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시민사회단체 지적 고려해 '민간위탁 위탁' 조항만 삭제

▲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 김경미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위원장. ©Newsjeju

'베이비박스' 논란과 관련될 수 있는 조례안이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위원장 김경미)에서 17일 수정가결됐다.

제주도의회 복지위는 이날 '제주특별자치도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야 보호·상담 지원 조례안'을 수정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송창권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양영식과 이경심, 양병우 등 10명의 도의원이 공동발의로 참여해 제정됐다. 조례 제정의 목적은 위기임산부 및 위기영아의 보호·상담에 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위기임산부의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과 위기영아의 생명권·인권을 보장하고 부모와 자녀의 안전한 출산과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

제주도지사가 이러한 의무를 가진다는 것을 명시하고, 안전한 양육환경 조성을 위해 위기 임산부에 대한 ▲상담 ▲출산 및 산후조리 ▲주거 및 생계 ▲아동양육 ▲일시보호 ▲치료 ▲실태조사 등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사업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센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정했다. 다만, 센터의 운영은 공공기관이나 민간기관 등에 위탁운영할 수 있도록 했는데, 복지위는 민간기관 등에 위탁하는 사항을 삭제하고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도록 수정했다.

'민간기관 위탁' 조항을 삭제한 이유에 대해 김경미 위원장은 "베이비박스 설치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 조례안은 '베이비박스' 설치에 대한 논란을 낳게 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의 부모가 아기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자를 말한다. 국내에선 지난 2009년에 종교단체에 의해 처음 만들어졌다. 방치되는 영유아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시각에선 찬성되기도 하나,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주로 어린 부모들에 의해 버려지는 사태를 조장한다는 비판 측면이 더 강하다.

제주엔 아직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다.

지난해 송창권 의원이 베이비박스 설치 지원조례를 제정하려 했었으나 공청회 과정에서 숱한 반대와 비판에 가로막혀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엔 '베이비박스' 명칭을 없애고 '출산 위기 임산부'와 '위기 아동'으로 대상을 특정해 이들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조례를 제정해 상정했다.

이를 두고 제주여민회 등 제주도 내 40여 개의 단체들은 해당 조례안을 이름만 다른 '베이비박스 지원조례'라고 규정하고 극구 반대했다.

이들은 "올해엔 '베이비박스' 단어만 삭제했을 뿐 사실상 베이비박스 지원조례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국가적 문제인 이를 그저 위탁사업으로 해결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3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부결'을 주문했다. 지적한 3가지는 이번 조례안에 대한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과 해당 조례안의 5조에서 민간기관에 위탁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베이비박스 설치 지원 조례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나머지 하나는 지원사업들에 대한 예산 추계를 하고 있지 않아 '민간위탁'을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제주도정도 해당 조례안의 제정을 반대했다. 강인철 복지가족국장은 해당 조례안의 취지엔 공감하나 새로운 형태의 센터를 설치하는 형태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인철 국장은 "위기 임산부의 안전하고 건강한 출산과 위기 영아를 보호하고자 하는 본 조례 재정 취지엔 공감한다"며 "허나 제주도 내에 이미 이런 기능을 하는 시설이 운영되고 있고, 개별 법령과 조례에 따라 시행 중에 있는데 새로운 형태의 센터 설치 등은 상위법에 위배할 소지도 있다"면서 "또 현재 운영 중인 시설 운영 강화를 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위는 이러한 지적을 고려해 '민간위탁' 조항을 삭제하고 수정가결로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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