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웠던 시절 '야당 지도자'로 그리고 헌정 사상 첫 평화적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으로 이 시대를 살았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18일로 2주기를 맞았다.

특히 보수 집권 4년째를 맞으면서 그가 몸담았던 민주진보진영으로서는 정권교체의 기회를 1년여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기 전 애타게 강조하던 야권통합 논의도 마감시한을 앞두고 온도를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제각각 떠들썩한 논의와는 달리, 여전히 DJ가 열망하던 통합의 가능성은 아직 점치기도 어려울 정도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긴 흔적은 우리 현대사에 있어 너무나도 크다. 야당 정치인으로서 살면서 독재정권의 박해 속에서 고문과 투옥을 되풀이하다가, 급기야 1980년 신군부세력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뒤에도 끊임없는 투쟁을 통해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한 부분은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다.

또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IMF의 파고를 넘고 '햇볕정책'을 통해 남북 간 화해와 공조체제의 기틀을 마련해 6·15 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냈으며, 그 공로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현 정치 국면에서 김 전 대통령이 남긴 유지로 가장 의미가 큰 부분은 단연 '야권통합'이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자신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던 당시 현 정부 들어 민주주의와 서민경제, 남북관계 등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면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권 전체의 통합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원한 DJ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민주당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최근 지방에서 당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정세균 전 대표에게 민주당의 단결과 연합연대를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대표도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은 세 가지 유지를 남기고 돌아가셨다. 철학적으로는 행동하는 양심, 정치적으로는 통합의 정신, 정책적으로는 민주주의·서민경제·남북평화 3대위기 극복"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통합' 요구를 언급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서거 뒤 야권의 모습은 이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2008년 민주당과는 노선을 달리했지만 야권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던 민주노동당이 진보신당의 창당으로 분열한 데 이어, 2010년에는 참여정부에서 지금의 민주당과 함께 정권의 주축을 이루던 인물들이 국민참여당을 창당하면서 분열을 가속화했다.

이 같은 민주진보세력의 분열 속에 현 정권의 독주는 지속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야권이 통합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매년 계속되는 집권여당의 예산안 강행처리와 4대강 사업 등 야권이 극렬하게 반대하던 현안들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혀 맥을 못췄고, 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들은 뒤집히기 일쑤였다.

야권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통합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분열 속에서도 지난해 6·2지방선거와 7·28재보선에 이어 올해 4·27재보선 등의 과정에서 야권 단일화의 성패로 인한 교훈을 겪으면서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통합·연대가 중요한 핵심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시각차는 큰 실정이다. '맏형'격인 민주당은 통합을 외치면서도 별다른 역할을 해내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고, 민노당·진보신당·참여당 등의 세력들은 선거연대 수준의 논의를 주장하면서 전면적인 통합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이들 진보정당에서마저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면서 꼬인 실타래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께서는 민주당이 양보해 연합·연대를 이뤄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그 결과가 작년 6·2지방선거와 올해 4·27재보선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대통령께서 살아계셨다면 더 강한 통합을 해서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일부 당에서 통합보다는 연대를 주장하는 파도 있지만 지금 시대정신이나 국민들의 명령은 통합을 요구하고 있다"며 "국민의 힘으로 올해는 통합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저작권자 © 뉴스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