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 예산 심의도 안 끝났는데 제주과학기술정보산업혁신원 설립 용역 체결
한권 의원 "절차 어겼다" 지적에 김창세 국장 끝까지 잘못 시인 않고 변명 일삼자
양경호 위원장도 분노 표출 "왜 인정 않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냐" 질타

▲ 한권 의원과 양경호 예결위원장. ©Newsjeju
▲ 한권 의원과 양경호 예결위원장.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가 아직 예산 심의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특정 사업에 대한 용역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 제주도의회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아야 했다.

더 문제는 한권 의원(더불어민주당, 일도1·이도1·건입동)이 이를 지적하자 김창세 국장은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같은 질문과 답변이 계속 반복되자 양경호 위원장이 나서 제주도정의 답변 태도를 강하게 꾸짖었다.

문제의 사업은 오영훈 제주도정이 새로운 출자 출연기관을 설립하고자 체결한 가칭 제주과학기술정보산업혁신원에 대한 타당성 검토 용역이다. 관련 안건이 이번 제1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9000만 원이 편성돼 제출됐지만, 이미 제주도정은 예산이 반영되지도 않았는데 지난 4월 26일에 지방공기업평가원과 용역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한권 의원은 "지금 예산 심사 과정이어서 아직 확정된 게 아닌데도 계약이 됐다"며 "명백히 절차를 어겼다. 예결위에서 이거 삭감하면 어떻게 할거냐"고 즉답을 요구했다.

이에 김창세 혁신산업국장은 "해당 용역비는 지난해 예산에 반영됐던 건데 절차가 좀 변경되면서 올해 예산으로 이월시켰는데 예산이 부족하다해서 9000만 원으로 변경해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만 답할 뿐, 심의 전에 계약 체결을 하게 된 경위나 삭감에 따른 조치 계획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한 의원은 재차 "어쨌든 확정되지 않은 예산으로 계약까지 체결한 게 아니냐, 이걸 의회에서 삭감하면 어떻게 할 건지를 묻는 건데 왜 그거에 대한 답은 안 하는거냐"고 질타했다.

김창세 국장이 다시 즉답을 피해가자, 한 의원은 "지난해 용역비로 편성했던 것을 올해엔 사무관리비로 편성했던데 이게 맞는거냐"며 "관련 법 상 사무관리비로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데 소규모여야 한다. 9000만 원이 소규모냐"고 비판했다.

이어 한 의원은 "그래서 이거 삭감하면 어떻게 할 거냐 물어봐도 대답 못 했다"며 "지난 2018년엔 시설관리공단 추진하려고 할 때엔 학술 용역비로 올려놓고선 이번엔 사무관리비로 편성하는 건, 사전심의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 국장이 "그런 의도로 한 건 아니"라고 답하자, 한 의원은 "그러면 절차를 지켰어야 하지 않나. 예산 확정 전에 추진한 것도 모자라 편법으로 예산과목을 편성해도 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김 국장은 "그런 부분이 아니"라며 맞서려 했고, 한 의원은 "이렇게 원칙 무시하면서 의회 심사엔 원칙을 대라고 하는 건 내로남불이 아니고 무어냐"고 꼬집으면서 질의를 마치려 했다.

이에 김 국장은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한 뒤 마이크를 잡고선 "절차 변경으로 인해 예산이 이월되면서..."라고 다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러자 한 의원은 다시 마이크를 들어 "계속 그렇게 변명만 할 거냐. 절차 어긴 건 사실 아니냐. 원칙 지킨거냐"고 되물었고, 김 국장은 또 다시 해명하려 했다.

이를 듣다못한 양경호 예결위원장이 나서 분노를 표출했다.

양경호 위원장은 "지금 예산 확정 전에 계약 체결된 문제를 지적하는 게 아니냐. 왜 그걸 인정 않고선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는거냐"며 "설명은 앞서 하지 않았나. 예산 편성 전에 계약 체결한 거 맞지 않나. 또 예산과목에 맞지 않게 편성한 것도 인정하면 될 것을 왜 계속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하는거냐"고 질타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계속 같은 답변으로 응수하는 건 잘못한 게 없다고 하는 걸로 밖에 들리지 않겠나. 대답해봐라. 예산 확정 전에 계약한 게 잘한거냐"고 물은 뒤 "잘못했으면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도 모자랄판에 그걸 당당하다는 듯이 답변하는 게 맞는거냐"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잘못된 게 맞으면 수긍하고 앞으론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하면 될 것이지 대체 왜 그런거냐"며 "이게 다 소통이 안 되서 그러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