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버킷리스트, 장기 기증 실천 적혀져
경호 씨 어머니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

▲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간 천사 구경호 씨 ©Newsjeju
▲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간 천사 구경호 씨 ©Newsjeju

공사장 추락사고로 뇌사에 빠진 20대 제주 청년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주인공은 구경호(28. 남) 씨다. 

25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등에 따르면 구경호 씨는 올해 8월7일 제주시 조천읍 모 공동주택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4~5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경호 씨 부모는 슬픔 속에서 아들의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아들이 작성한 버킷리스트 메모 중 장기 기증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구경호 씨 부모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뇌사 장기 기증으로 경호 씨의 심장, 간장, 신장(좌, 우)은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4명에게 새로운 삶을 살 기회가 됐다. 

제주도에서 2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경호 씨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으로, 자신의 사업하는 꿈을 간직해 왔다. 꿈을 이루기 위한 저축 행보로 평일에는 건설업, 주말에는 어머니의 김밥집 일을 해왔다. 

경호 씨의 어머니 강현숙 씨는 "네가 떠나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슬플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어. 나도 너와 같이 기증할 것이라고 약속하고 왔다"고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착하게만 자라온 네가 고생만 하고 떠난 거 같아서 미안해. 사랑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라고 눈물을 삼켰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기증자의 소중한 생명나눔으로 고통받던 장기기능 부전 환자에 새 생명의 기회가 전달됐다.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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