 16일(월)

국회의원 안 민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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