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두 차례 보이스피싱 당한 50대, 범죄에 가담해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보이스피싱으로 두 차례 눈물을 흘린 50대 남성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해당 남성은 "범죄에 연루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미필적으로나마 관여됐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실형을 내렸다. 

4일 제주지방법원은 '사기',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58. 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인터넷 구인사이트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거책 일을 맡게 됐다. 

2020년 12월7일 여러 은행 직원을 사칭한 박씨는 "기존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 주겠다"는 수법으로 피해자 A씨에게 접근했다. 같은 달 9일 저녁 제주시내 모 식당에서 A씨를 만나 1,200만원을 받고 사라졌다. 

이같은 대환·대출 사기 행각으로 박씨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 총 17명에게 도합 4억2,168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아 왔다. 

현금수거책 역할 과정에서 박씨는 현금입출기로 피해자에게 제공받은 실명과 주민등록번호를 입력, 총 2억8,590만원을 송금해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도 추가로 적용됐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보이스피싱 공모 혐의를 부인해 왔다. 자신이 했던 업무가 범죄에 가담된 줄 몰랐다고 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피고인이 과거 두 차례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했었기에 범죄 수법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보이스피싱 조직이 현금 추심업무를 한다며 고용을 했는데도 면접조차 보지 않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알아보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이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관여됐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여러 환경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제주지법은 박씨에 659만원을 추징하고, 배상신청인 5명에 총 9,500여만원의 지급도 함께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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