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내린 이석문 교육감 1년 평가
"진보교육감 역할은 '낙오'에 대한 두려움 불식시키는 것"

지난해 기준 한국의 국민소득은 2만 9010달러(한화 약 321만 5758원)로 전 세계에서 19위를 기록했다. 일본은 14위, 미국은 5위다. 1위는 룩셈부르크, 2위는 노르웨이다.

이러한 수치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은 점차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육만큼은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한국의 교육열 및 학력수준은 세계 1위다. 수준이 높다고 해서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청년의 실업률 역시 세계 1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학생들이 겪는 학업 스트레스 지수 또한 세계 최고다. 유엔아동기금이 몇해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비해 3배나 된다. 이러니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전체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도의 교육현실은 어떠한가'를 이석문 제주도교육감 취임 1주기를 맞아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평가를 내려보는 자리를 24일 마련했다.

▲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4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이석문 교육감 취임 1년에 대한 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뉴스제주

# 혁신학교의 한계, 중고등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이 자리에서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김은정 대흘초등학교 어머니회장은 초중등교육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2011년 서울에서 제주로 이주한 학부모다. 자녀의 초등교육을 위해 내려왔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제주에서의 초등학교 교육(혁신학교), 특히 인성교육에 초점을 맞춘 부분이 만족스럽지만 중고등은 그렇지 않다"며 "고교에서 시내인문계를 선호하는 것이 중학교까지 영향을 미쳐 선호 및 비선호 학교가 뚜렷해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회장은 "많은 부분이 연합고사 때문인데, 수능 전국 1위를 보여주지만 이런 결과가 아이들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니"라며 "이러다 보니 아이들 교육을 위해 제주로 내려왔던 사람들이 중등 교육을 위해 다시 서울로 이주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은 연합고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회장은 "초등의 혁신학교가 중고등에도 접목되기를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선 먼저 연합고사가 폐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고교에 대한 교육환경이 정상화 돼야 자율적인 교육과정이 중고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교원업무 경감, 교사들에겐 아직 '그림의 떡'

이석문 교육감의 정책과제 중 핵심적인 몇 부분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 먼저 서영표 제주대학교 교수는 '교원업무 경감' 정책에 대해 "일단 인력 확충의 문제"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현재 모든 정부부처의 핵심 정책기조가 예산과 인력을 축소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보니 새롭게 인력을 확충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조건에서 행정직 공무원들을 동원해 교사들의 업무를 분담하게 하려 했지만 분란만 키운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교원업무 경감을 위해선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는 것이 장기적인 대안"이라며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교원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그 일부를 행정직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지난 5월 25일부터 6월 12일까지 도내 초·중·고교 교사 269명, 학부모 2394명을 대상으로 이석문 교육감 1년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선 1년 업무수행을 점수로 환산했을 시 교사는 75.4점, 학부모는 68.6점으로 평가했다. 응답비율에서 교사는 '매우 잘함'에 17.5%, '잘함' 45%, '보통'은 34.9%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경우엔 각각 5.3%, 29.5%, 46.1%다.

이를 보면 교사들은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렸지만 학부모는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잘하고 있다는 비율이 50%를 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학부모는 설문답변에 중립적이거나 '모른다'는 답변이 많아 아직까지 이 교육감에 대한 공약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교원업무 경감에 대한 설문에서, 교사들은 '매우 줄었다' 1.9%, '줄었다' 26.8%, '이전과 같다' 64.3%, '늘었다' 5.9%로 대답했다. 이전과 같거나 오히려 늘었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74.3%나 된다. 이 교육감에 대한 교사들의 높은 정책 수행 지지도에 비할 때 상당히 부정적인 결과다.

업무가 줄어들고 있지 않는 이유엔 ▲추가 인력 미배치 43.1% ▲교육관료의 몰이해 33.3% ▲학교 관리자의 의지 부족 14.9% ▲교육감 의지 부족 6.3% 순으로 조사됐다.

▲ '제주의 아이들은, 행복한가요?' 이석문 교육감 1년 평가와 과제에 참석한 토론 패널자. ⓒ뉴스제주

# 4.3교육 강화, 교육관리자에 대한 전문성 높여야

이 교육감의 4.3교육 정책에 대해 서영표 교수는 "단편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해선 안 된다"며 "인권과 평화라는 최우선 가치를 전체로 하고 서로 대립적인 견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학생들 스스로 4.3에 대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4.3교육의 목표도 능동적이고 비판적인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선 '잘되고 있다'는 답변이 55%로 나타났고, '안 되고 있다'는 답변은 6.7%에 불과했다. 학부모 역시 긍정적인 답변으로 60.7%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김동철 전교조 제주지부 정책실장은 "4.3교육이 잘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답변을 보면 교사의 지도역량 부족이 36%를 차지했다"며 "이에 보다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선 교사들에게 4.3에 대한 지속적인 연수 기회를 제공할 필요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 아침밥 있는 등굣길, 학부모 & 교사 모두 긍정적

'9시 등교'는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에 의해 가장 먼저 시작된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제주에서도 올해부터 자율적으로 9시 등교를 권장하고 있다.

취지는 좋다고 평가됐지만 부모들의 출근시간 문제로 찬반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설문조사에선 교사와 학부모 모두 부정적 의견보다는 긍정적 대답이 높게 나타났다. 교사의 경우 66.7%, 학부모는 5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김동철 실장은 "지나치게 이른 시간부터 이뤄져 온 교육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을 교사와 학부모 모두 공감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서 교수는 '아침밥 있는 등굣길' 정책에 대해 "학생들의 가장 기본적인 행복권을 침해하는 한국교육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상징"이라며 "단지 아침밥을 먹이기 위한 '9시 등교'로 이해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이 정책이 제안되자마자 제일 먼저 논란이 일었던 부분이 '학력저하'였다. 이에 대한 이해가 달라져야 한다"며 "정보를 무조건 머릿속에 넣는 것이 공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도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는 말로 좁게 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제주의 아이들은, 행복한가요?' 이석문 교육감 1년 평가와 과제. ⓒ뉴스제주

# 진보교육감의 역할...

서영표 교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은 학생들에게 어떤 의사표현의 기회도 주지 않고 있다. 학력을 높여야 한다는 핑계 아래 절반의 아이들은 우울증을 경험하고 자살충동을 느낀다"며 "이렇게 길러진 인재들이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확산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리사욕을 탐하고 공적인 일에는 무능한 엘리트들이 우리의 경쟁력인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발제 말미에서 서 교수는 "진보교육감의 역할은 '우리, 내 아이만 낙오자가 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불식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만일 진보교육감이 이렇게 커다란 사회적 변화 요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분적인 공약이행에 집착하거나 재선을 위해 기득권 집단의 눈치를 본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동철 정책실장은 "설문조사에서 교사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기뻐할 때는 아니"라며 "학부모들은 지지를 유보하고 지켜보는 입장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실장은 "2년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좀 더 과감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도민의 지지와 열망이 가득차 있는 지금이 제주 교육을 위한 새롭고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할 적기"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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