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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녹색환경과

기후변화대응팀장 김순희

산길을 달리면서 여린 초록으로 변해가는 창밖 풍경에 미소 짓던 게 엊그제인데 벌써 나무들은 짙은 초록을 넘어 울긋불긋한 색으로 갈아입고 있다. 또, 어느새 잎을 떨구고 맨 몸을 드러내겠지.

정말 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는 구나.

“유난히” 추웠던 겨울과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 또 다른 계절을 맞이하면서 문득문득 오래된 기억들이 떠오른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새내기 직장인으로서 경험했던 사건이라면 사건들.

신규 공무원 임명장을 받은 후 3개월이 채 되기 전 어느 가을날 사무실에서 마주쳤던 일. 그때 충격(?)받은 이후 맞닥뜨리는 수많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자연스러운 일들을 보며 점점 동화되어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어느 날 들려 온 동기생 중 한명이 “그런 일”에 항의하다 사표를 내던졌다던가 어쨌다던가... ...

사실, 첫 사회생활에서 경험한 유쾌하지 못한 기억은 지금도 “청렴”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면 언제나 떠오르는 낯 뜨거워지는 기억이다. 그냥 시키는 대로 소위 말하는 “관행”대로 했었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일을 저지른 건 아니었지만 아주 작은 것에도 철저해야 하는 공직자로서 나는 얼마나 떳떳하게 공직생활을 해오고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대답해본다.

최근 공직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청렴교육이나 부조리 신고시스템들을 보면서 만약 그때 이런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었으면 내가 어떤 행동을 취했을까 생각해본다. 그 당시에도 당연히 “청렴의무”가 공직자 행동강령에 있었지만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 행동요령 등 실생활에서 “청렴의무”를 각성시키는 프로그램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벽에 걸린 액자 속에 존재하는 의무일 뿐.

잊을만하면 터지는 “청렴하지 못한 사건”들을 볼 때마다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희미해져가는 기억들을 다시 되새김질하는 시간을 갖는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후배들은 수동적인 우리 세대와 달리 부조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이의 있습니다!” 라고 손을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21세기 신인류들이다. 혹여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행동강령책임관”제도 등 부조리 신고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도록 추천해 마지않는 바다. 그래서 누구처럼 훗날에 두고두고 혈압 올리지 말고 고개 들고 창창(蹌蹌)한 공직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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