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IC 고가 하부에서 발생한 유조차 폭발사고는 주민들의 빗발치는 민원을 무시한 한국도로공사의 무사안일 태도가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사고가 발생한 부천시 원미구 건강사거리 인근지역의 광경은 처참했다. 현장에는 폭발한 탱크로리 차량에서 유출된 휘발유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폭발된 유조차 주변 차량은 뼈대만 앙상한 흉물스러운 모습이었다. 트럭을 감싸던 철골 구조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채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폭발당시 폐기물 처리전용 트럭에서 튀어나온 폐품들은 길바닥에 나뒹굴었다. 차량폭발로 솟아오른 화염으로 도로하부 곳곳에는 그을린 흔적이 가득했다.

마을주민들은 폭발사고 여파로 고통스러운 밤을 지새워야 했다. 폭발 지역 인근 한양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전쟁이 난줄 알았다. 검은 연기가 자욱해 한시간 동안 암흑천지였다. 2차 폭발이 일어날까 무서워 밤새 잠을 못이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남아있는 수대의 유조차마저 폭발했다면 아마 고속도로가 온전치 못했을 것”이라며 아찔해 했다.

도로공사측 관리부실이 낳은 인재
부천시 관계자들과 주민들은 화재가 발생한 1차 원인으로 도로공사측의 관리부실을 지목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인 중동 IC 하부 공터의 150m반경은 도공측 소유 부지다. 그러나 지난 2008년 8월부터 한 장애인 단체가 불법으로 이곳을 점유했고 그때부터 이 단체는 주인행세를 해왔다.

단체는 부지 내에 세워둔 탱크로리, 화물차, 승용차, 관광버스 등 차량의 주차관리비를 받거나 컨테이너 등의 적재장소를 빌려주는 명목으로 사용료를 수령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객이 전도된 불법 운영이지만 이를 막기위한 도공측의 대처는 미흡했다. 2009년 2차례 계도장을 발송한뒤 검찰 고발조치를 통해 지난 3월 300만원 벌금형의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단체는 벌금을 낸 뒤에도 최근까지 떳떳하게 불법운영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주민들은 소음, 매연, 사고 우려 등 갖가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도공측은 초지일관 이를 무시했다.

인근 아파트의 부녀회장 김금석씨는 “새벽에 차량이동으로 소음과 매연이 특히 심각했다. 주차한 차량 때문에 신호등 시야가 가려 교통사고도 속출했다. 내 딸이 목격한 사건만 해도 헤아릴수 없을 정도”라며 “민원을 수없이 제기했으나 해결될 진척을 안보였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치기 같았다”고 토로했다.

변채옥 부천시의원은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이 전달돼 부천시에서 나서서 도공측에 협조요청을 해도 외면할 정도”라고 밝혔다.

부천시와 상동시 주민들은 지난 2003년 초부터 사고가 난 지역을 체육공원 등으로 조성해줄 것으로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에 부천시측이 직접 중재자로 나서 지난 3일 체육공원 조성을 위한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지만 도공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이처럼 도공의 부실운영이 지속돼 오다가 결국 우려하던 사건이 터지고 만 것이다. 한편 도공측은 뒤늦게 관리소홀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향후 구체적인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도공측 홍보실 관계자는 “불법점유를 근절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지만 관리측면에서 애로사항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사고 발생 지역에 구조물이나 다른 시설을 설치해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공측 태도에서 재난을 뒷수습하는 공공기관에서 쉽게 접할수 있는 일명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사후대처 방식이 또다시 발견돼 씁쓸함을 자아내게 했다. <기사제휴 - 뉴스한국 정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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