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법 "좋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종
제주지법 "좋은 부모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종
  • 이감사 기자
  • 승인 2021.06.10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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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제주지방법원, '성 착취물 제작·배포' 재판 속행
피해자·가해자 모두 청소년···재판부, 가해학생에 "진지한 반성이란?" 질문 던져 
"자식들은 부모에게서 배워···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토록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
제주지방법원.
제주지방법원.

"좋은 부모의 역할은 과연 무엇인가", 제주지법 성 착취물 제작·배포 재판에서 판사가 방청석을 향해 던진 화두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청소년인 사건재판을 진행하면서 자녀들이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다. 

10일 오후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군 등 2명의 속행 재판을 열었다. 

제주도내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A군 등 6명의 가해학생들은 2020년 7월~8월 B양을 협박, 노출 사진 등을 SNS에 공유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당초 지난달 13일 결심공판이 진행됐고, 검찰은 가해 학생 4명에게 단기 2년, 장기 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이날 출석한 2명의 피고인들은 종전 재판까지 합의가 되지 않은 B학생과 전국대회 출전을 사유로 재판에 불출석한 A학생이다. 

A군 경우는 재판부가 한번 더 불출석 시 법정구속을 예고하기도 했었다. 피해자에 용서를 받지도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우선 순위로 삼은 태도 때문이다. 당일 재판에서는 A군이 출석하며 실제로 구속 절차가 이뤄지진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A군에게 "현재 피해학생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느냐. 재판을 불출석하면서까지 꿈을 위한 대회에 나간 것은 본인의 고집인가? 부모의 뜻인가?"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죄송합니다. 저의 뜻입니다"였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은 생각해 봤느냐, 사리분별 정도는 할 수 있는 나이인데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진지한 반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음표를 던졌다.

A군의 묵묵부답에 재판부는 방청석에 앉아있는 관련 학부모들을 향해 긴 호흡을 쏟아냈다. 장찬수 부장판사는 방청석을 향해 자신 역시 두 아이를 둔 부모라고 소개했다. 때문에 피고인석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마음과 학부모들의 마음 역시 헤아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판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이해되지 않은 행동들이 있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소신 발언을 시작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들이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마음 압니다. 삶의 조건이 뭘까요? 공부를 잘한다? 특출한 재능을 발현한다? 명예? 이런 것들이 중요하나요? 물론 그런 요소들이 삶에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죠. 하지만 여기서 그친다면 자녀들이 진정 행복함을 느낄까요? 

자식이 먼저 올바른 길로 가도록 가르치기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도록 부모가 가진 능력과 재력 등으로 해결해 주려고만 하지는 않았을까요? 만일 다른 자녀들이 (본인 자식들에게)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사자 부모들은 혀를 끌끌 차지 않을까요?

그런 모습을 보는 자녀들은 뭘 배울까요? 세상은요, 남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 피고인 부모들은 가끔 이런 이치를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은 요새 이런 말들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다'고. 그런데요, 자식들은 부모의 거울입니다. 부모들에게 배워요. 우리 어른들이 먼저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고, 도와주고, 그렇게 하고 가르쳐야 자식들도 본받지 않을까요?

그래야만 우리 자식들은 훗날 부모가 죽고 없어도 행복하고 건강히 살아갈 겁니다. 여러분들. 고민해보세요. 탄원서나 합의, 그게 끝이 아닙니다. 지나친 사랑으로 자식을 망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자식이 올바른 인격체로 자라나고 성장하고, 어울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재판을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긴 호흡의 소신 발언을 던진 재판부는 오는 7월8일 오전 10시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 착취물 제작·배포 등)' 사건 선고를 예고했다.

검찰은 A군에게 장기 징역 4년에 단기 2년6개월을, B군에게 징역 2년에 단기 1년6개월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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