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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29일 전북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1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후반전 두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2018.04.29.yns4656@newsis.com

【전주=뉴시스】 박지혁 기자 =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의 K리그1(1부리그) 10라운드가 열린 29일 전주월드컵 경기장. 전반 44분 무렵 전북의 서포터 '매드 그린 보이즈(MGB)'를 중심으로 경기장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나 둘씩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을 들이대며 손을 흔들었다. 그들의 시선이 쏠린 곳은 그라운드가 아니다. 대기 지역에서 몸을 풀기 시작한 이동국(39)으로 향했다.
 

 

이동국은 이날 시즌 5호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2-0 승리에 일조했다. 8연승을 달린 전북(승점 27)은 2위 수원(승점 7)과의 승점 차를 7로 벌리며 독주 체제를 공고히 했다.

후반 5분 교체로 투입된 이동국은 29분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자신의 39번째 생일을 자축하는 한 방이었다.

1979년생인 이동국은 우리나이로 마흔, 불혹이다. 어쩌면 운동선수로서 황금기가 끝난 지 오래다. 은퇴 이후를 걱정해야 할 때라는 게 더 현실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동국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9경기에 출장해 5골을 터뜨렸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4골을 넣었다. 후반 승부처에서 조커로 기용되는 상황이지만 전성기 골 감각은 여전하다. 경기당 0.56골(리그 기준)을 넣고 있다.

득점 부문 공동 선두 말컹(경남), 제리치(강원·이상 7골)에게 2골 차로 뒤진 단독 5위다.

이동국은 "공교롭게 그동안 생일을 전후로 경기가 있었던 것 같다. 항상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오늘 아침 식사 자리에서 후배들이 생일을 축하해줬다. 마흔살 축하였는데 위로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프로야구의 이승엽(42·은퇴), 임창용(42·KIA), 박용택(39·LG), 프로농구의 서장훈(44·은퇴), 주희정(41·은퇴)처럼 불혹의 나이에도 존재감을 뽐냈거나 뽐내고 있는 이들이 여럿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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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뉴시스】윤난슬 기자 = 29일 전북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EB하나은행 K리그1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경기. 전북 이동국이 후반전 두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2018.04.29.yns4656@newsis.com

이동국은 "종목은 다르지만 베테랑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항상 마음 속으로 응원하고 있다"며 "나이가 들어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남들이 모르는 노력을 했고 결실을 통해 그 자리에 서는 것이다. 언제나 지지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골을 넣은 이동국은 역대 최초로 9년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다. 시즌 전 '소박한' 목표는 두 자릿수 골 행진을 10년 연속으로 이어가는 것이었다.

 "작년에 비해서 경기에 뛸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었기 때문에 기회를 놓칠 때마다 아쉬움이 훨씬 크다"면서도 "시즌을 치르면 기회는 계속 올 것이다. 월드컵을 전후로 두 자릿수 골에 욕심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스트라이커로서 득점왕에 대한 목표를 가지고 경기를 하지만 쉽지 않다. 기회에서 반드시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다"면서 "좋은 선수들이 많다. 우선 팀이 승리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날 생일 축포는 이동국의 통산 207번째 골(역대 최다)이다. 불혹 이동국의 발끝에서 K리그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고 있다. 전북 팬들이 열광하는 이유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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