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한국 코미디영화가 흥행다툼에 돌입한다. 명절 연휴는 대대로 극장가의 최고 성수기로 지난 몇 년간 한국 코미디영화가 강세를 보여 왔다.

2001년 '조폭마누라'를 기점으로 2002년 '가문의 영광', 2003년 '오! 브라더스', 2004년 '귀신이 산다', 2005년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 2'까지 추석시즌에는 이른바 웃기는 영화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지난 해 설 연휴에는 조폭 코미디 '투사부일체'가 천만 영화 '왕의 남자'와 함께 극장가를 점령했다.

올해도 코미디가 대세다. 지난 해 코미디, 멜로, 액션 누아르 등 다양한 장르영화가 개봉한 것과 사뭇 다른 양상이다.

8일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이하 '김관장')을 필두로 설날인 18일을 전후해 총 4편의 한국영화가 관객의 배꼽을 노린다.

'김관장'(감독 박성균,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은 신현준 최성국 권오중이 주연한 액션코미디. 코믹 연기에 능숙한 세 배우의 조합이 시선을 끄는 가운데 '태껸 vs 검도 vs 쿵푸'(신현준 vs 최성국 vs 권오중)의 대결구도가 흥미롭다.

영화는 세 김 관장이 마을의 미녀 연실을 사이에 두고 사랑싸움을 벌이다 나중에는 조직폭력배와 대립하는 구도로 발전한다.

'감동과 웃음과 액션의 비빔밥이 다소 산만하다'는 평도 있지만 적어도 웃음이 터지는 영화인 것만은 분명하다.

15일은 코믹 이미지가 강한 차태현 주연의 '복면달호'(감독 김상찬, 김현수 제작 인앤인픽쳐스, 스튜디오 2.0, 배급 스튜디오 2.0), 흥행돌풍을 일으켰던 '색즉시공' 주역들(윤제균 감독, 배우 임창정, 하지원)이 5년 만에 다시 뭉친 '1번가의 기적'(감독 윤제균, 제작 두사부필름,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 맞붙는다.

'복면달호'는 코미디영화로 남우주연상을 노리는(?) 차태현의 야심작. '복수혈전'으로 아픔을 겪었던 이경규가 제작했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작가 사이토 히로시의 '엔카의 꽃길'이 원작인 영화로 록 스타를 꿈꾸던 봉달호(차태현)가 트로트 가수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았다.

작곡가 주영훈이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트로트'를 젊은 감각으로 재구성했다.

철거전문 깡패와 여자복서, 임창정·하지원 다시 결합

'1번가의 기적'은 재개발 예정지인 '1번가'를 무대로 철거전문 깡패 필제(임창정)와 동양챔피언을 꿈꾸는 여성복서 명란(하지원), 그리고 달동네 꼬마들이 엮어가는 감동과 웃음의 드라마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유성협 작가가 시나리오에 참여해 드라마가 취약한 윤제균 감독을 보좌했다.

배우들의 조화로운 연기가 맛깔스러운데, 특히 아역배우 일동, 이순 남매(박창익, 박유선)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만약 영화가 대박난다면 그 공을 두 사람에게 돌려야할 만큼 돋보인다.

다만 후반부 감동을 이끌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분분하다.

22일 개봉하는 '마강호텔'(감독 최성철, 제작 마인엔터테인먼트, 배급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은 구조조정 당한 형님들의 조직복귀 프로젝트. 조폭 월수입이 평균 400만원인 시대, 음지의 조폭들도 구조조정으로 인해 대량 실직 당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남성 위주의 코미디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김관장'과 같은 날 개봉하는 '바람피기 좋은 날'(감독 장문일, 제작 아이필름, 배급 시네마서비스)은 섹시 코믹드라마를 표방하며 관객몰이에 나선다.

봄바람이 연상되는 살랑거리는 제목, 유부녀로 변신한 김혜수와 윤진서의 불륜 스토리, 그리고 데뷔작 '행복한 장의사'로 좋은 인상을 남긴 장문일 감독의 8년 만의 복귀. 이 모든 것이 호감도를 끌어 올리는 '바람피기 좋은 날'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무겁지 않게 다룬 점이 돋보인다.

특히 바람둥이 '여우 두 마리'(이종혁)의 애간장을 녹이는 '작은새'(윤진서)의 내숭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남편에게 불륜 사실을 들키자 겁을 내면서도 할 말 다하는 '이슬'(김혜수) 캐릭터는 구질구질하지 않아 매력적이다.

언론시사 직후 '불륜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장문일 감독은 "그동안 불륜 소재가 자의식이나 도덕성, 욕망이라는 부분에서 접근했다면 나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열망과 의지를 가진 인간을 다루고자 했다"고 영화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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