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경축사 듣고 알았다” 靑 일방추진에 ‘불만’

청와대와 여당이 ‘통일세’ 문제를 놓고 미묘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통일세를 제안할 때까지 한나라당은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주무부처인 통일부조차 통일세 추진 과정에선 사실상 배제된 분위기다. 통일세 논란이 여당 ‘소외’ 및 청와대의 일방추진 문제로 비화할 수 있는 지점이다. 국민적 부담 사안이어서 사회적 공론화와 동의가 1차적 조건임을 감안하면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통일세 문제를 놓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회의 공개 부분에서 “어제 경축사 현장에서 통일세 도입을 처음 들었다”면서 “사실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할 때 사전에 청와대가 당에 어떤 내용이 들어가면 좋겠느냐고 문의하고, 서로 의견이 오가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여당과 일절 사전협의가 없었던 점을 상기시키며 유감을 표시한 것이다. 실제 정부와 여당 간에는 최근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세제개편 당정협의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통일세 관련 논의나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최고위원회의 비공개 부분에서도 “앞으로는 국민과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는 등의 당·청관계 소외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안형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앞으로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나 국회 협조를 받아야 하는 정책은 반드시 당정협의를 거치도록 했다”고 전했다.

통일부도 배제된 정황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통일부의 경우 통일세 제안이 경축사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이틀 전에야 안 것으로 전해졌다. 주무부처임에도 통일세 문제와 관련한 조율이나 협의, 의견 제시는 전무한 일방적 통보만 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통일부 측은 8·15 경축사 후 통일비용에 대한 정리 문건을 배포했지만, 통일비용이 통일세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다.

실상 통일세 논의의 밑그림인 통일비용 문제는 주무부처가 아닌 미래기획위원회가 제시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지난 6월 북한 급변사태시 통일비용이 최대 2조14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연구용역 결과를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기획위원회는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곽승준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이 위원장으로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미 지난 6월부터 비밀리에 통일세 문제를 준비해왔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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