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역사 감추거나 왜곡 말라...진상규명 희생자 명예회복 이뤄져야"

   
▲ 4.3희생자 유족인 안옥생씨가 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69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해 아버지와 오빠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에서 제를 올렸다. ⓒ뉴스제주

"당시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와 오빠가 끌려갔어.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어" 4.3 희생자 유족인 안옥생(80)씨는 4.3 당시 아버지와 오빠를 동시에 잃었다.

안씨는 "아버지와 오빠가 같은 형무소에서 죽었어.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지만, 미국 기자가 사진을 찍어 보내주니까 죽은 장소까지는 알아. 하지만 시신은 한통에 넣다 보니까 유해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69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서 참석해 아버지와 오빠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비에서 제를 올렸다.

안씨의 아버지(안태아 1908년생 표선면 가시리)의 추모비에는 ‘1950년 7월 초순경 대전지역에서 행불’이라고 새겨졌다.

오빠(안옥봉 1930년 10월 출생 표선면 가시리) 역시 ‘1950년 7월 초순경 대전지역에서 행불’이라고 새겨졌다.

안씨는 "잡아갔으면 정부가 뭔 죄를 졌는지 말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은 커녕 유해도 못찾고 있어"라면서 "내 나이가 80이야. 내가 살아 있을 때 유해를 찾았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  4.3 희생자 유족인 안기택 씨는 4.3 사건 당시 큰형님과 작은 형님을 잃었다. 큰형님은 대구 형무소에서, 작은 형님은 대전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안씨는 일부 수구세력들의 '4.3 희생자 재심사' 주장과 제주4.3을 축소 내지 왜곡 논란이 인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대해 "정부가 똑바로 해야한다"고 쓴소리를 했다.ⓒ뉴스제주

또다른 4.3 희생자 유족인 안기택 씨는 4.3 사건 당시 큰형님과 작은 형님을 잃었다. 큰형님은 대구 형무소에서, 작은 형님은 대전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안 씨는 “아직도 기억나는데 내가 5살 때였어. 여름밤 같은데 마당에서 멍석을 깔아 잠을 자고 있는데 죽창을 가진 사람들이 들이닥쳐 큰형과 작은 형을 잡아갔다. 그게 마지막 모습이야”라고 술회했다.

큰형의 추모비는 대구에, 작은 형(안기선 1930년 2월 생)의 추모비는 제주4.3평화공원에 있다. 추모비에는 ‘1950년 7월 초순경 대전지역에서 행불’이라고 새겨졌다.

그는 "대전에 가령골이라고 있어. 그곳에 세워놓고 총살시켰어. 시체도 찾지 못했지"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4.3평화 공원이 조성되기 전에 돌아가셨어. 추모비라도 보고 가셨으면 조금이나마 한을 풀었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 했다.

일부 수구세력들의 '4.3 희생자 재심사' 주장과 제주4.3을 축소 내지 왜곡 논란이 인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정부가 똑바로 해야 한다. 제주 4,3 사건은 양민들 잡아다가 총살한 것이다. 정식 재판도 거치지 않고, 6.25 전쟁이 터지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니냐. 너무나 억울하다. 유족들은 보상 보다는 이 억울함을 먼저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스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되고 4.3 진상조사보고서 발간과 국가추념일이 된 지금까지도 수천 명의 영혼들은 행방불명자로 남아있다.

유일한 4.3관련 공식문서인 '수형인명부'와 명부에 등재된 2530명의 희생자에 대한 진상조사도 요원한 상태다.

가족 중 누군가 '4.3'에 연루되거나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반공세력' 으로 낙인찍히고 연좌제 사슬에 매여 평생 고초를 겪어왔던 시절도 있다.

4.3 수형인들은 뒤늦게 희생자로 선정됐지만, 여전히 범죄자라는 주홍글씨가 따라 붙어 보수단체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홍교한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접 거론하며 "유감스럽다"라고 쓴소리를 건넸다. 양 회장은 ""과거 역사 감추거나 왜곡하지 말고, 조속한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제주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이날 제주4·3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접 거론하며 "유감스럽다"라고 쓴소리를 건넸다.

양 회장은 "과거의 역사는 결코 감추거나 왜곡돼서는 안된다. 특히 제주 4.3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편협한 시각으로 해석돼서는 절대 안된다. 소중한 우리의 역사를 훼손시키지 않고 온건히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인류 공통의 과제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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