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119센터장 강성철 소방경 

▲ 강성철 소방경 ©Newsjeju
▲ 강성철 소방경 ©Newsjeju

 골조만 남은 건물 사이로 남루한 옷가지, 숯덩이가 된 냄비가 보인다. 전소(全燒)된 현장은 늘 그렇듯 새까맣다. 불에 탄 집은 화창한 봄날과 완전 격리된 채로 덩그러니 남아있다.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실내엔 잔불을 제거하는 소방관들이 있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무겁다. 그러면서도 과연 막을 수 없는 불이었을까, 하고 나는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값싼 화재경보기 하나만 천장에 달려 있었어도 상황은 판이했는지도 모른다.

 미연에 불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도 화마와 싸우는 일만큼 중요하다. 소방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연평균(2012년~2020년) 주택화재 발생률은 18%다. 하지만 화재 사망자의 46%는 주택에서 발생했다. 2019년 제주엔 총 607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그 중 주택화재는 129건(21%)이었다. 총 화재발생 건수 중 44%가 부주의로 발생했다는 걸 감안하면, 주택화재의 절반 가까이도 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인명·재산 피해를 막으려면 집집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 유지·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택에 구획된 실마다 화재경보기를 의무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작년 기준으로 62%에 그친다. 화재경보기는 인명·재산 피해를 막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제주시 애월읍 상귀리에서 발생한 주택화재는 화재경보기가 울린 덕에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화재경보기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고는 벌어지기 전까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화재는 발생하는 순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낭비된다. 화재예방에 대한 도민들의 작은 실천이 모인다면 막대한 소방·행정력에 버금가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부디 도민들이 화재 없이 무탈하고 따뜻한 봄을 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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