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wsjeju
▲ ©Newsjeju

 

안덕면 맞춤형복지팀장

조애록

어릴 적, 여름방학이 되면 산방산을 바라보며 화순 해수욕장에 놀러왔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는 더더욱 물이 무서웠다. 그러는 나에게 어머니는 일단 물과 친해지라고 하셨다. 먼저 물가에서 좀더 들어가서 밀려오는 파도를 마주하며 무서워만 하지말고 껑충껑충 뛰면서 파도를 즐기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바다가 무서웠고 거침없이 다가오는 파도도 어린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어머니의 엄명(?)이었기에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바다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조금씩 파도를 넘다보니 조금은 파도를 즐기게 되었고 내 생각에 ‘파도, 이거 그렇게 무서워할 대상이 아니고, 별 거 아니구나!’라는 마음이 살짝 싹트기 시작할 무렵, 어디서부터 시작된 파도인지 엄청 큰 파도가 나를 덮쳤고 나는 나뒹굴어지면서 혼이 났었다.

친절 그리고 청렴, 이들도 파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처음에는 친절과 청렴이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진다. 두렵기도 하다. 난 잘 뭘 모르는데 내게 다가오는 민원인들이 내게 뭐라하면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퇴근 후, 집에 돌아가 혼자서 꿍꿍 앓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있으리라.

그러다가 일도 좀 익숙해져 가고 민원인들과도 조금씩 나와의 거리가 좁혀질 즈음, 내 마음에 살짜기 솟아나는 ‘ 이 정도쯤이야...’하는 조금은 자만 섞인 마음. 그런 마음에서 흘러나온 한마디 말이 민원인을 어렵게 하고 화나게 하여 언성이 높아지고 부서장님께 야단맞고 신문고에 올리느니 마느니....

혼자 사표를 써보기도 한다.

고등학교 한문시간에 배웠던 의미있는 문구 한구절이 언제나 내 마음에 남아 있다. 명심보감 계선편에 마원이 이르기를 “終身行善이라도 善猶不足이요, 一日行惡이라도 惡自有餘라.” 일평생 선을 행하여도 ‘선’이라는 것은 오히려 부족할 뿐이고 하루 잠깐 눈을 판 ‘악’은 스스로 남음이 있다.

오늘도 우리에겐 친절과 청렴이라는 파도가 쉼없이 다가온다. 어제 넘었다고 오늘 또 그냥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이제 그만 두자.

내일의 태양은 내일, 새로운 모습으로 또다시 뜨는 것이기에....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