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한국여자축구가 강호 스페인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월드컵 첫승과 16강 진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좌우 측면을 쉽게 내주며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들어 강한 투혼을 발휘하며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박은선(29·로시안카)이 발목 부상에도 몸을 사리지 않은 가운데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 조소현(27·인천현대제철), 강유미(24·화천KSPO)를 비롯한 선수들이 혼연일체가 돼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한국 축구사를 새로 쓰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여자월드컵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2-1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은 스페인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격이었다. 스페인의 '영건' 비키 로사다(24)를 비롯한 주전 공격수들은 최전방부터 조소현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며 패스 줄기를 차단했다.

'싸움닭' 조소현과 전가을(27·인천현대제철), 강유미 등은 밀려드는 스페인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중원에서 길을 잃었다. 박은선, 지소연 등 전방 공격수들이 상대 진영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잦았다. 수비 라인이 뒤로 쳐진 결과다.

스페인의 첫 골이 터진 것은 전반 28분.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발롱도르상 후보에 올랐던 경계대상 1호 베로니카 보케테는 한국진영 왼쪽 측면에서 연결된 패스를 이어받아 간결한 왼발 터치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전 내내 공간을 쉽게 내주며 패색이 짙던 대표팀 역전승의 원동력은 전술 변화였다, 첫 승을 향한 선수들의 불굴의 의지였다. 중원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던 한국대표팀은 후반 들어 달라졌다.

신호탄은 윤덕여 감독의 수비 전술 변화. 윤 감독은 뒤로 물렸던 수비 라인을 후반 들어 위로 끌어올리며 정면 승부를 걸었다. 어차피 비겨도 탈락하는 경기였다. 전반전에 강한 압박을 펼친 스페인 선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 선수들의 강한 압박에 균열이 생기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 진영의 오른쪽 공간이었다. 조소현이 후반 7분 대역전승의 서막을 열었다. 오른쪽에서 올라온 정확한 크로스를 헤딩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김수연(26·화천 KSPO)의 역전 결승골도 스페인 진영 오른쪽에서 터져 나왔다. 전반전은 한국의 왼쪽 측면 공간이 스페인의 침투 경로였다면, 후반에는 스페인의 오른쪽 공간이 '무주공산'으로 변했다. 조소현, 김수연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국제경기 경험이 상대적으로 일천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던 한국 선수들은 선제골을 허용한 이후 후반 들어 안정감을 되찾았다.

한국여자축구는 지난 2003년 첫 출전한 미국 월드컵에서 전패로 탈락하며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이번 대회 조별 예선에서도 브라질에 패하고, 코스타리카에 막판 동점골을 허용하며 가시밭 길을 걸었다.

하지만 유럽예선을 무패로 통과하며 이탈리아를 탈락시키고 사상 첫 월드컵에 진출한 스페인 여자축구 대표팀의 지장 이그나시오 케레다 감독도 한국 선수들의 승리를 향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내심 8강 진출을 겨냥하는 윤덕여호는 22일 프랑스와 맞붙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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