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시스】정성원 기자 = 말 많고 탈 많았던 고척스카이돔이 넥센 히어로즈에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까?

넥센은 지난 6, 7일 새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 입성해 자체훈련을 했다. 전지훈련 후 새 집 첫 방문이었다.

8일 자리를 옮겨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시범경기 개막을 맞았지만 화두는 단연 고척돔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목동구장보다 야구하기에 좋은 것 같다. 생각보다 야구장이 커서 좋다"면서 "선수 편의시설도 좋고 휴식공간도 있다. 100%는 아니겠지만 선수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고 평했다.

넥센은 2008년부터 목동구장을 사용하면서 구장 시설과 편의공간 정비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나 고척돔 완공 시기에 맞춰 서울시는 목동구장을 다시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넥센은 '반 쪽짜리 돔'이라는 오명을 쓴 고척돔으로 더 비싼 사용료를 내면서 떠밀려 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에 이제 넥센은 희망을 찾으려고 한다.

염 감독은 "마침 타이밍이 좋았다. 지난해 같았으면 구장이 커지는 것이 팀에 손해였을 것이다"고 말했다.

고척돔은 홈플레이트에서 펜스까지의 거리가 좌우 99m, 중앙 122m다. 펜스 높이는 4m다. 목동에 비해 좌우 1m, 중앙 4m, 펜스 높이 2m가 늘었다.

지난해 넥센은 홈런 203개를 때리며 역대 5번째 200홈런 이상 기록한 팀이 됐다. 작은 목동구장이 넥센의 팀 컬러와 맞아 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시즌 최초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친 박병호(미네소타)가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홈런 23개를 친 중장거리 타자 유한준도 자유계약선수로 kt 위즈로 이적했다.

넥센은 돌연 '거포 군단'에서 '육상부 야구'로 전환을 선언했다.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 염 감독은 "지금 당장 우리가 빠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은 한 베이스 더 진루하는 기술을 갈고 닦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뛰는 야구를 하는 팀에 큰 구장은 득이 된다. 2루타성 타구가 3루타가 된다.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던 넥센 마운드에도 좋은 일이다.

고척돔에서 조금 우려되는 대목은 돔 천장의 색깔이다. 옅은 회색의 천장 때문에 플라이 타구 처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염 감독은 "천장이 조금 아쉬운데 적응을 하다보면 될 것 같다. 계속 문제가 되면 조정하면 되는 일이다"고 했다.

달리 보면 이것이 넥센에 이점이 될 수도 있다. 적응으로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애매한 천장 색깔은 넥센이 갖는 홈 구장 이점으로 변한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은 열악한 주변 시설이다. 고척돔은 주차난과 접근성, 비좁은 관중석 등 다양한 문제점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염 감독은 "아담하고 조용해 야구하기 좋은 곳"이라며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넥센은 여느 때보다 바쁜 3월을 보낼 예정이다. 개막 이전까지 '뛰는 야구'도 정착시켜야 하고, 새 구장에도 적응해야 한다.

8일 한화와의 시범경기 첫날, 넥센은 아직 새로운 야구 스타일에 대해 실험 중인 듯 했다.

2-4로 끌려가던 8회초 공격 1사 1, 2루에서 넥센은 이중도루를 감행했지만 1루주자 김규민이 2루에서 손쉽게 잡히며 허무하게 흐름이 끊겼고 그대로 패했다.

또 명색이 홈구장인데 아직 제대로 된 적응 기간도 없었다. 고척돔 시범경기 개막일은 15일 SK 와이번스전이다. 10경기를 치른 뒤 개막을 맞는다.

넥센이 새 구장에서 새로운 색깔의 야구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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