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도 조례로 대상 사업장 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시행령 개정 예고
제주자치도, 시행령 개정에 맞춰 전수조사 통해 대상 사업장 선정 기준 마련할 방침

지난해 12월 2일부터 전국에서 딱 두 곳,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가 시범 운영됐다.

시범 운영 한 달이 지났지만 시행 초기부터 우려된 '형평성' 문제가 좀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형평성 논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적용하는 대상 사업체가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커피, 음료, 제과 제빵,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가운데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사업장으로 돼 있다는 게 문제다.

현재 제주엔 3394개의 커피 및 음료, 제과 제빵, 패스트푸드 사업장에서 일회용컵을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보증금제도가 적용되는 업체는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한 467곳 뿐이다.

관광지에 들어선 일부 개인 매장들은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훨씬 많은 일회용컵을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곳들이 포함되지 않으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부 매장에선 아예 일회용컵을 제공하지 않거나 자체적으로 별도의 보증금을 받는 플라스틱 컵을 제공하는 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다보니 환경보호를 위해 도입한 이 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부터, 대상 사업장을 더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 대형 프랜차이즈점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야 해서 그간 쌓아 둔 보증금 컵을 한꺼번에 반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Newsjeju
▲ 대형 프랜차이즈점에 설치된 일회용컵 반납기.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야 해서 그간 쌓아 둔 보증금 컵을 한꺼번에 반납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 ©Newsjeju

이에 환경부는 이러한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개정안을 오는 3월 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입법예고에는 보증금제도 의무대상 사업장을 각 지자체에서 정한 조례를 통해 유사업종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시행령 개정이 완료되는 시기에 맞춰 대상 사업자 선정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전수조사)을 의뢰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시행령 개정은 올해 하반기 중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며, 그 전까지 제주도정은 제주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적용 대상 사업장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주도정이 형평성 문제 해소를 위해 정한 가이드라인은 우선 '가맹점이 100개 이상인 프랜차이즈' 가운데 최소 면적의 매장과 매출액이 가장 적은 곳을 적용 대상 기준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일회용컵 사용량이나 매출규모, 사업장 수, 지역여건 등을 고려해 최소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 이상이 적용되는 모든 개별사업장들까지 포함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연구용역을 거쳐 도내 3394개 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제주도정은 이에 따른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467곳보단 많아질 것이라 어느정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나 그럼에도 이 제도 시행에 동참을 거부하는 업장이 생길 수 있어 일부 반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강명균 생활환경과장은 "(이 제도가)플라스틱 제로화를 위해 환경부와 협의해서 제주도가 먼저 가는 정책이라 대화를 통해 설득해야 할 문제"라며 "기준이 새로 정립되면 그 다음엔 의무화가 되며, 그 후엔 과태료 부과 등의 기준을 정립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는 일회용컵 재활용률을 높여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줄이는 걸 목표로 하는 제도다. 일회용컵에 커피나 음료를 받으면, 음료값에 일회용컵 제공 비용으로 300원을 더 추가 결제하도록 한 뒤,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300원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이 제도 시행을 위해 관련 법에 따라 대상 사업장이 되는 프랜차이즈 매장들은 회수용 바코드가 부착된 일회용컵을 별도로 제공받고 컵 반납 회수기를 각 매장에 설치했다.

문제는 이 일회용컵을 반납하는 게 상당히 번거롭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 다시 매장에 가야할 때, 그간 보관해 둔 이 컵을 들고 가야 하며 다른 프랜차이즈 업장과 '교차반납'이 허용되지 않다보니 회수율이 굉장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강명균 과장은 "제도상으론, 현재 시스템 상에선 교차반납이 가능하다"며 "허용되지 않는 건, 업체의 방침인 거라 그런 것인데 결국엔 모두 같이 가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범 운영 한 달이 넘었지만 아직 제주도정에선 회수율이 어느정도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이 제도 시행에 따른 위반 사항에 대해 과태료(300만 원)가 부과된 사례 역시 아직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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