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억 짜리 우도 농어촌 폐기물 소각시설 확충사업 기술제안서 선정 과정 논란

우도. ⓒ뉴스제주
우도. ⓒ뉴스제주

# 제주시 청정환경국, 제재받은 사실 확인했지만 문제 없다고 판단

75억 원을 투입하는 '우도 농어촌 폐기물 소각시설' 확충사업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로부터 제재를 받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했으나, 제주시는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8월 14일 오후 2시 공법선정위원회를 개최해 소각처리 공법선정 기술제안서를 제출한 2곳의 사업자에 대한 심의를 벌였다. 공법선정위는 두 업체 중 한 곳을 선택했으나, 제주시는 이 결과를 말해주지 않고 있다.

제주시 담당자는 "두 업체 간의 점수 차가 별로 나지 않아 비등비등하다"며 "허나, 아직 결재가 이뤄지지 않아 어느 업체의 기술제안서가 선정됐다고 밝히긴 곤란하다"고만 하면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업에 지원한 두 곳의 업체 중 A사가 지난 7월 27일에 공정거래위로부터 약 6억 7000여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업체라는 점이다. 생활 폐기물 소각로 설치 공사 입찰에서 B사와 담합한 혐의다.

이와 관련 제주시 청정환경국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확인 작업을 거쳤다"면서 "행정에선 (A업체가)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최종 계약은 저희가 아닌 조달청에서 하기 때문에 조달청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보면 공법선정위원회가 선택한 업체와 계약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만약 조달청에서 문제가 있다고 보면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책임소재를 조달청으로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애시당초 결격사유가 있었다면 문제가 된 업체의 기술제안서를 선택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결재가 1주일 이상 미뤄지면서 취재가 계속 이어지자 제주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서 자세를 조금 비틀었다. 담당 관계자는 "공정위와 조달청에 공문을 보내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공식적인 답변 내용을 본 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업체 선정에 대한 근거를 확보해두겠다는 얘기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담합 행위를 저지른 A업체에게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공문서 1면. ©Newsjeju
▲ 공정거래위원회가 입찰담합 행위를 저지른 A와 B업체에게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공문서 1면. ©Newsjeju

# 공정거래위로부터 제재받은 업체, 정말 문제 없나...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7월 27일에 배포한 보도자료 문서를 확인했다.

실제 A사는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13건의 생활 폐기물 소각로 설치 공사 입찰에서 각 입찰이 실시될 때마다 B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투찰 가격을 공동으로 결정해 13건 모두 낙찰받았다.

이렇게 따낸 사업 계약금액만 28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이 13건의 입찰 담합 중엔 제주시 우도와 추자면에서의 생활 폐기물 처리 소각로 설치 공사 2건도 포함돼 있었다. 이 때가 2011년 6월께다.

A사는 제주 외에도 무려 15곳의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생활 폐기물 처리 소각로 설치 공사에 참여해 계약을 따냈으며, 공정거래위는 이 모든 계약이 담합으로 이뤄낸 결과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는 A와 B 사업자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총 9억 8800만 원(A사에겐 6억 7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앞으로 진행될 유사 사업에서 담합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A업체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B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 담합으로 따낸 사업들. 13건 중 2건이 과거 제주시 우도 및 추자면의 폐기물 소각로 공사 입찰 담합 사례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문서 캡처. ©Newsjeju
▲ A업체가 지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B사를 들러리로 내세워 입찰 담합으로 따낸 사업들. 13건 중 2건이 과거 제주시 우도 및 추자면의 폐기물 소각로 공사 입찰 담합 사례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문서 캡처. ©Newsjeju

# 경기도, 담합업체에 관급공사 참여 제한 '엄벌'... 제주도는?

허나 공정거래위의 기대와는 달리 A업체는 지난 2011년 6월에 제주시 우도 및 추자면 생활 폐기물 처리 소각로 설치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혐의가 적발돼 올해 제재조치를 받았음에도 다시 우도에서 추진하는 폐기물 소각시설 확충사업에 기술제안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이를 바라보는 행정당국의 자세다.

경기도는 이미 지난해 5월에 건설공사 입찰 담합을 근절하고자 제재강화 조치를 마련하고 시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통해 담합업체로 밝혀진 업체에겐 공정거래법에 따라 관급공사(수의계약)에서 2년간 입찰할 수 없도록 강력한 제제조항을 뒀다.

게다가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가 9년 이내에 다시 또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되면 사업자 등록을 말소시키며, 이는 과거에 담합한 이력이 있는 업체까지 모두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2년이 경과해 입찰을 할 때엔 감점이 부과되도록까지 했다.

제주도에선 경기도와는 달리 별다른 제재조치가 없다보니 담당 공무원들은 문제가 없다고만 인식하고 있었다.

제주시 청정환경국 관계자는 "저희가 계약(수의계약)하는 것이라면 공정거래위가 판단한 내용대로 하겠지만, 행정절차 상 공법선정위를 거쳐 조달청에서 계약을 하는 것이라 조달청이 문제가 있다고 보면 계약이 안 될 것"이라며 "저희로선 시간을 더 들여 재공고를 할 뿐"이라고 설명할 뿐이었다.

제주시 청정환경국 환경시설관리소장은 "구체적인 건 팀장이 안다"며 답변을 피했고, 당시 국장은 퇴직 공로연수 중이라 연결이 되지 않았다.

제주시청사.
제주시청사.

# 조달청 핑계 제주시, 제재는 시간문제인데... 왜 모른척 하나

현재 우도는 쓰레기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초 2026년까지 사용할 예정이라던 매립장이 벌써 만적에 이르렀다. 소각장 역시 마찬가지다. 2011년 88만 명의 방문객이 지난해 176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2016년엔 223만 명이 방문한 바 있다.

이에 제주시와 우도면은 지난 2012년에 준공한 안평리 우도 폐기물 처리시설(소각로)을 1일 5t 규모로 증설하기 위한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비는 50억 원, 공사비는 25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1일 1.5t 처리용량의 규모를 갖추고 있지만, 하루에 많게는 2t이 넘는 쓰레기가 반입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7월 24일까지 소각처리 공법선정을 위한 기술제안서를 접수 받았지만 신청 업체가 1곳 뿐이어서 취소 처리됐고, 8월 4일부터 10일까지 2차 접수를 받았다. 2차 접수에서 입찰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A사가 입찰했다.

행정당국은 입찰 자체엔 문제가 없다곤 하지만 이번 사업에 참가자격을 명시한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조항을 보면 제31조에 부정당 업자는 입찰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또한 동법 31조 제1항 제2호에선 입찰에서 담합한 자를 부정당 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시는 조달청에 아직 A사가 제재대상 업체로 등록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허나 과징금을 받은 건 사실이기 때문에 제재대상 업체에 등록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런 행정 절차 상의 문제가 있기에 경기도는 과징금이 부과되는 시점부터 입찰 참여에 제한을 두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제주도는 그저 강 건너 불 구경 하듯 타 기관 책임으로만 떠넘기고 있어 병폐가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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