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2년여간의 춘천 칩거 생활을 끝내고 현실정치에 복귀하면서 던진 화두는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이다. 손 전 대표는 서울 복귀 첫날인 16일 종로 개인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실천 없는 진보는 도그마(독단)”라며 “국민 생활을 끝까지 책임지는 ‘실사구시 정치’야말로 진보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강조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그는 10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선 “천천히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 복귀 시점을 지금으로 잡은 이유는.

“춘천에서 혼자 편히 있는 것 같아 미안했다. 대한민국 공동체가 무너져 내려가는데 그냥 이대로 있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어려운 사람, 서민들은 더 어려움을 느끼는데 나에게 맡겨진 사회적 책임,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공동체 회복에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 10월 전당대회 일정과는 무관한가.

“춘천에 2년 있었다. 전당대회가 아니었더라도 나왔을 것이다.”

- ‘함께 잘사는 나라’를 정치적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 세 단어에 내 고민과 우리나라의 갈 길을 최대한 압축했다. 그냥 함께 사는 게 아니라 잘살아야 된다는 서민들의 욕망과 그것을 실천해나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민주세력에는 인간의 회복이라는 핵심적인 진보의 가치를 실현해야 할 역사적 요구가 있다.”

- 당권주자들마다 ‘진보’를 말한다.

“진보 논쟁이 살아나는 게 우연이 아니다. 신의 지배로부터 인간의 회복이 ‘제1의 르네상스’였다면, 이것은 ‘제2의 르네상스’다. 물질, 효율성, 경쟁의 지배로 인간이 짓밟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사람, 노동을 중시하고, 공동체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새로운 진보 가치의 실현이 춘천에서 성찰하며 얻은 결론이다.”

- ‘실사구시 정치’를 강조했는데 진보적 가치와 결이 다르지 않으냐는 지적도 있다.

“실사구시와 진보를 대척점으로 놓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실천 없는 진보, 실천 없는 이념은 도그마다. 아무리 이념 논쟁이 무성하면 무슨 소용인가. 사회적 약자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 진보의 원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밖에 안된다. 실사구시야말로 진보의 요체다.”

- 국민들은 민주당을 어떻게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민주당이 열심히 해서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아졌다. 그러나 훌륭한 야당에 그쳐선 안된다.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나라를 맡기면 서민들이 기를 펴고 살겠다는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것인가.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테니 천천히 얘기하자. 2년 동안 춘천에 있다 나오면서 그런 것만 생각하고 있었겠는가.”

- 당 내에서 과거 한나라당 당적을 가진 것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에 합류한 것은 불과 3년이지만 민주세력의 동질성이라는 면에서는 한 번도 잊어버렸거나 달리 생각한 일이 없다. 민주세력의 한 뿌리로서 민주주의를 이루는 데 하나가 돼 역할을 해왔다.”

- 야권의 연대, 연합, 통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에 대해 가치를 공유하는 자세로 가면 큰 틀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제 민주세력들이 통합할 수 있다. 그런 원대한 목표를 향해 민주당이 선도하고 어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정파적 차원이 아니라 역사적·시대적 시각에서 봐야 한다. 그렇다고 통합 시기에 데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할 것 같다.”

- 향후 활동 계획은.

“삶과 인간성이 파괴되는 곳, 양극화가 심화되고 공동체가 분열되는 현장에서 국민생활이 우선되는 제대로 된 진보의 가치를 실현하는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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