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삼양동은 물이 달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달 감자에 물수를 써서 감수라 부르기도 하였다.

오늘은 우리 어린이집 아이들 여섯 살 일곱 살 반 아이들이 삼양1동에 있는 큰물(용천수가 솟는 곳의 이름) 체험이 있는 신나는 날이다. 오전 간식인 자두를 먹자 말자 벌써 아이들은 기대에 들떠서 교실이 왁자지껄 난리이다.

어린이집 버스로 큰물에 도착해서 남자아이들만 따로 데리고 남탕에 들어갔다. 십여 평 됨직한 크기에 돌담으로 둘러싸여 목욕하는 것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되어있는 아담한 구조이다. 번듯한 시설이 되어 있는 곳은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 들이 항상 써왔고 그리고 우리가 지금 쓰는 이 곳은 한낮의 찌는 더위를 한방에 날려주는 언제나 정겨운 곳이다.

아이들에게 속옷까지 다 벗도록 하였다. 몸속까지 파고드는 시원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아이 추워” 아이들의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연이어 나오는 질문 “이 물은 왜 이렇게 추워요?” “한라산에 내린 비가 화산토 밑으로 깨끗한 물들만 내려가서 땅속 깊이서 숨골 따라 흘러 들어가서 이렇게 차가운 거란다” “화산토가 뭐에요?” “숨골이 뭐에요?” 해안가 주변에 왜 사람들이 모여서 살게 되었는지 연이어 설명이 되어 버리는 산교육의 장이다.

한30분 정도 목욕을 하고 아이들은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이때 50대쯤으로 보이는 아저씨 한분이 목에 수건을 두른 채 들어오더니 물을 한참 쳐다보더니 대뜸 역정을 냈다. “여기는 목욕 하는 곳인데 물을 이렇게 더럽혀 놓으면 되는가?” 물을 쳐다보았다. 바닥이 모래와 자갈로 된 곳이니 사람이 지나 다니면 당연히 모래 같은 것들이 위로 오르게 마련이다.

 “ 저 아저씨 아이들이 그저 목욕만 한 것인데 숫자가 많아서 그리 된 것 같습니다.” 그 대답 이후의 그 아저씨 태도는 글로쓰기가 민망할 정도로 계속 되었다. 말끝에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한마디 “ 밭에 갔다 왕 시원 허게 담그젠 와신디 이게 뭐라. 아이들 가르키는 사람이 그 모양인디 저 아이들이 뭘 배울거라. 다신 이 동네 오지마라”

나의 부모님도 농사를 지으신다. 받은 굴욕과 수모는 크지만 십분 아저씨의 심정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었다. 얼른 자리를 피하기 위하여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삼양3동 방파제 정자가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자밑 바다에는 오리떼들이 무리를 지어 헤엄을 치고 있었다 . 반갑게 아이들이 오리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빨간 등대 앞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교실속 에어컨에서 느낄 수 없는 시원한 바람이 벌써 아이들 마음속으로 다 들어간듯 하였다. “ 조금만 더 있다가요” 라는 아이들의 성화를 물리치고 11시 50분 점심식사를 위해 어린이집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몇 해 전부터 체험학습장으로 큰물을 이용하는 이유는 거기만 돈을 안 받아서 이다. 다른 두곳의 용천수는 어디서 관리하는지는 모르지만 삼양 지역주민도 돈을 내야만 이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그 비용이란게 아주 작은 돈이고 그 수익을 다 합해봐야 수고 하시는 분들의 품값도 못 미치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 곳을 이용하면서 학부모들에게 돈을 걷는 다는 것도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몇 주 전에 화순해수욕장을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온 적이 있다. 웅장한 산방산 아래에 단물로 된 수영장이 성인용과 유아용으로 나뉘어져 있고 거기에는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놀이기구까지 갖추어져 있었다. 물론 무료다. 그러나 파라솔을 빌리는 데는 비용이 들었다. 친절하게 안전요원들이 아이들의 안전한 물놀이를 도와주는 것은 물론 튜브에 바람을 집어넣고 빼는 일까지 수고하여 주셨다. 그런데 그 파라솔 비용이 왜 하나도 비싸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까?

삼양에는 원당봉이있다. 거기에는 불탑사 오층석탑이있다. 거기에는 고려굴욕의 역사가 있다. 물론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지만 어찌됐든 원나라의 황제를 낳은 기씨황후의 사연 많은 인연들이 탑속에 녹아있다.

이 스토리텔링의 의미는 무엇으로 변모하여야 하는가? 그것은 자명한 일이다. 12억 중국인들이 한번쯤은 꼭 와보고 싶은 그들의 성지로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그들의 국모와 황제의 연이 면면히 서려있는 오층석탑을 그들에게 경배하도록 하는 것이 그 굴욕스런 역사를 뛰어넘는 오늘의 삼양사람들이 지혜로움일 것이다.

거기에 한가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 매일 버려지는 삼양한전발전소의 따뜻한 물을 용천수와 연결 시켜서 사철 노천탕으로 만들어야 한다. 삼양의 지역주민이나 올레꾼 그리고 삼양을 찾는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여야 한다. 물론 부대비용은 당연히 유료이겠지만 거기서 얻어지는 원당봉이나 사철 노천탕의 이미지나 브랜드 파워는 상상을 초월 할 것이다.

이글을 애써 시청게시판에 올리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낮에 당했던 굴욕과 수모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더더욱 아니다.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자만이 자연을 지켜 낼 수 있다. 우리아이들이 자연을 맘껏 즐기는데 걸림돌들이 어른들의 지혜로움으로 극복이 된다면 그 아이들은 반드시 우리 동네를 잘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 때문이다.

 

< 출처 - 제주시 홈페이지 인터넷신문고 게시판 中 H님의 의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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