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 남편 중환자실 입원하자 재산 가로챈 아내
피해자 유족 측 사망 후 인지, 사위가 '고발' 및 '이의신청'
'고발인 이의신청권' 사라진 지금은 불가능한 수사
대검 '10월 형사부 우수 사례' 선정

제주지방검찰청.
제주지방검찰청.

사실혼 관계에 있는 피해자가 코로나 위중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틈을 타 내연남 등과 짜고 재산을 빼돌린 범행이 발각됐다. 경찰은 일부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이 전모를 밝혀낸 사건이다. 

자칫 완전범죄가 될 수도 있는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은 피해자의 사위가 '고발'과 '이의신청'까지 나섰기에 가능했다. 형소법 개정으로 '고발인 이의신청권'이 삭제된 지금은 불가능한 실체 규명이다. 대검찰청은 '10월 형사부 우수 사례'로 해당 사건을 선정했다. 

 23일 제주지방검찰청 등에 따르면 형사 제3부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혐의 등으로 사실혼 아내 A씨(50대) 등 3명을 최근 구속기소 했다. 

이 사건은 사실혼 관계인 피해자가 코로나19 시기 위중증으로 입원하게 되자 A씨가 본색을 드러냈다. 내연남 B씨(60대), 변호사 사무장 C씨(60대)와 공모해서 피해자의 재산을 빼돌리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남편이 중환자실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자 온라인뱅킹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던 A씨는, 피해자 계좌에서 9,000만원을 이체했다. 기간은 2021년 1월이다. 범행 방식은 피해자가 B씨에게 돈을 빌린 것처럼 차용증을 위조했다.

같은 해 2월과 3월에도 A씨는 유사한 방식으로 허위 문서를 위조했다. 피해자 돈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이들은 약 3억원을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사무장 C씨는 문서를 위조해 도움을 준 대가로 6,000만원을 챙겼다. 

유족은 사실을 몰랐다가 피해자 사망 후 이상함을 느꼈다. 2021년 4월 피해자 측 사위가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문제는 피해자 사망으로 직접 증거가 부족했다. 법리를 악용한 A씨 등은 경찰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수사는 더디게 흘러갔고, 경찰은 '일부 혐의없음'으로 처리했다. 유족(사위) 측은 '혐의없음' 사안에 이의신청 절차를 거쳤다. 

첫 고발 후 2년이 흐른 2023년 2월, 해당 사건은 제주지방검찰청으로 이첩됐다. 이해 당사자 등의 주소 이전 사유다. 

제주지검 형사 제3부(윤원일·최민혁 검사)는 사건을 체계적으로 들여다봤다. 압수영장으로 계좌 내역을 다시 살폈고, 휴대전화 포렌식도 거쳤다. 

그 결과 직접 증거가 없어 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사건은 사무장 C씨의 존재를 확인하게 됐다. 또 자금거래 현황과 범행을 모의한 내용도 확보했다. 실타래를 풀어나간 검찰은 A씨와 B씨, 그리고 범행의 주도적 역할을 한 C씨까지 직접 구속 후 기소까지 끌어냈다. 

사건의 면모를 밝힌 검사의 수사력도 있지만, 해당 사건에서 주목되는 점은 그 당시에나 가능했던 '고발인 이의신청권'이다. 지난해 속칭 '검수완박법' 통과로 '고발인 이의신청권'은 폐지됐다. 2022년 9월부터 '형사소송법 제245조 7항'은 '고발인을 제외한다'라는 문구로 손질됐다. 

쉽게 말하면, 고발인 사건을 경찰이 불송치 결정 통보 시 과거에는 '이의신청'으로 검찰이 다시 사건을 살펴보는 이중 장치가 됐었다. 이제는 법률 개정으로 고소인 당사자만 가능하다. 

대검 우수사례로 선정된 사안은 '고발인 이의신청권' 삭제라는 형소법 손질 전이었기에 가능했다. 피해 당사자는 숨졌지만, 유족(사위) 측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불가능하게 된 마지막 실체규명이다. 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제주지검 측은 "빈틈없는 공소 유지를 통해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며 "유족들이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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