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지법, '분묘발굴유골은닉' 재판 진행
전처 부모(장인·장모) 무덤 몰래 파묘···다른 곳에 묻고 '시치미'
검찰, 징역 2년 구형···피고 "파낸 것 맞지만, 은닉은 아니다"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제주지방법원 사진 자료

새벽 시간에 몰래 공동묘지에 들어가 무덤 두 개를 '파묘'하는 사건이 제주에서 발생했다. 가해자는 전 남편이고, 피해자는 이혼한 아내다. 검찰은 재산 분쟁으로 인한 파국으로 사건을 판단하며 실형을 구형했다. 

20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부장판사 전용수)은 '분묘발굴유골은닉'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모(65. 남)씨 재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고씨는 올해 2월 3일 새벽 4시쯤 이혼한 아내의 가족 공동묘지에 몰래 가서 허락 없이 부모(장인, 장모)의 무덤을 파냈다. 이후 미리 준비한 관에 유골을 담아 사라졌다. 

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전처 가족 측은 경찰에 신고를 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피해자 가족과 경찰은 범인으로 평소에 "파묘를 하겠다"는 말을 했던 피고인을 지목했다.

피고인은 2월 10일 긴급체포가 됐지만, 유골 행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굳게 다문 입장은 곧 번복됐다. 수사기관이 휴대폰 포렌식 등을 통해 범행 시기 고씨의 위치 등을 파악해 나갔기 때문이다. 피고인은 뒤늦게 유골 행방을 털어놨다. 

고씨는 파묘한 유골 2구를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 땅 속에 묻어버린 혐의로 기소됐다. 고씨는 수사 과정에서 뚜렷한 범행 동기 없이 "좋은 곳으로 이장을 한 것이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전반적인 공소사실은 인정했지만, '은닉' 혐의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묻은 위치를 말해주지 않았다가 수사 후에야 위치를 뒤늦게 말해줬으니 은닉 혐의가 맞다"고 강조했다. 또 '재산 분쟁' 갈등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피해자 가족 공동묘지에서 파묘된 유골 2구는 DNA 감식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제 피해자 측 가족이 맞는지, 다른 사람의 유골을 지목한 것인지 정확한 사실 관계를 위해서다. 

재판부는 "혹시 나중에 DNA 결과가 피해자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나온다면 혐의 적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검찰에 물었다. 검찰은 "위치를 함구했으니, 은닉 혐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는 소견을 내세웠다.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동기 진술을 하지 않고 있지만, 재산 분쟁 사안으로 전처 가족 유골을 발굴했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변호인 측은 "유골을 은닉하지 않았고, 보관한 것"이라며 "형사처벌 전력도 없고, 유골로 피해자를 협박하려는 의도도 없었다"며 선처를 당부했다.

피고인은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돌아가신 분과 처가 가족들에게 돌이키지 못할 상처를 입혔다"고 사과했다.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제주지법은 오는 4월 17일 선고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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