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홍보비와 보도블럭 공사비가 아동친화예산?

아동친화예산, 2022년 211개 사업 4326억 원에서 
지난해 1311개 사업 1조 3000억 원으로 급작스레 증가... 왜?

아동친화와 관련 없어 보이는 사업들도 죄다 '아동친화사업'으로 분류
유니세프 "관련 없어 보여도 혜택 대상에 아동 포함되면 분류 가능"

▲ 아동친화 예산 영역별 현황 도표. 표=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 아동친화 예산 영역별 현황 도표. 표=제주특별자치도. ©Newsjeju

제주특별자치도가 올해 아동친화예산을 분석한 결과 제주도의 전체 가용 예산 중 무려 21.99%에 해당되는 1조 2913억 원이 편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주자치도는 지난 4일 '2023년 아동친화예산서' 자료를 공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동친화예산은 1조 2913억 원이 편성됐는데, 이는 지난해 편성된 것보다 3배나 증가한 규모다.

2022년도 아동친화예산은 4326억 원으로 전체 예산 대비 8.08% 수준이다. 이랬던 예산 규모가 올해 느닷없이 21.99%로 폭증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 아동친화예산이 뭐?

제주자치도는 지난 2020년 9월에 유니세프와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 2021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아동친화도시란 만 1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말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정한 4대 기본권리(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를 실천하는 지역사회다.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받기 위해선 10대 기본원칙의 이행 여부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심의 후 인증해야만 한다.

전국에서 서울 성북구가 2013년에 전국 최초로 인증을 받았고, 현재 50개 지자체가 인증을 받은 상태다. 제주를 포함한 53개 지자체가 신청했고 인증받고 있는 중이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10가지 구성요소 중엔 '아동 예산 분석 및 확보' 조항이 있으며, 이에 해당되는 작성대상은 '아동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을 포함하도록 돼 있다.

여기서 문제가 나타난다. 아동친화도시 사업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이냐다.

지난 2022년엔 작성한 세부 분류기준과 아동친화도 6개 영역에 따라 총 211개의 사업이 아동친화도시를 위한 사업으로 분류됐다. 허나 올해엔 분류기준이 달라진 게 없는데도 불구하고 1311개 사업으로 폭증했다. 이러니 자연스레 아동복지 예산이 1조 2912억 원으로 껑충 뛰게 된 셈이다.

이러다보니 아동 1인당 예산액도 큰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21년 아동 1인당 예산은 334만 7000원, 2022년엔 378만 원이었으나 느닷없이 올해엔 204.5%나 폭증한 1151만 5000원으로 분석됐다.

분석대로라면 올해 제주도정은 아동을 위한 사업에 지난해보다 3배나 더 많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보고서에선 "올해 18세 미만 아동에게 지출되는 예산이 18세 이상 도민에게 지출되는 예산보다 큰 것으로 파악돼 전반적으로 아동친화예산 편성이 됐다"고 자평할 뿐, 왜 이렇게 갑자기 전년도에 비해 예산이 폭증했는지에 대해선 따로 밝히지 않았다.

제주특별자치도.
▲ 제주특별자치도.

# 확대해석? 실적 부풀리기? 알고보니 유니세프 지침, 그럼에도...

보고서에 명시된 아동친화도 영역별 세부사업 목록을 보면 '아, 이래서 211개 사업에서 1311개 사업으로 늘어난 거구나' 싶어진다. 나열된 목록들을 보면 '이것도 아동친화사업?'이라는 의문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엔 그러지 않았던 기준들이 올해엔 아동을 포함하는 제주도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은 모두 '아동친화사업' 예산으로 분류했다. 이를테면, 삼다공원콘서트만 하더라도 특정 아동 세대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님에도 아동친화사업에 포함시켰다.

이런 방식으로 별빛누리공원 노후 시설 개선사업과 애월 생활SOC복합화사업(국민체육센터), 각종 도로 보수나 숲길 조성, 체육관 및 실내수영장, 해수욕장 운영까지도 죄다 아동친화사업이 됐다.

심지어 시정 홍보물 발간과 시정시책 광고 및 홍보, 시민기자단 운영까지 아동친화사업으로 둔갑했다. 이 뿐만 아니다. CCTV 통합운영 관리비와 전력지중화사업, 도로시설물 관리운영비, 농로 및 배수로 시설도 포함됐다.

이러한 개념으로 아동친화사업 범위를 확장시키다보니 매입임대 사업과 공공임대주택 사업, 노후 공공임대주택 리모델링 사업, 주택개조 사업들도 모두 아동친화 예산으로 편성됐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시정홍보비의 경우, 아동들의 알권리 차원에서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홈페이지 관리 역시 아동친화사업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관계자는 "삼다공원콘서트 같은 경우도, 유니세프에서 발행한 업무지침서에 따른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보도블럭 교체공사 같은 경우도 실제 이에 대해 유니세프 측에 문의해보니, 수혜 대상이 전체 도민이지만 아동이 포함돼 있기에 아동친화예산에 포함될 수 있다고 답변받았다"고 부연했다.

아무리 그렇다해도 선뜻 '시정홍보비'와 '보도블럭 공사비'가 아동친화예산이라는 건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법하기에, 유니세프가 정한 '아동친화예산'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마법의 예산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많은 사업들이 아동친화예산으로 분류됐다. 실제 제주의 22% 수준은 타 지역에 비하면 그리 많은 편도 아니었다. 이러한 개념에 의해 보고된 경주시의 아동친화예산은 전체 예산 대비 28%, 세종시는 무려 35%, 서울 양천구도 30%, 대전 유성구는 36%에 달했다.

도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 예산 비율이 타 지자체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나와 전체 예산서를 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그래서 올해 갑작스레 늘어난 부분 때문에 통계를 낼 때 부담스러웠고, 수천 건의 사업부기명을 보면서 분류하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도 관계자는 "그렇다고 이 예산 비율이 높다고 해서 유니세프로부터 아동친화도시로 지정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유니세프에서 아동친화도시의 구성요소를 새롭게 변경할 예정이라 그거에 맞춰 12월에 다시 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라며 "내년엔 제주가 아동친화도시로 인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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